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크니의 무엇이든 그려드립니닷! - 일러스트레이터미네이터 키크니의 주문제작 만화
키크니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3월
평점 :
품절


 

 

 

키크니의 무엇이든 그려드립니닷! _ 키크니

아르테 arte



나에게 SNS는 그저 끄적임 정도.

팔로우고 팔로워고 관심 밖이었는데그 최근 keykney(키크니)라는 일러스트레이터의 계정을 팔로우했다.

그의 계정에 들어가보면 <일단은 해보겠지만 안되면 안 해보겠습니닷>이라는 소개가 보인다. 작가 키크니(keykney)는 SNS라는 '소통'의 공간을 제대로 활용해 호응을 얻어냈다. 댓글로 주문하면 한 컷의 만화로 완성해 올려준다. 책 소개에는 '댓글 주문형 개그'라는 말로 표현했지만 네티즌의 니즈를 개그와 감동을 담아 센스있게 표현해 선물하기에 '댓글 주문형 소통 개그'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여러 컷의 그림도, 진부하고 긴 설명도 필요 없다. 그에게는 한 컷, 한 마디가 전부이다. 그럼에도 힘든 마음에 유쾌통쾌상쾌한 반전을 주기도 하고, 지친 어깨가 들썩거리도록 웃음을 선물하기도 한다. 비록 한 컷일 뿐이지만 뜨거운 감동이 담겨 있기도 하다. 보는 사람도 읽고 읽고 또 읽고 할 필요 없이 보는 순간 바로 전해지는 스토리에 피로감이 전혀 없어서 더 찾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사실 나는 인스타, 유튜브 이런 채널들을 이용해 뭔가 보는 게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고, 전자책리더기를 구매하고도 1년 동안 읽은 전자책이 몇 권 없는, 종이책을 선호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키크니의 무엇이든 그려드립니닷!]을 읽고는 그의 인스타가 궁금해졌고, 팔로우를 했고, 어느새 책에 담기지 않은 최근 컷들을 계속 보고 있는 매우 낯선 내 모습을 발견했다.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키크니의 세계. 아... 아이들 앞에서 자꾸 핸드폰 들여다 보게 될까봐 걱정된다.


참고로 일단은 해보겠지만 안 되면 안해보겠다는 키크니 인스타 계정은 @keykney 이다. 한 번 빠지면 자꾸 빨려들어갈 수 있으니 주의 요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아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한효정 옮김 / 단숨 / 201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노아 _ 제바스티안 피체크

사회파 소설 / 단숨 (자음과모음)



스릴러의 제왕, 제바스티안 피체크의 본격 사회파 소설


[눈알수집가], [내가 죽어야 하는 밤] 등 '사이코스릴러'라고 불리는 작품을 출했던 작가 '제바스티안 피체크'가 본격 사회파 소설로 돌아왔다. 전작들과는 조금 다른 오싹함이 있지만 이번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정신세계도 절대 평범하지 않다. '노아'의 하루라고 하면 될까? 600페이지가 넘어가는 분량의 소설이지만 대부분의 페이지가 1박 2일간의 여정이다. 그렇다면 스토리 전개가 축축 늘어지진 않을까 염려가 될 수도 있을텐데 워낙 다사다난해서 이게 정말 이틀간의 여정이 맞는지 눈을 크게 뜨고 다시 확인하게 된다.


어깨에 총상을 입은 채 오스카의 지하 은신처인 지하철 갱도 옆 칸막이 방에서 깨어난 한 남자.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단지 손바닥에 새겨진 글자를 따라 '노아'라고 불리는데... 우연히 신문에서 본 어떤 그림으로 인해 노아와 오스카의 인생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그림을 그린 화가를 찾는다는 신문 광고를 보고 담당자인 뉴욕 뉴스의 셀린과 통화를 하게 되는데 셀린이 알려준 호텔로 이동하자 노아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다! 그를 '데이비드 모튼'이라고 부르며 평소 머무르는 스위트룸을 내어주는데 뭔가 잘 풀릴 것 같은 분위기지만 사실 이때부터 이들은 목숨의 위협을 받는다. 그런데 기억은 없다면서 이 남자 툭툭 튀어나오는 지식과, 킬러도 제압하는 전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과연 노아의 정체는 무엇일까? 목숨을 부지한 채 셀린과 접선할 수 있을까?


