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는 소설 서른의 반격

서른의 반격 - 2017년 제5회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10월

서른의 반격 - 손원평

(은행나무)

이런저런 이유로... 현실을 살아가기 위해 적당히 타협하고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나'.

빈껍데기 같은 모습이 아닌 스스로의 자아를 찾아 나가는 '김지혜'를 만나 나를 찾는 소설 <<서른의 반격>>은

감정 장애를 갖고 살아가는 괴물 '윤재'를 그렸던 작가 손원평의 작품이다.

윤재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감정 장애를 갖고 있었고 그로 인해 누구보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 보았다.

그의 시선으로 본 세상은 괴물 '윤재'보다 더한 괴물들이 살고 있는 세상이었다.

타인의 고통이나 아픔 등의 감정을 느낄 줄 알면서도 외면하고 가해자가 되기도 하는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었으니까.

그러한 회색 빛의 세상을 그렸던 작가 손원평이 또 한 번 세상을 향해 소리치는 작품을 꺼내 놓았다.

흔하디 흔한 한 사람.

제 목소리 한 번 내지 못하고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88년생 김지혜씨.

DM그룹 입사를 꿈꾸었지만 채용에서 떨어지고 DM 그룹의 디아망 아카데미 인턴으로 일하는 그녀.

3개월의 인턴쉽 과정이 어느새 그녀에겐 9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정직원이 되어 능력을 인정받아 본사로 들어가려는 꿈이 있던 그녀였지만 현실은 늘 쳇바퀴 돌듯 제자리걸음이다.

달라진 것이라면 계속 오르는 방세로 인해 점점 낮고 좁은 곳에서 살게 된다는 점?!

그런 그녀의 인생에 약간의 균열이 생긴 것은 새로운 인턴 사원 이규옥으로부터였다.

그를 중심으로 모인 몇몇은 세상을 향해 작은 돌멩이를 던지는 시도를 하게 된다.

그저 그렇기만 했던 인생이 조금은 달라진 것 같기도 하고 통쾌함도 느끼지만 정곡을 찌르지 못하고 부유하고 있는 느낌이다.

10개월만에 정직원이 되었지만 결국 아카데미를 벗어나게 된다.

삼십대의 나는 이 소설 속의 '김지혜'와 그녀의 삶,

친구 다혜와 또 다른 친구(?) 김지혜 사이에서의 그녀 모습에 많은 공감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아이를 낳고 또 낳고 여유가 좀 생기고 주변을 둘러 보니 내 주변에는 다양한 직업군의 평범한 사람들이 살고 있었는데

그들 대부분은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자신의 삶을 즐기며 살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를 다녀본 적도 없고, 프리로 2년쯤 일을 하다가 친구들보다 조금 일찍 결혼해서 전업주부로 살고 있는 내가

이 소설에 공감하는 이유는 30대 가장으로서 자신의 꿈보다는 가족을 위해 성실히 살아가고 있는 신랑때문일지도...

손원평 작가의 소설 <<서른의 반격>>은 삼십대에게 공감과 위로가 되는 소설이다.

크게 한 방 자극이 있는 소설은 아니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더 현실과 가깝게 느껴지는 것이다.

세상을 향해 큰 소리를 칠 수는 없지만 자신의 자리에 묶여 두 눈 감고, 두 귀를 닫은 채 스쳐 흘려보내며 살아가기 보다는

조금 더 즐겁게 긴 인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한 겹 벗어낸 내 모습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그저 수북히 쌓인 먼지가 되기 보다는 김지혜씨의 생각처럼 어딘가에 착륙하는 순간 빛을 발하는 무지게가 될 수도 있을테니까.

"

당신이 앉아 있는 의자가 당신에게 어떤 권위를 부여할지 모르겠지만 잊지 마십시오. 의자는 의자일 뿐입니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