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 - 아마존과 제프 베조스의 모든 것
브래드 스톤 지음, 야나 마키에이라 옮김 / 21세기북스 / 2014년 3월
평점 :

예전에 KAIST 교수님의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당시 그 교수님께서 아마존을 극찬하며 거론한 세 가지가 있습니다. 한 가지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구매하지 않는 전공서적(선형대수학에 대한 책으로 기억합니다)에도 질 높은 리뷰가 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한 가지는 개인 추천서비스가 정말 놀랍도록 정교하다는 것이고, 마지막 한 가지는 이 사이트는 한 번 카드를 등록해두면 이후엔 카드번호나 비밀번호, 본인인증 없이 결제가 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게 바로 ‘원클릭’ 결제 시스템이죠.
아마존은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다른 기업에 비해 제 생활과 크게 연관되는 기업은 아닙니다. 특히나 제가 원서를 읽을 수 있는 수준으로 영어를 잘 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하지만 아마존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 하나씩 들을수록 관심이 조금씩 커져갔고, 마침 ‘ㅈ’출판사에서 제프 베조스에 대한 책이 나와 당장 그 책을 구입해 읽게 되었습니다. 그 책이 나오기 6개월 전 쯤 스티브 잡스의 공식 전기도 출간되었는데, 저는 스티브 잡스에 관한 책은 읽을 생각이 없었고 부담스러울 정도(944페이지)로 책이 두꺼웠습니다. 반면 제프 베조스에 대한 책은 아마존이라는 회사와 제프 베조스라는 이름에 비하면 상당히 얇은(271페이지) 두께라 더 자세한 이야기를 접할 수 없다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원클릭 시스템과 목록에서 회사 이름이 먼저 나오게 하기 위해 a로 시작하는 회사명을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특히 기억에 남았던 아마존에 대해 더 많은 지식과 통찰을 얻을 수 있는 책이 바로 <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입니다.
사실 경영자나 회사 성공이야기를 담은 책에는 보통 미화시킨 이야기나 전후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이야기가 담기기 마련입니다. 이 책이 보다 마음에 들었던 점은 제프 베조스가 저자에게 직접 ‘이야기 짓기의 오류’를 언급했다는 것입니다. ‘이야기 짓기의 오류’는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저서 <블랙 스완>에서 만들어낸 용어로 ‘복잡한 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화시켜 받아들이기 편한 이야기로 바꾸어버리는 인간의 생물학적 성향’을 말합니다. 제프 베조스 스스로 아마존의 역사가 있는 그대로 담기는 책이 출간되길 바랐다는 얘기죠.