한편 '마닐라 독감'이라고 불리는 전염병으로 인해 전 세계가 떠들썩하다. 독감과 비슷하게 시작하지만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전염병이다. JFK 국제공항은 전염병 비상 경보로 차단되고 검역이 실시된다. 공항에 있던 사람들은 이곳에 발이 묶이고,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은 커져만 가는데... 재산의 95%를 기부하며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거대 제약 회사의 최고 경영자인 '조나단 재파이어'는 '마닐라 독감'의 치료제인 '제트플루'를 생산하고 있지만 얼마 후 개발도상국에만 약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피습을 당한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남자와 신종 플루인 전염병.

소설이 아닌 현실이라고 생각해봐도 사실 아주 특별할 것은 없는 것 같다. 현실에서도 몇 년에 한 번씩 에볼라, 메르스 등 지독한 전염병이 돌기도 하니까 말이다. 그런데 이것이 어떤 집단에 의해 의도적으로 살포된 것이라면?! 그들이 말하는 [노아 프로젝트]는 과연 무엇인지, 인류에 닥친 이 위기를 잘 막아낼 수 있을지 긴장감이 이어진다. 빈부 격차의 심화, 늘어만 가는 기아, 자연 고갈,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지구의 수명 등을 이유로 들었지만 그들의 프로젝트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심각한 인권 문제로 이어진다. 인간의 생사여탈권을 타인이 마음대로 휘두를 수는 없는 것이니까.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마닐라 독감'과 계속해서 위기를 맞는 '노아'와 '오스카'. 모두 무사할 수 있을까?!


사실 초반 설정 자체가 등장 인물이나 배경 등이 시시각각 변화하기 때문에 적응을 위해 조금 천천히 읽었는데 각각의 인물들이 서로 연결이 되면서 속도는 빨라진다. 본격 사회파 소설이지만 제바스티안 피체크 특유의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를 버무려 스토리도 스릴도 살려냈다. 철저하게 절대악이거나, 자신만의 탐욕을 채우기 위한 그런 인물이 아닌 나름의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행동하는 인물을 저지하는데 그들의 대화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그의 신념이 옳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지만 그가 고민한 문제만큼은 우리 모두가 곰니해야 할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소설에서는 인류를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 했지만 우리는 지구의 수명을 늘리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균형이라는 것은 과한 쪽을 줄여서 맞출 수도 있지만 부족한 부분을 채워서 맞출 수도 있는 것이니까...



기아, 전쟁, 기후변화, 가난, 에너지 위기, 이 모든 재난을 제공하는 원인은 바로 인간이야. 인간들이 너무 많아. 많아도 너무 많아. (p222)


믿기지 않겠지요. 하지만 당신이 빌더베르크 모임에 대해 알고 있다면, 지구상에서 가장 영향력이 크고 부유한 사람들이 거기에 속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개별 국가의 정부는 대중들을 위한 한낱 놀이에 불과합니다.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결정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에 의해서 행해집니다. 국제연합, 유럽의회, 안전보장이사회 같은 것을은 모두 잊어버리십시오. 오직 유일무이하고 강력한 하나의 정부가 있을 뿐이죠. (p414)


"우리는 실재하는 사실들을 알고 있어. 어떤 천치라도 구글로 검색할 수 있지만, 우린 못 본 척 지나쳐버리지. 비참함에 대항하는 어떤 일도 하지 않아. 대체 왜?"

"우리가 원치 않기 때문이야."

"왜냐하면 우리는 이득을 보니까." (p59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캐리어 케이스릴러
김혜빈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19년 3월
평점 :
품절


 

 

 

캐리어 _ 김혜빈 미스터리 스릴러

고즈넉이엔티





"어머니 수술은 무사히 끝날 거야. 걱정하지 마." (캐리어 p.9)


엄마의 수술을 집도했던 남편. 걱정 말라던 남편은 엄마가 수술 중 사망하셨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런데 집으로 도착한 우편물... 엄마의 건강검진 결과지는 이미 엄마의 병을 진단하고 있었고, 검사를 실시한 의사는 남편이었다. 남편이 엄마를 죽인 것일까?


