
괴담의 테이프 - 미쓰다 신조
(북로드)
호러 미스터리의 거장.
미쓰다 신조의 책을 처음 읽는 나는 그냥 귀신 이야기인가? 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어릴 때 겁이 참 많았는데도 불구하고 귀신이 등장하는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했는데 이 소설의 표지를 보고 호기심이 동했달까?
(이 표지는 책을 완독한 지금도 똑바로 마주보기가 어렵다. 심박수가 올라가는 게 느껴질 정도...!)
추리나 스릴러 소설을 좋아하지만 귀신 얘기는 참 오랜만이라 ㅎㅎ 읽고 나서 후폭풍이 두려웠는데도 결국 다 읽어냈다.
이 소설은 300페이지가 조금 넘는 길지 않은 소설임에도 완독하는 데 일주일이 걸렸다.
절대! 가독성이 없기 때문은 아니다. 책을 덮지 않고 읽었다면 몇 시간이면 충분히 읽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읽는 동안 책을 덮고 또 덮어야 했다.
밤에 이 소설을 읽다 보면 어느새 등 뒤에서 서늘함이 느껴져 책을 덮게 되고,
그러고 나서도 밝은 내용의 소설을 읽으며 환기를 시켜야 잠이 잘 왔다.
그럼 밤이 아닌 낮에 읽으면 되지 않느냐는 의문도 있을텐데 나도 참 그게 미스터리다.
'괴담의 테이프' 본문에 보면 이런 내용이 있다.
"
그날 밤, 그녀는 회사에서 카세트와 MD 를 듣고 있었다. 이것도 업무라고 생각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낮 동안에 청취하는 것은 꺼려졌다. 그래서 녹음된 괴이한 체험담을 듣는 것은 아무래도 밤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일부러 해가 진 뒤에 들을 필요는 없지 않느냐는 생각에 몇 번인가는 낮에 시도해보았는데, 좀처럼 열중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낮 동안의 청취 중에 이야기 소재가 될 만한 이야기를 찾은 적이 한 번도 없다. 써먹을 수 있을 법한 체험담과 만난 것은 언제나 밤이었다.
"
참 신기하게도 나도 그랬다. 낮에 이 소설을 읽으려고 하면 좀처럼 집중이 되지 않고,
페이지가 넘기더라도 무슨 내용을 읽었는지 머릿속에 남지 않았다.
그래서 밤에 읽을 수 밖에 없었는데 조금씩 읽고 덮고를 반복하다 보니 가독성이 좋음에도 여러날이 걸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미쓰다 신조의 이번 소설은 단편으로 된 괴담들을 또 하나의 괴담이 감싸 안고 있는 구조이다.
미쓰다 신조의 책을 처음 읽은 것이라서 잘은 모르지만 작가가 소설에 직접 등장하는 '작가 시리즈'가 있다고 하는데 이 책도 그에 속할 것이다.
이름은 다르지만 작가가 등장해 소설 안에서 집필한 단편들을 풀어내는데 마치 이 작가가 미쓰다 신조 본인 같기도 하고,
그렇게 생각하면 마치 이 괴담 소설이 실화인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한다.
작가가 쓴 여섯 편의 단편 괴담과 그 작품들을 펼쳐내는 동안 겪은 작가와 편집자의 체험이 물리면서
더욱 기묘한 분위기를 풍겨내는 이 소설은 그냥 왁!하고 놀라게 하는 공포물이 아니다.
뭔가 잔인하거나 실체화된 공포물은 아니어서 읽으면서도 그렇게 무서운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계속되는 뒷목의 서늘함과 자꾸만 어두운 창 밖으로 시선을 주게 되는 것은 왜일까?
여섯 편의 줄거리는 내가 알던 귀신 이야기와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미쓰다 신조가 자신만의 방법을 통해 선물한 공포는 새롭고 거대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