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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한효정 옮김 / 단숨 / 2019년 2월
평점 :

노아 _ 제바스티안 피체크
사회파 소설 / 단숨 (자음과모음)
스릴러의 제왕, 제바스티안 피체크의 본격 사회파 소설
[눈알수집가], [내가 죽어야 하는 밤] 등 '사이코스릴러'라고 불리는 작품을 출했던 작가 '제바스티안 피체크'가 본격 사회파 소설로 돌아왔다. 전작들과는 조금 다른 오싹함이 있지만 이번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정신세계도 절대 평범하지 않다. '노아'의 하루라고 하면 될까? 600페이지가 넘어가는 분량의 소설이지만 대부분의 페이지가 1박 2일간의 여정이다. 그렇다면 스토리 전개가 축축 늘어지진 않을까 염려가 될 수도 있을텐데 워낙 다사다난해서 이게 정말 이틀간의 여정이 맞는지 눈을 크게 뜨고 다시 확인하게 된다.
어깨에 총상을 입은 채 오스카의 지하 은신처인 지하철 갱도 옆 칸막이 방에서 깨어난 한 남자.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단지 손바닥에 새겨진 글자를 따라 '노아'라고 불리는데... 우연히 신문에서 본 어떤 그림으로 인해 노아와 오스카의 인생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그림을 그린 화가를 찾는다는 신문 광고를 보고 담당자인 뉴욕 뉴스의 셀린과 통화를 하게 되는데 셀린이 알려준 호텔로 이동하자 노아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다! 그를 '데이비드 모튼'이라고 부르며 평소 머무르는 스위트룸을 내어주는데 뭔가 잘 풀릴 것 같은 분위기지만 사실 이때부터 이들은 목숨의 위협을 받는다. 그런데 기억은 없다면서 이 남자 툭툭 튀어나오는 지식과, 킬러도 제압하는 전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과연 노아의 정체는 무엇일까? 목숨을 부지한 채 셀린과 접선할 수 있을까?
한편 '마닐라 독감'이라고 불리는 전염병으로 인해 전 세계가 떠들썩하다. 독감과 비슷하게 시작하지만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전염병이다. JFK 국제공항은 전염병 비상 경보로 차단되고 검역이 실시된다. 공항에 있던 사람들은 이곳에 발이 묶이고,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은 커져만 가는데... 재산의 95%를 기부하며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거대 제약 회사의 최고 경영자인 '조나단 재파이어'는 '마닐라 독감'의 치료제인 '제트플루'를 생산하고 있지만 얼마 후 개발도상국에만 약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피습을 당한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남자와 신종 플루인 전염병.
소설이 아닌 현실이라고 생각해봐도 사실 아주 특별할 것은 없는 것 같다. 현실에서도 몇 년에 한 번씩 에볼라, 메르스 등 지독한 전염병이 돌기도 하니까 말이다. 그런데 이것이 어떤 집단에 의해 의도적으로 살포된 것이라면?! 그들이 말하는 [노아 프로젝트]는 과연 무엇인지, 인류에 닥친 이 위기를 잘 막아낼 수 있을지 긴장감이 이어진다. 빈부 격차의 심화, 늘어만 가는 기아, 자연 고갈,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지구의 수명 등을 이유로 들었지만 그들의 프로젝트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심각한 인권 문제로 이어진다. 인간의 생사여탈권을 타인이 마음대로 휘두를 수는 없는 것이니까.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마닐라 독감'과 계속해서 위기를 맞는 '노아'와 '오스카'. 모두 무사할 수 있을까?!
사실 초반 설정 자체가 등장 인물이나 배경 등이 시시각각 변화하기 때문에 적응을 위해 조금 천천히 읽었는데 각각의 인물들이 서로 연결이 되면서 속도는 빨라진다. 본격 사회파 소설이지만 제바스티안 피체크 특유의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를 버무려 스토리도 스릴도 살려냈다. 철저하게 절대악이거나, 자신만의 탐욕을 채우기 위한 그런 인물이 아닌 나름의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행동하는 인물을 저지하는데 그들의 대화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그의 신념이 옳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지만 그가 고민한 문제만큼은 우리 모두가 곰니해야 할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소설에서는 인류를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 했지만 우리는 지구의 수명을 늘리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균형이라는 것은 과한 쪽을 줄여서 맞출 수도 있지만 부족한 부분을 채워서 맞출 수도 있는 것이니까...
기아, 전쟁, 기후변화, 가난, 에너지 위기, 이 모든 재난을 제공하는 원인은 바로 인간이야. 인간들이 너무 많아. 많아도 너무 많아. (p222)
믿기지 않겠지요. 하지만 당신이 빌더베르크 모임에 대해 알고 있다면, 지구상에서 가장 영향력이 크고 부유한 사람들이 거기에 속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개별 국가의 정부는 대중들을 위한 한낱 놀이에 불과합니다.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결정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에 의해서 행해집니다. 국제연합, 유럽의회, 안전보장이사회 같은 것을은 모두 잊어버리십시오. 오직 유일무이하고 강력한 하나의 정부가 있을 뿐이죠. (p414)
"우리는 실재하는 사실들을 알고 있어. 어떤 천치라도 구글로 검색할 수 있지만, 우린 못 본 척 지나쳐버리지. 비참함에 대항하는 어떤 일도 하지 않아. 대체 왜?"
"우리가 원치 않기 때문이야."
"왜냐하면 우리는 이득을 보니까." (p5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