통장에 큰 돈이 입금되었다 출금되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선이는 그 돈을 본 적도 없고, 가질 수도 없었다. 그런데 그 돈의 행방을 알 것 같다. 그 돈만 있으면 준이와 아무도 찾지 못하는 곳에 가서 살 수 있을 것이다. 시아버지와 남편의 손에서 벗어날 수 있을텐데... 준을 위해 움직여야 한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남자, 마트에서 만난 붉은 메니큐어의 여자,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타투 커플, 편의점 앞에서 본 술병을 던진 남자, 구형 포드 SUV에서 내린 다리를 절뚝거리는 여자, 열쇠 가게에 새로 들어왔다는 직원 등 모두 이상하다. 남편이 나를 감시하기 위해 심어놓은 사람들인 것 같다. 출장을 간 남편이 나를 믿지 못하고 감시하는 것일까? 과연 남편에게서 무사히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초반엔 남편으로부터 자식과 자신을 지키기 위해 철저히 떠날 준비를 하는 부인의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고 정말 제정신일까 싶기도 했다. 혹시 정말 아내가 너무 예민하거나 과대망상인 것은 아닐까? 남편의 모습에서 어떤 반전이 있진 않을까 기대를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쫓기는 여자임엔 변함이 없는 데 그 내용이 실로 변화무쌍하다. 왜 자꾸 일을 더 크게 만드는 것일까, 경찰에 적극 협조하고 같이 진범을 찾아야지 왜 일을 더 꼬이게 하는지 답답했지만 읽다보면 그 과정들이 끝까지 스릴 넘치는 장면을 만들어 준다. 눈 앞에서 사라졌다가 어느새 다시 나타나는 준이. '이선'이 남편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일을 꾸미기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계속 안타깝고 불쌍했던 준이. 소설은 긴장감이 끊이지 않았지만 중간 중간 준이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돌도 지나지 않은 어린 아가가 무슨 잘못이 있다고...


고즈넉이엔티에서 출간된 케이스릴러(K스릴러) 시리즈답게 텐션이 끝까지 팽팽했던 소설이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듯 거듭되는 상황들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조금 더 현명하게 행동했으면 어땠을까 싶지만 믿을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는 그 상황에 현명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다. 허둥거리거나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고,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들을 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다. 반대로 철저하게 계획적이던 그들의 합은 제법이다. 다만 현실에서 끝까지 계획대로 이루어지기란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씀!


고즈넉 케이스릴러 시리즈 [캐리어]는 책장을 넘길 수록 독자들이 '선이'의 역에 몰입하게 된다. 스릴러 소설을 좋아한다면 준이를 안고 있는 선이가 되어 책장의 마지막까지 함께 해 보길...



그들은 일곱도 아니고 여덟이다, 하며 볼멘소리를 냈다. (p. 171)


"네 애가 과연 거기 얌전히 놓여 있을까?"

"병원 리스트, 맨 처음 알아낸 애가 진짜 현국일 것 같아?" (p. 24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3의 시나리오 1 - 의문의 피살자
김진명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3의 시나리오 _ 김진명 장편소설

RHK




이것은 소설인가, 실제 상황인가?

현실이 이정서의 소설 속에 담겨 있다. 그리고 김진명의 소설 에도 녹아 있다.


1년쯤 전에 [미중전쟁]이라는 소설을 읽은 뒤로 김진명 작가의 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워낙 유명한 작가지만 책과는 좀 거리를 두고 살았던 터라 이제서야...

현실과 나란히 하는 부분과 의혹, 의구심 등이 뒤섞여 순간 순간 모습을 드러내는 그의 소설은 정치적이지만 어렵지 않았고, 오히려 자국의 정세에 국민으로서 관심을 갖게 하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래서 이번에 [제3의 시나리오]가 출간되었다는 소식에 내용이 몹시 궁금했다. 사실 이 책이 15년 정도 전에 출간된 책으로 개정판이라는 사실을 책을 받고서야 알았다는;;


이 소설은 한 남자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된다.

베이징의 위안 검사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은 대한민국 검사 '장민하'.

소설가 '이정서'가 중국에서 피살되었는데 조사를 거듭할수록 사건은 오리무중이다. 장민하는 검사로서 이 사건에 뛰어들었지만 점차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대한민국을 위태롭게 하는 이 사건의 전말을 알고자 하는데...


