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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투 카타르 - 축구 국가대표 팀닥터의 Goal! 때리는 좌충우돌 분투기
김광준 지음, 박보영 엮음 / 예미 / 2022년 7월
평점 :
축구 경기 보는 것을 좋아한다.
사실 리그 경기는 잘 안 본다. 어릴 때는 내가 살던 청주나 산본에는 연고를 둔 프로팀이 없었기 때문에 딱히 애착 가는 팀이 없었고. 서울은 살아본 지 얼마 안 돼서 한 번도 축구장을 못 갔다.
그래도 국가대표 경기는 꾸준히 봤던 것 같다.
축구 국가대표 경기도 좋아하고 파울루 벤투 감독도 좋아한다.
종종 아기 데리고 일산 호수공원에 나들이를 가곤 하는데, 벤투가 어느 아파트에 살고 있기 때문에 지나가다 우연히 만났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당연히 한 번도 못 봤음.ㅋ
이 책은 국가대표 팀닥터인 김광준 교수가 대한민국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 팀닥터로 일하면서 겪은 일들을 정리한 책이다. 나는 꽤나 재미있게 읽었다. 중간에 감동 먹어서 눈물 날 뻔한 적도 있다. 아니 이게 뭐라고...
이 책의 저자인 김광준 교수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세브란스병원 노년내과 교수이자 VIP 건강증진센터 부소장, 대한민국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 팀닥터이다.
솔직히 이 책 읽기 전에는 팀닥터는 전부 정형외과인 줄 알았다. 책 읽으면서 초반에 노년내과 교수라고 해서 조금 당황함. 노년내과 교수도 팀닥터를 보는구나.
우리 회사 앞에 정형외과가 새로 오픈했는데, 국가대표 축구팀 팀닥터 하시던 분이 개업했다고 플래카드가 붙어 있었다. 며칠 후에 엉치뼈 쪽에 통증이 느껴져서 참다가 한 번 가봤다. 이름을 호명하길래 노크하고 들어갔는데. 앗 깜딱이야. 여자 선생님이었잖아. 왜 팀닥터는 당연히 남자라고만 생각했을까... 아무튼 진료는 잘 받고 나왔다. 팀닥터 관련 당황했던 기억이 문득 떠올라서...
저자는 본래 내분비내과 전문의로 일하다가 2016년부터 노년내과에서 환자 진료를 하게 되었다.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마음으로 임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우울감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환자들이 사망하는 일이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도 지금처럼 열정적으로 환자를 진료하는 데 있어서 축구가 가장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사실 1인 2역을 하는 거나 다름이 없는데 개인적으로 휴가를 내서 시간을 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것도 팀닥터에 대한 나의 무지에서 기인한 착각이 었다. 팀닥터는 병원 소속이 아니라 국가대표팀 전속 닥터로서 파주 NFC 같은 곳에 상주하는 줄 알았다. 전업으로 그것만 하는건줄 알았지. 하긴, 계속 임상 경험을 쌓아 나가야 선수들을 진료할 수 있을 테니 그게 맞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책은 초반에 오스트리아 원정 경기에 대한 얘기를 비중 있게 다루는데, 나도 이 부분이 잘 생각이 난다. 코로나로 전 세계가 공포로 떨고 있었는데 평가전을 준비한다고 해서 나도 고개를 갸우뚱했기 때문이다. 어디부터 얘기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일단 평가전 일정은 선수들에게 꼭 필요한 출전 경험이었고(난 그것도 모르고 비판한 셈이고), 선수단의 출전 준비와 방역 조치도 내 생각보다 꼼꼼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하긴 나도 집에서 TV로 보는데 조현우 GK가 얼굴에 페이스 실드까지 하고 다니길래 너무 오버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그 다음날 조현우 GK도 확진이 뜰 줄이야... 확진이 몇명씩 발생해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현장에서 발생한 긴박했던 상황을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아무리 팀닥터, 아니 경험이 많은 의사라 하더라도 코로나 바이러스 앞에서는 모두가 생소하고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도 저자는 처음부터 코로나 방역과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이라는 두 목표 사이에서 밸런스를 잡으며 철저히 준비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생한 코로나 확진에도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책에는 돌발 상황에 맞는 대응법을 찾는 데 있어 벤투 감독의 협조가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원칙대로, 엄격하게 관리하는 것이 문제가 생기는 것보다 훨씬 낫다며 방역에 관한 사항을 닥터에게 일임한다. 여기서도 벤투가 어떤 스타일의 감독인지 알 수 있었다.
