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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균의 스타트업 경영 수업 - 스타트업을 스타트업하는 최고의 실전 전략
권도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스타트업 인큐베이터인 프라이머 권도균대표의 책입니다. 창업에 큰 관심이 없는 분들께 권도균대표는 생소한 인물일수도 있지만, 우리 생활과 아주 밀접한 전자결재시스템인 이니시스를 창업한 사람이 바로 권도균대표입니다. 특히나 저는 스타트업 창업을 지원하는 일을 업(業)으로 삼고 있다보니 이렇게 스타트업에 초첨을 맞춘 책이 무척 반갑습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경영학의 내용, 서점에 판매중인 경제경영서적의 많은 부분이 대기업 경영에 맞춰져 있다보니 정작 스타트업에게는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힘든 부분이 많기 때문이죠.
이 책은 <전자신문>에 연재하던 스타트업 경영에 대한 칼럼을 토대로 하고, 거기에 후배 창업가들에게 못다한 이야기들을 추가해 저술되었습니다. 창업을 준비하고 있거나, 창업의 세계에 이미 첫발을 디딘 분, 그리고 저처럼 창업을 지원하는 분 모두에게 많은 영양소를 전달하는 책입니다. 지난 6년 간 후배 스타트업을 인큐베이팅하는 과정에서 체득한 경영의 지혜가 녹아 있기 때문에 특히 스타트업 창업자가 가져야 할 자세, 대기업 경영과는 다른 스타트업 경영의 핵심, 스타트업의 성공 비결 등이 알차게 담겨 있습니다.

작가 현진건은 1921년에 <술 권하는 사회>를 발표했는데, 요즘 사회는 ‘창업 권하는 사회’가 아닌가 싶습니다.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대안으로 창업을 생각하는 사람도 많고,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창업지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창업이 아름다운 미래를 보장할 수는 없죠. 얼마 전 제가 흥미롭게 지켜보던 스타트업 기업 퀼키(Quirky)가 파산 절차를 신청했다는 기사를 접하고 많이 놀랐습니다. 독특한 아이디어 상품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지만, 경영관리 미숙과 매출 부진으로 결국 안타까운 결과에 접어 들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스타트업에 도전하는 분이 있을테고, 또 스타트업의 열매를 맺지 못하고 사업을 접는 분들도 있을겁니다. 퀄키처럼 곽광받는 스타트업도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게 비즈니스의 세계입니다. 주춧돌을 잘 놓지 않으면 언젠가 그 부작용이 드러나기 마련이죠. 책으로 모든 걸 배울 수는 없지만 그 기반을 다지기 위한 예비과정으로 이 책은 꼭 읽기를 권합니다.

권도균대표 또한 창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창업을 권합니다. 하지만 그 이유는 사뭇 다릅니다.
ㆍ실업률을 인위적으로 낮추기 위한 단견적인 정책으로써 창업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다. 변화하는 세상을 스스로 헤쳐나가는 내공을 기르는데 창업 경험만 한 좋은 도구가 없기 때문이다. (36p)
하지만 창업 무용담에 이끌려 돈과 성공의 추구를 목적으로 한 창업은 도박과 같다고 강조합니다.
ㆍ도박과 사업은 겉보기에는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내면으로는 매우 유사한 속성을 가지고 있어서 앞으로도 이 둘을 자주 비교하게 될 것이다. (39p)
ㆍ사업은 과학적인 접근과 노력의 결과로 성공을 이루는 것이고, 도박은 우연에 기대서 노력 이상의 성공을 추구하는 것이다. (40p)
창업 관련 서적에서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주제가 기업가 정신입니다. 권도균대표는 기업가 정신에 있어서도 스타트업에 맞는 자신만의 철학을 전달합니다. 일반적으로 기업가 정신의 요소로 창의성, 도전정신, 리더십, 문제 해결 능력, 불확실한 환경을 헤쳐가는 의지력 등을 뽑습니다. 하지만 권도균대표는 이는 피상적이고 모호하며,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되는 요소를 모은 것이라 지적합니다. 그 대신 관념이 아니라 행동을 유발시키는 가치관이나 사고방식이 필요하며, 기업가 정신의 특징으로 낙관주의, 주도성, 책임감, 결과중심적 사고, 이렇게 네 가지를 꼽습니다.
