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흑역사 - 아름다움을 향한 뒤틀린 욕망
앨리슨 매슈스 데이비드 지음, 이상미 옮김 / 탐나는책 / 202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매번 읽는 장르가 고만고만한 것 같아서 이번에는 전혀 다른 분야의 책을 읽어 보았다.


최근에 '신약개발 전쟁'을 재미있게 읽었는데 기존에 잘 모르던 분야의 책을 읽으면서 더 집중하고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 되니 유용한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패션에 도전했다. 패션이라...

나도 참 대학생 때나 신입사원 때까지는 옷을 예쁘게 잘 입고 다녔던 것 같은데...

특히 강남역으로 출근할 때에는 매일 똑같은 일상생활, 옷이라도 예쁘게 잘 차려입고 다니자는 생각에 형형색색 색깔별로 사서 깔끔하고 단정하게 잘 입고 다녔었던 것 같다.

지금은... 뭐 상상에 맡기는 걸로... 어릴 때, 왜 아저씨들은 저렇게 옷을 후줄근하게 입고 다닐까 싶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자연히 이해하게 된다. 아 그런 거였구나...

책은 패션. 아름다워지기 위한 인간의 욕망이 어떤 사고와 위험을 초래했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망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되었나 보다. 책은 그렇게 오래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는 않고, 주로 19세기부터 20세기 초반에 걸친 유럽과 북아메리카 사례가 주를 이룬다. 다만, 많은 경우에서 그와 유사한 사례를 저자가 최근의 상항은 어떠한지 비교하며 알려준다. 큰 틀에서는 별다른 차이가 없기도 한 것 같다. 유해 물질이 얼마나 더 들어가고, 덜 들어가고의 차이지 예를 들면 여전히 립스틱에는 납이 들어있다고 한다(2011년 기준).

책의 지은이는 앨리슨 매슈스 데이비드다. 당연히 나는 어떤 분인지는 잘 모른다.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라이어슨 대학교 패션 스쿨의 교수이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라이어슨 대학교 MA 패션 프로그램 대학원장을 역임했다. 최근 연구 프로젝트에서 옷이 전염병을 옮기고 화학 독소를 침출하고 얽힘 및 화재 등 사고를 유발함으로써 의류 제작자와 착용자의 건강에 어떻게 물리적으로 해를 끼치는지를 조사했다. 그렇다. 바로 이 책의 내용과 거의 유사하다. 저자의 이름만 보아서는 남자인지 여자인지조차 분간하기 어려울 뻔했는데 책을 읽다 보니 금방 여성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책은 위협적인 옷들의 역사를 18세기 중반부터 1930년대까지에 집중해서 기록했다. 첫 번째 장은 병든 옷에 대해 주로 이야기한다. 이가 들끓던 군인들의 군복, 노동을 착취하는 공장의 병든 노동자가 만들던 의류, 그리고 가장 위생에 민감해야 할 의사들의 넥타이. 이 넥타이도 대부분 드라이클리닝을 하지 않는다니... 이들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본다.


제2장과 제3장에서는 의류 산업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었던 독극물인 수은과 비소에 대해 알아본다. 난 잘 몰랐는데 모자 산업에 그렇게 수은이 널리 사용되었었다고 한다. 참고로 이 책의 거의 모든 분야에 대해 나는 문외한이다. 각주로 일일이 설명을 해주었지만 그래도 모르는 분야가 많았다. 그렇다고 책 자체가 어려운 것은 아니니 걱정하지 않았으면 한다. 한편 비소는 에메랄드그린 색을 예쁘게 뽑아내기 때문에 염색제로 사랑을 받았다. 물론 이 색상을 사랑했던 모든 소녀와 여성에게 영향을 미쳤다. 안타까운 일이다.


5,6장과 제7장에서는 사례를 통해 독극물이 아닌 사고 문제를 살펴보았다. 5장은 의복이 그 생산자와 소비자를 어떻게 현대사회의 기계에 끼이도록 만들었는지를 들여다본다. 너무나도 당연한 얘기지만 이사도라 덩컨 얘기도 나온다. 아마 5장에 대한 설명을 듣자마자 이사도라 덩컨 얘기가 나오지 않을까 했을 것이다. 76장은 염증을 일으키는 튀튀, 불이 잘 붙는 크리놀린과 플란넬 천 등 위험한 자재로 만들어진 옷에 대해 설명을 한다. 마지막 제7장은 셀룰로이드 소재의 빗이나 인조 실크와 같이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구했으나 인간의 삶을 망쳐버린 모조 사치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전반적으로 잘 모르는 분야지만 내용을 이해하는데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관세사가 되려면 필수적으로 공부해야 하는 과목 중에 관세율표 및 상품학이라는 게 있는데 여기서도 직물에 대해 대략적으로 공부하고 암기한다. 인워양특침편의제... 말도 안 되는 공식들을 만들어서 달달 외우던 생각이 난다. 책에서 언급하는 독성 물질. 내게는 수은이 조금 특별하고 기억에 많이 난다. 어릴 때, 내가 온도계를 하나 가지고 놀다가 터뜨렸는데 어머니가 바로 뛰어와서. 안에 수은이 들어있는 게 아니냐며 정말 놀라고 걱정하셨기 때문이다. 온도계에 수은이 들어가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보통 빨간 온도계는 수은에 색을 입혀 그렇게 만드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한다. 물론 적은 확률로 진짜 수은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책을 읽다 보니 그게 정말 수은이었으면 나는 지금까지 아무 부작용 없이 살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패션 자체를 공부하거나 이해를 돕는 책은 아니지만 패션이 우리 생활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돌이켜 볼 수 있는 책이다. 예전이 동생이 부전공으로 패션을 공부했는데, 복식사 같은 것들을 공부하는 중이라고. 이렇게 나름 복식사 아닌가 싶은데. 생각보다 많은 사진과 삽화가 이해를 돕기 위해 사용되었고, 그렇다 보니 종이도 비싸 보인다. ^^

가벼운 마음으로 읽었는데 재미도 있었고, 교양과 지식이 풍부해지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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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지기 2022-07-15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패션 좋아하는 사람이라 제목에 홀린듯이 들어와서 글 잘 읽었습니다:-)

혹시 실례가 안된다면 하나 여쭤보고 싶은데요
셀룰로이드 소재의 빗이나 인조 실크가 인간의 삶을 망친게 환경 관련한 이유인가요? 아니면 건강이라고 하나요? 옷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책 찾아보고 싶어져서요^_^;;

김태년 2022-07-28 23:03   좋아요 0 | URL
아. 제가 이제야 봤네요. 죄송합니다.
둘 다 인것 같아요. 셀룰로이드 빗과 인조 실크는 환경에 해를 끼친게 메인이기는 한데 셀룰로이드도 독성이 있고 화학적 안정성이 떨어지고요. 마찬가지로 인조 실크도 안정성이 떨어져서 화재나 폭발의 위험이 있다고 합니다. 지금 옷들은 화학 처리를 해서 그런데 이 과정에서 또 화학 물질이 다량 들어가서 환경에 안 좋기도 하다고 합니다. ^^
나중에 추가로 궁금한게 있다면 제 네이버 블로그 방문해 주시면 확인해서 답해 드릴게요.
https://blog.naver.com/ktn8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