사실 선수들이야 코로나 바이러스로 고생을 했게지만, 월드컵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예방접종을 크게 했다는 생각도 든다. 지난 2020년 오스트리아에서의 경험이 선수들로 하여금 더욱 방역에 대한 조심성을 높이는 효과도 분명 있었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는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선수들의 출전 욕구는 어마어마했다. 몸이 부서지는 게 아니라면 어떻게든 출전해서 존재감을 어필하고 싶은 것 같다. 그리고 격리를 당하는 중에도 단 한 명도 예외 없이 각자 방에서 홈트레이닝을 진행했다고 한다. 역시 국가대표는 보통 정신력으로 되는 일이 아닌 것 같다.
방역과 관련된 이슈는 2021년 3월 한일전을 치르기로 결정했을 때도 또 말이 나왔다. 사실 나는 이때도 코로나로 힘들고, 주전도 다 빠지는데 왜 또 한일전을 하냐고 비판했었다.
결론적으로 주전들은 대거 빠졌으며, 일본 JFA의 방역 미스로 인하여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일본에 대패했다는 것이다. 그래도 다들 아시다시피 벤투 감독은 언론의 집중포화, 여론의 따가운 질책이 쏟아지는데도 불구하고 이런저런 일들을 일일이 변명하지 않았다. 오히려 경기 직후 선수들을 모아놓고, 이건 모두 자신의 책임이며 너희는 진짜 열심히 뛰어줘서 고맙다고 한다. 나는 이런 부분에서 참 벤투 감독이 멋있다고 생각한다.
한일전과 관련해서는 황보관 본부장도 경기는 질 수 있지만 중요한 건 경험이라며 월드컵 전에 어떻게든 많은 선수와 스태프들이 이런 경험을 해야 본 게임에서 실수하지 않을 거라며 평가전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렇게 책을 통해서 설명을 들으니 새삼 뒤늦게나마 이해가 된다.
뒷부분에 저자가 만난 선수나 감독들에 대한 부분은 사실 많이 알려진 얘기들이 많으니 뒤로 미룬다 하더라도 지원 스태프에 대한 부분은 이 책이 아니면 접하기 어려울 것 같다. 책에 실명까지 같이 기재를 하니 더 실감이 났고, 생각보다 많은 인력이 많은 을 하고 있기에 그 노력이 전해지는 느낌이다. 이래서 월드컵이나 올림픽에서 팀이 수상하면 코칭스태프는 물론 지원 스태프까지까지 챙겨주는가 보다.
책은 상당히 재미있게 봤다. 나로서는 한 개의 Chapter도 그냥 흘려버릴 것이 없이 다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다. 대표팀 이야기, 그리고 코로나 방역, 부상 치료, 벤투 감독의 전술까지 무엇 하나 버릴 것 없이 다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라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개인적으로는 읽는 데 좀 시간이 걸렸는데 책을 읽다가 어떤 선수나 스태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인터넷이나 유튜브에서 찾아보면서 읽어서 오래 걸린 편이었다.
또 전혀 몰랐는데 선수들이 우리 사회를 위해 어떤 형태로든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모아 대표팀 소집 기간 중 선수들에게 지급되는 일당을 기부하고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나는 개인적으로 기부 보다는 내가 열심히 경제생활을 하는 것으로 기여하겠다는 마인드라서(웃자고 하는 얘기 아님) 기부를 안 하지만, 선수들이 이렇게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 기부 대상자가 축구를 좋아한다면 선수들이 만나서 응원하고 경기장에 초청해주고 싶다고 한다.
어제는 국가대표 유소년 야구 감독에 대해 포스팅을 했는데 그것과는 반대되는 얘기네. 만약에 경제적으로 어려운 친구에게 국가대표 선수들이 기부도 하고, 경기장에 초청도 한다면 정말 평생 잊지못할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무엇이 되든 살면서 큰 힘이 되리라 생각한다.
요렇게 오늘의 서평을 마무리 하려고 한다. 축구라는 게 참 재밌죠?
어릴 때 몇 살부터 월드컵이라는 걸 봤는지 잘 모르겠다.
아마도 94년 미국 월드컵 아니었을까 싶다. 90년 이탈리아 월드컵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미국 월드컵은 아시아 예선부터 몇 경기는 본 기억이 나고. 아버지가 어릴 때 월드컵이 어떤 건지 대강 설명을 해주셨는데, 다 듣고 난 내 첫 번째 궁금증은 그럼 중국이 왜 월드컵 우승을 못하냐는 거였다. 인구가 그렇게 많은데...더 이상 그런 궁금증은 갖지 않는다. 크면서 자연히 해소되었다. 또 똑같은 얘기. 축구라는게 참 재밌죠?
이 책을 읽었다고 축구에 대한 전술적인 이해와 선수 개개인에 대한 디테일한 부분을 알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우리 대표팀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뛰고 있는지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이것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서로 이해를 하게 되면 더 응원하고. 또 대표팀도 그에 보답하기 위해 노력하리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공들여 쓴 뒷부분의 한국 스포츠 발전을 위한 제언도 빼놓지 않고 꼭 읽었으면 한다. 정말 여러 면에서 공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