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신과 의사의 서재 - 흔들리지 않고 마음의 중심을 잡는 책 읽기의 힘
하지현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11월
평점 :
흔들리지 않고 마음의 중심을 잡는
책 읽기의 힘
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몇 권의 책을 낸 작가이기도 하고 서평가이기도 하다. 그리고 1년에 100여권이 넘게 책을 읽는 독서가다. 정독보다는 여러 책을 동시에 읽어가는 다독을 선호한다고 한다.
이 책은 저자가 마음의 코어 근육을 기르기 위해 해온 독서라는 수련 과정을 기록한 것이라고 한다. 책을 좋아하게 된 계기, 책을 읽고 정리하고 분류하는 방법, 도서관과 책방 순례했던 이야기, 책을 읽고 리뷰하고 추천사를 쓰는 과정, 여행을 함께 할 책 고르기, 내 인생의 책, 불안이나 우울증 등에 관한 권하고 싶은 책들과 마지막에는 저자가 읽은 책들이 담겨있다.
저자는 예전에 블로그를 개설하고 책을 읽고 리뷰들을 올렸었다고 한다. 정제되지 않은 말과 글들, 혹평을 한 적이 있었는데 여러 권의 책을 쓰고 나서 가슴 아픈 리뷰들을 본 뒤로는 리뷰를 그렇게 쓰진 않는다고 한다. 50개의 좋은 리뷰보다 한 개의 부정적인 리뷰가 기억에 오래 남고 그 아픔이 잊히지 않는다고 한다.
책을 언제 보느냐는 질문에 책을 읽는 시간과 공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고 한다. 책 무더기들을 책상위에 분류하지 않고 올려놓고 눈이 가는 대로 읽고, 소파 근처에는 소설이나 에세이를 놓아두고 오다가다 읽는다고 한다. 1시간 이상 푹 파묻혀서 읽을 여유가 있을 때는 소설을, 잠깐의 짬을 내는 경우라면 에세이를 읽는다고 한다. 침대 옆에는 이미 읽었거나 친숙한 작가의 신간을 둔다고 한다. 낯선 감정이나 텍스트의 흐름에 놀라 잠이 달아나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균형잡힌 독서를 위한 책 고르기 3분류의 법칙으로 좌뇌 우선 책, 우뇌 우선 책, 쾌락중추 우선 책의 세 가지 분류법을 제시하는데 괜찮은 방법 같다. 읽고 싶은 책만 읽는 게 아니라 읽어야 할 책도 읽을 수 있게 할 것 같다.
오래 질리지 않고 독서를 하려면 의도적 균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책 고르기 3분류의 법칙>
좌뇌 우선 책- 인문사회, 과학책 등 알찬 지식을 전달하는 책들. 밑줄을 그으면서 읽어야 하는 책들
우뇌 우선 책- 에세이, 소설, 비소설 등 공감하거나 감성을 건드리는 것이 먼저인 책.
쾌락중추 우선 책- 만화, 일러스트집같이 쾌락을 우선으로 하는 책. 나에게 재미만을 주고 마음이 가벼워지는 책들.
저자는 내 인생의 책으로 슬램덩크를 꼽았다. ‘짧은 인생 내가 좋아하는 것을 즐기면서 살자’ 라는 강백호의 ‘나’ 중심의 삶과 ‘잘 될 거야, 걱정 마’라는 낙관적 태도가 서서히 몸에 물들었고, 남과 비교하면서 애태우지 않고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누구나 이런 인생 책이 있을 것이다. 지치고 피곤할 때 꺼내서 읽고 싶어지는 책.
저자에게 슬램덩크는 스누피의 친구 라이너스가 항상 갖고 다니는 담요 같다고 한다. 나도 좋아하는 책들이 있는데 앞으로도 더 많은 책들을 읽고 내 인생의 책들을 많이 만나고 싶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정신과 의사의 서재는 어떨까 하고 궁금했다. 다른 사람의 책장이나 서재가 궁금할 때가 있는데 저자가 좋아하는 책이나 읽었던 책들을 엿보는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저자의 진솔한 이야기, 책을 고르고 읽는 법, 저자가 읽은 책들에 관한 이야기 등이 좋았다. 그리고 ‘서재 결혼시키기’란 말이 나오는데 난 처음 듣는 얘기라서 재미있었다.
책을 읽기 시작하는 독서초보자들, 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내가 책과 이어지는 데 도서관은 최적의 공간이다. 그 안에서 나는 책과 나를 연결하고, 생각에 집중한다. 그런 공간이 있다는 것, 언제든 찾아갈 성소를 만들어두는 것은 내 마음의 안녕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 p. 49
나라면 “당신의 책장에 무슨 책을 남겼는지 말해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겠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p. 103
누구나 이런 책 한 권씩은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인생에 벼락같이 확 꽂힌 책, 아무리 낡아도 이것만은 놓거나 남에게 주고 싶지 않은 책 말이다. 이런 책은 인생의 나침반이자 이정표다. 평생 간직하고 있다가 갈림길에 섰을 때, 지치고 피곤할 때 꺼내서 읽고 싶어지고 그 역할을 톡톡히 한다. p. 258
오늘도 나는 책을 쌓아놓고 읽는다. 이건 끝이 나지 않는 달리기 같은 것이다. 시작점은 있지만 반환점도 없고 종착점도 없다. 그냥 가는 것이다. 꾸역꾸역 꾸준하게 읽어가고 새로운 것을 알고, 다른 사람의 생각과 경험을 공유하고, 세상의 이치를 알게 되면서 ‘모르는 것을 알게 되는 것’, ‘아는 것이 더욱 분명해지는 것’의 즐거움을 쌓아간다. -에필로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