최근에 읽은 <넥플릭스 스타트업의 전설> 또한 ‘이야기 짓기의 오류’를 피해간 책이라 생각되는데요, 넷플릭스 창업의 계기가 된 이야기로 알려진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는 퓨어 소프트웨어(Pure Software)를 매각한 후 블록버스터에서 비디오를 빌려 봤는데, 하나를 연체하는 바람에 무려 40달러를 연체료로 낸 사건을 겪은 후 돌아오는 길에 ‘차라리 한 달에 30~40달러를 내고 회원가입을 하면 비디오를 집으로 배달해주는 사업을 하자’라고 생각한 것이 지금의 넷플릭스를 창업한 계기가 되었다는 게 정설입니다만, 이 이야기가 실은 스토리텔링이었다는 창업자의 고백이 실려 있습니다. 우리가 책에서 얻고자 하는 건 꾸며진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에서 두 책 모두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책입니다. 참고로 <딜리버링 해피니스>라는 책을 통해 자포스닷컴에서 많은 영감을 받은 분들은 <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 334페이지에서 약간 다른 버전의 이야기도 만날 수 있습니다.
저자인 브레드 스톤은 이 책을 쓰기 위해 전, 현직 아마존 중역 및 직원들과 300회 이상 인터뷰를 하고 수년간 제프 베조스와 대화를 나눴다고 합니다. 400페이지가 넘는 꽤나 두툼한 책에 가득 담긴 제프 베조스와 아마존의 역사를 짧은 서평에 담는 것 자체가 또 다른 ‘이야기 짓기의 오류’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또한 아마존의 한국 진출이 자주 거론될 정도로 아마존에 대해 알고 있는 독자도 상당히 많을 겁니다. 킨들을 사용하시는 분도 많을 거구요. 아마존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여기서 다루는 건 큰 의미가 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책 속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두 가지는 짚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첫 번째는 비전에 대한 것입니다.
“우리는 아마존을 서점이나 음반 가게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사람들이 사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찾을 수 있는 장소가 되고 싶습니다.” (105p)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제프 베조스는 아마존을 소매업체가 아닌 첨단 기술 회사로 생각했고, 그런 생각으로 인해 전통적인 서점에만 머문 반스앤노블을 일찌감치 이길 수 있었고 현재 아마존이 표방하는 the everything store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킨들이라는 전자책 뷰어는 물론이고, 성공이냐 실패냐를 떠나 구글을 뛰어넘는 검색기능을 구현하려고도 했고, 일론 머스크로 대표되는 민간 로켓사업에도 도전하는 것이죠.
예전에 읽었던 책 속 사례가 떠올랐습니다. 선풍기를 파는 회사가 비전을 선풍기를 잘 만드는 회사로 여길 것이냐, 우리는 고객에게 시원함을 제공하는 회사로 여길 것이냐에 따라 미래는 확연히 달라질 거라는 내용을 아마존을 통해서도 다시금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고객에 대한 것입니다.
아마존을 떠나 구글로 직장을 옮긴 한 엔지니어는 구글플러스에 아마존에 대한 글을 작성한 후 실수로 전체공개로 설정했습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아마존에 대해 이야기하려니 자꾸 구토가 나오려고 해서 이 글을 쓰기가 너무 힘들다. 그래도 결국 이 글을 쓸 방법을 찾게 되겠지만 말이다. 많은 면에서 아마존은 세계적 수준의 기업이다. 특히 고객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직원과 관계된 부분에서는 다르다. 그러나 마지막에 중요한 것은 고객일 것이다.” (252p)
여타 많은 CEO와 같이 제프 베조스가 직원들을 어떻게 다루는지 알 수 있는 글이자, 아마존이 고객을 얼마나 우선시 하는지 알 수 있는 글입니다. 제프 베조스가 직원을 소모품처럼 다룬다는 주장이 있지만, 회사의 실적과 고객서비스 향상에 우선적으로 에너지를 집중시키느라 인간관계가 2차적인 문제로 밀려나고 있는 것 또한 인정되고 있으니까요.

제프 베조스는 1995년 투자설명회에서 아마존이 나중에는 각 고객의 과거 구매 패턴에 맞춰 웹사이트를 재단할 수 있을 것이며, 언젠가 모든 이들이 삑삑거리는 모뎀 대신 고속 인터넷을 사용하고, 웹의 무한한 공간 덕분에 아마존 에브리싱 스토어의 꿈이 이루어 질 거라 예언했다는데요, 대단한 자신감이자 통찰력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이게 바로 오늘날 아마존의 모습이기에 더욱 놀랍습니다.
군웅할거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시대는 글로벌 기업 간의 경쟁에서 군웅할거라는 말을 떠올립니다. 책 곳곳에 구글, 이베이, 스페이스X 등이 등장할 때마다요. 2013년 워싱턴 포스트 ‘최고의 도서’, 2013 파이낸셜 타임즈 골드만삭스 ‘올해의 비즈니스 도서’로 선정된 만큼, 현재 출간된 책 중 아마존에 대해 가장 자세히 알 수 있는 책이자 얻을 수 있는 요소가 많은 책이라 생각합니다. 군웅할거의 시대, 제프 베조스의 어떤 능력이 아마존을 책을 팔던 사이트에서 모든 것을 파는 ‘the everything store'로 변모시켰는지 살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