권도균대표는 좋은 사업 모델은 널려 있지만, 기업가 정신을 지닌 예기 기업가들이 부족함을 안타까워 합니다. 최초의 VC인 ARDC사의 창업자는 "A급 아이디어를 가진 B급 창업팀보다 차라리 B급 아이디어를 가진 A급 창업팀에 투자하겠다“고 말했다는데요, 창업자가 기업가 정신을 가지고 있느냐 아니냐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흔히 좋은 질문이 좋은 답을 낳는다고 합니다. 권도균대표는 ‘솔루션이 아닌 문제를 찾아라’는 숙제를 제시합니다. 사업 계획서의 각 문장에 ‘왜’를 붙여 의문형으로 만들고 이를 실험하고 검증하는 일이 스타트업이 해야 하는 일이라는 겁니다. 저 또한 100% 공감하는 바입니다. 당연하다고 가정하고 쉽게 그냥 넘어가서 다음 단계로 접어드는 것은 잘못된 출발선에서 시작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ㆍ왜 고객이 이것을 좋아해야만 할까?
ㆍ왜 기존 회사는 그것을 하지 않았을까?
ㆍ왜 나는 잘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가?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런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이 성공적인 창업으로 이끄는 궁극적인 출발선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특히 많이 공감하며 읽은 내용 중 하나는 ‘형용사에 속지 말고 동사로 말하기’라는 부분입니다. 권도균대표는 사업을 소개하는 내용들이 형용사로 도배되어 있으면 호기심을 잃어버린다고 합니다. 구체적인 내용 없이 형용사를 사용하면 사업 계획서의 내용을 과정하거나 의미를 모호하게 만든다는 겁니다.
ㆍ형용사로 묘사하지 말고 동사로 말하라. (128p)
스스로 작성한 사업 계획서가 있다면 ‘효율적인, 열심히, 합리적인, 혁신적인, 더 빠르게, 세상을 변화시키는, 고객이 만족하는, 신뢰할 만한, 가치 있는, 최적화된, 의미 있는, 전문적인, 우수한, 효과적인, 싸고 좋은, 실질적인, 차별화된, 뛰어난, 창의적인, 더 좋은, 열정적인, 제대로 된, 쉽고 편한, 맞춤형인, 취향에 맞는’ 등 형용사가 얼마나 많이 포함되어 있는지, 그리고 형용사를 제거하고 읽어봐도 사업이 지닌 가치가 살아나는지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권도균대표의 직접적인 경험, 다른 많은 기업들의 예화, 피터 드러커와 같은 경영 그루, 성공한 창업가들의 조언이 잘 엮인 81가지 주제를 접하며 제가 밑줄 그은 부분만 나열해도 꽤 많은 분량이 나올 것 같습니다. 최근에 7번 읽기 공부법이라는 방식이 꽤 이슈가 됐는데, 이 책 또한 한 번 읽고 끝내기보다는 여러 번 반복해서 읽고 체득하기를 권합니다. 사람의 습성이나 생각이란 게 한순간에 고쳐지지도 않고, 머리로는 그렇구나 하더라도 행동과 결정은 다르게 나올 수도 있습니다. 스타트업과 관련된 분들이라면 이 책이야말로 여러 번 반복해서 읽고 스타트업이 갖춰야 할 철학, 신념, 그 외에 실무적인 부분까지 많이 배웠으면 합니다. 제게는 늘 가까이 둘 책이 한 권 더 생겼습니다.
[밑줄 그은 문장 중 몇 가지]
ㆍ자신이 잘하는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도 경쟁에서 이기기 쉽지 않은 것이 창업이고 경영이다. 그러므로 모르는 분야에 들어가서 전쟁을 벌이면 위험하다. 자신이 잘하는 분야에서 창업 아이템을 찾고 시작해야 한다. (60p)
ㆍ훌륭한 기업은 항상 사명 중심적입니다. 또 훌륭한 설립 철학 없이 기업의 사명은 생기지 않습니다. 사명 중심적인 회사의 장점은 조직원으로 하여금 스스로 그 일에 헌신할 수 있게 합니다. (75p)
ㆍ기업가는 수필가가 아니다. 몽상가도 아니다. 기업가는 행동하는 사람이고 행동의 결과를 손에 넣어야만 만족하는 사람이다. (80p)
ㆍ회사 경영에서 멋진 아이디어에 의존하면 위험한 이유는 그것이 머릿속 상상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사업은 고객과 시장의 목소리에서 출발해야 한다. (92p)
ㆍ서류로만 보면 괜찮은 회사들이 대부분 실패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제품을 만드는 데 그쳤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원하긴 하지만 간절하지는 않은 무언가를 만드는 것은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며, 자신이 왜 실패했는지조차 알아차리기 힘듭니다. (107p)
ㆍ스타트업이 투자자에게 보여줄 첫째 목표는 '내가 제품을 만들 능력이 있다'가 아니라 '내 사업 가설이 동작한다'이어야 한다. (11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