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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오늘은 씁니다
서민재 지음 / 한평서재 / 2020년 6월
평점 :
우리말 '쓰다'엔 뜻이 참 많습니다. 맛이 쓰다, 돈과 시간을 쓰다, 글을 쓰다, 이불을 뒤집어쓰다 등. 그렇다면 '쓰다'로 바라본 우리의 일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이 말은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올까요?
- 서문 중에서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삶의 쓴 맛에 대한 내용인 줄 알았다. 그런데 서문을 읽어보니 '쓰다'의 쓰임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새삼 느끼게 되었다.
이 책의 1부는 인생 쓴 맛에 대해,
2부는 남 일을 뒤집어 썼던, 예스맨으로 살아온 과거를,
3부는 사람과 물건을 쓰는 이야기를,
4부는 글 쓰는 행위에 대한 개인적 경험과 생각을,
담아내고 있다.
그리고 각 부의 첫 장에 각각의 '쓰다'에 대한 뜻과 유의어, 반의어가 명시되어 있는데 독특하고 참신해서 좋았다.
천천히 피는 꽃이고 싶다. 나중에 슬퍼지지 않도록.
붉지 않더라도 긴 시간 동안 꽃이고 싶다.
그렇게 나는, 가늘고 길게 살아내고 싶다. p. 34
대부분의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나도, 나의 아내도 마찬가지다. 나는 그저 그녀의 타고남을 인정했어야 했다.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거다. 이 인정에 이유는 없다. 사랑에 이유가 없듯이 말이다. p. 101
화려하고 특별한 날이 있다는 건,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은 날이 있다는 것이다. 특별한 날만 특별하게 여기면 보통의 날들은 존재의 의미가 희미해진다. p. 105
인생 참 쓰더군요.
남 일을 뒤집어쓰고
남을 위해 나를 모두 써버렸습니다.
나를 잃었습니다.
홀로 마음쓰며 울었습니다.
그래서 썼습니다
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p. 171
저자의 글들이 친근하게 다가왔다. 우리가 겪을 수 있는 일상들의 얘기에 공감이 가는 부분들이 많아서 나도 저랬었는데.. 하면서 재미있기도 하고, 쓴 맛이 느껴지기도 했다.
책을 읽을 때의 자신이 좋은 것처럼, 글을 쓸 때의 자신이 좋다는, 행복하다는 저자는 <일간 서민재>를 연재하고 있다고 한다.
글 쓰는 모습이 자신의 진짜 모습이라고 믿기 때문에 오늘도 글을 쓴다는 저자가 참 행복해보이고 달달해보인다.
당신의 지금까지가 궁금하다. 그간 얼마나 방황하고, 얼마나 애썼는가? 당신은 삶의 어디쯤 서있는가?
어떤 대답도 좋다.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 당신은 충분히 애썼으니까.
하는 데까지 했던 거니까. p. 1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