풀리지 않을 것만 같던 이 사건은 장민하 검사가 이정서의 측근이었던 한 남자를 만나면서 사건의 흔적을 뒤쫓게 된다. 베일에 쌓인 것 같은 이 남자는 정보를 전하기도 하고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그 능력으로 약간의 복수(?)도 하고... 장민하는 이 남자 외에도 이 사건과 관련되어 조금이라도 거론 된 사람이라면 통화뿐 아니라 만남도 불사하고 열심히 좇는다. 장민하가, 그 남자 김정한이 궁금해 하던 제3의 시나리오! 한반도에 정통한 미 CIA 로저 스파이베이 역시 잘 알지 못하는 제3의 시나리오. 그것은 과연 무엇인가?!


궁금증만 키우다가 힘없이 바람이 쑥 빠져버리는 그런 소설이 아니다. 끝까지 이건 진짜다.

소설가 이정서를 둘러싼 정치적인 움직임도 그렇고, 탈북한 특공교관 강철민의 삶도 그렇고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한 편을 보는 것 같다. 대한민국을 장기판 위에 올려놓고 말처럼 움직이려는 그들, 결국 자신들의 이권을 밀당을 하며 긴장감을 유지하고자 하는 그들을 향한 분노. 그가 어떤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한 행위는 전혀 없음에도, 스스로 어떤 선택도 할 수 없었던 강중좌 강철민과 그 아내, 아이의 삶을 향한 연민. 소설을 읽으며 스토리에 향방에 따라 내 감정도 오르락 내리락 했을 정도로 푹 빠져서 읽었던 것 같다.


다만 하나 아쉬운 것은 벼랑까지 몰린 마지막에 결국 나름의 마무리가 되긴 하지만 소설속에서조차 대한민국이 자력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단체나 어떤 사상을 가지고 움직이는 사람들이 아닌 일반 국민 몇 명이 어떤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결국 어떠한 결정이나 힘을 휘두르는 것은 결국 우리가 아닌 것이다. 물론 이 아쉬움은 내 개인적인 생각이고, 결국 그렇기에 이 소설이 더 사실적으로 다가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슬프지만서도...ㅠㅠ


책을 꾸준히 읽어오지 않았거나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유명 작가, 많은 분량, 정치적 내용 등은 어쩐지 어려울 것 같고 잘 읽히지 않을 것 같다는 선입견이 있을 것이다. 나도 그래서 작가 김진명의 소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1026], [고구려] 등을 아직 읽지 못했는데 [미중전쟁]과 [제3의 시나리오]를 통해 자신이 생긴 것 같다. 김진명 작가의 책은 정말 몰두해서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 그런 의미로 저 책들을 올해 안에 다 읽어보기로... 꼭!!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열세 번째 배심원 스토리콜렉터 72
스티브 캐버나 지음, 서효령 옮김 / 북로드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열세 번째 배심원 _ 스티브 캐버나

북로드



열세 번째 배심원...


1%에 속하는 천재 연쇄살인마 VS 포기를 모르고 집요하게 추적하는 끈질긴 변호사


하루에 몇 시간을 이어서 책을 붙들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라 늘 틈틈이 독서를 하고 있는데, 정말 오랜만에 한 번에 끝까지 달리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던 소설이다. 뭐 이런 스릴러가 다 있지? 싶었던... 사실 연쇄살인마에 더 많은 비중을 두었다면 그의 행적으로 보아 끔찍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이었을 것이고, 법정에서 양측의 치고 받는 공방전을 늘려 놓았다면 뒤로 갈수록 힘이 빠졌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딱 적절했다. 치정으로 보이는 인기 배우의 살인사건, 연쇄살인마의 쫓기 힘든 흔적들, 위험을 무릅쓰고 끝까지 추적하는 변호사의 집념과 돈이 다가 아닌 신념, 그리고 그의 곁에서 시의적절하게 돕는 파트너, 부패한 관리들과 점점 커지는 판. 게다가 반전의 미학까지 어느 것도 놓치지 않은 스릴러였다. 인물들은 아주 튀지 않으면서도 각자의 개성이 드러나는데 그 중에서도 연쇄살인마를 그려낸 작가의 방식이 참 재미있다. 소설 속 인물들은 눈치채지 못하지만 독자들은 다 아는 범인. 범인이 어디에 어떻게 녹아들어 있는지 범죄의 수법도 독자들은 다 알고 있지만 정작 배심원들 중 누가 그인지는 마지막에 드러난다. 다 아는 것 같으면서도 알지 못하는 인물로 그려진 케인. 그리고 역시나 막판에 드러나는 그의 조력자. 끝까지 한 방을 쥐고 있던 작가의 인내심이 만든 재미있는 반전이었다.


