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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 서늘한 기척
고이케 마리코 지음, 오근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괴담 - 고이케 마리코
(RHK)
고이케 마리코의 괴담은 소설 자체보다는 작가에 대한 관심으로 인해 읽게 되었다.
에세이부터 호러, 미스터리, 연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 뿐 아니라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나오키상, 시바타 렌자부로상,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까지 수상한 이력을 갖고 있어
이 작가가 가지고 있는 글솜씨가 궁금해 이번에 RHK에서 출간된 괴담을 손에 들었다.
제목이 주는 이미지는 전형적인 공포소설에 가깝지만 막상 펼쳐보니 묘한 분위기가 감성을 자극하는 그런 책이었다.
'서늘한 기척... 괴담'이라는 책 안에는 일곱 편의 단편 소설이 담겨 있는데
평범한 일상이 이어지다가 순간 일상과 환상 사이에 걸쳐진 듯한 장면들이 등장한다.
존재하는 자와 존재하지 않는 자를 함께 그려내고 있는 이 소설은 거기서 오는 어떤 으스스함이 있다.
<카디건>과 <동거인>은 분명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에 대한 두려움에서 출발하지만
어떤 그리움을 묻어나는 장소에서의 이야기이기 때문인지 짙은 향수를 느낄 수 있게 한다.
단순히 직설적이고 자극적인 무서운 소설이 아니라 두려움을 걷어내고 감성을 건드리는 그런 내용이었다.
<곶으로>는 일곱 편의 소설 가운데 가장 섬뜩함을 준 이야기였다.
자신을 좋아했던 친구가 자살했던 장소를 찾아 온 여자.
그 곳에서 어딘지 어둡고 불길한 느낌의 남자와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이 남자와 만난 그 순간부터 이야기가 끝날때까지 나는 내내 긴장하고 있었던 것 같다.
등장인물들이 위험한 상황에 빠지거나 잔인하거나 한 장면들이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작가의 글을 따라 장면을 그리다보면 그 이상의 공포를 맛보게 된다.
이것이 바로 작가의 능력이겠지. 아무튼 이 <곶으로>는 감각이 곤두서는 것이 느껴졌다.
<손님방>은 설정이 내 정서랑은 조금 동떨어져 있어서 공감도는 낮았지만 감정적인 내용이었다.
<돌아오다>와 <칠흑의 밤>은 그리운 이들과의 만남을 그린다.
때문에 그 어두운 '기척'이 두려움과 그리움, 반가움 여러 감정이 교차하는 것 같다.
마지막 이야기 <행복의 집>은 존재와 환영. 그리고 혼돈을 이야기 한다.
"
죽었지만, 역시 마음은 아직 살아 있는 거구나. 그 마음에 옷을 입히고 점토로 공예하듯
얼굴이며 모습이며 만들어서, 죽은 자는 그렇게 저세상에서 돌아오는 거구나. 그쪽 세상과 이쪽 세상은
늘 눈에 보이지 않는 인연으로 이어져 있고, 그것을 깨달을 수 있는 사람만이 돌아온 사람과 재회할 수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
(본문중에서... p211)
<곶으로>는 개인적으로 좀 많이 무서웠지만 전체적으로 어둡고 섬뜩하지만
두려움 뒤에서 얼굴을 드러내는 그리움이 교차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또한 자극이 주는 공포보다 정말 상상과 감각을 자극하는 소설이었다.
내 스스로 내 감각을 자극하도록 작가의 글이 나를 이끌었다.
이 소설에 매료되었다기 보다는 그러한 작가의 필력에 반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