과거 가족을 위험에 빠뜨렸던 일로 아내, 딸과 떨어져 생활하고 있는 에디 플린. 사기꾼 출신의 변호사라서 그런가 판을 뒤집어 생각할 줄 아는 인물. 한 사건의 변호를 맡아 무죄를 선고받고 나오는데 스타변호사 루디 카프가 차석 변호사 자리를 제안한다. 무려 영화배우 로버트 솔로몬의 변호를! 그는 살인사건의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게 되었다. 피해자는 그의 아내와 경호원. 강제로 집에 들어간 흔적도 없고, 밤 12시에 귀가해서 현장을 발견해 신고했다는 그의 증언과는 달리 9시에 그를 목격한 이웃이 있었다. 심지어 CCTV에도 그가 9시경에 집에 들어가는 장면이 찍혀 있는... 정말 솔로몬은 아내를 살해한 것일까?


"그가 이번 사건에 대해서 거짓말한다고 생각해요?"

"네, 거짓말하고 있어요. 뭔가 중용한 것에 대해." (p135)


뛰어난 머리와 할리우드 분장 기술,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육체는 그의 계획을 실천하는 데 필요한 최고의 무기이자 보호막이었다. 정용준님의 작품 [유령]에 등장하는 수감번호 474 신해준이 생각난다. 무통각증을 겪고 있는 그는 자신의 생명을 위협할만한 상처가 나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거울을 들여다 보며 입안 곳곳을 확인하고는 했다. 케인 역시 무통각증 환자로 보여지는데 그는 자신의 그러한 육체마저 활용하여 끊임없이 범죄를 저지른다. 유령같은 정체와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몸이 뛰어난 머리의 범죄자인 케인에겐 날개가 되어 주었다. 그의 계획이 완성될 때 그의 계획을 알아봐줄 사람이 과연 있을지... 철저하게 계획대로 실천하다가도 간혹 동전을 던져 운명을 결정하기도 하는데 그럼에도 사람들의 시선에 걸리지 않는 그의 능력은 정말 감탄이 나온다.


배심원 컨설턴트, 아널드가 케인을 열심히 응시하고 있었다. 그가 뭔가를 봤다. 그의 진짜 얼굴을 봤다. (p281)


귀신, 벽장 속 괴물, 침대 밑에 숨어 있는 악마. 부모들은 그건 단지 너의 상상이라고 말한다. 악마는 없단다. 괴물은 없단다.

하지만 있다. (p348)


삶이 바뀌는 순간을 맞은 이들. 그들은 표적이 된다.

더 나아지는 삶은 없다고, 쓸데없는 희망을 갖기 말라고 말하기라도 하듯...


스릴러의 강자라고 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즐겨 읽는 편이다. 어떤 소설은 지독히 잔혹한 장면을 넣기도 하고, 또 어떤 소설은 양측의 두뇌싸움을 치열하게 그리기도 한다. 혹은 가느다란 긴장감을 끝까지 놓을 수 없도록 만드는 심리 스릴러도 있다. 스티브 캐버나의 [열세 번째 배심원]은 잔혹한 연쇄살인범에 두뇌싸움과 법정물, 다 알려준 것 같으면서도 아무것도 알지 못하게 하여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하고, 반전의 묘미도 빼놓지 않는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가독성과 흡인력 모두 훌륭한 작품이었다. 국내 출간된 그의 소설이 아직까지 이것 단 한 권이라는 것이 매우 아쉬울 정도로... 스티브 캐버나의 작품중에 이 소설의 변호사 법조계의 사기꾼 '에디 플린'의 시리즈가 있다고 하는데 국내에서도 에디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