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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2016 -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2016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15년 11월
평점 :

사회‧경제적 환경은 점점 빠르고 불확실하게 변하고 있습니다. 불확실함은 불안을 가져오기 마련이고, 국내외 연구소의 예측을 찾아보건 점집에 가서 조언을 듣건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미래를 대비하고자 하는 행동을 하게 됩니다. 역설적이게도 불투명한 상황일수록 미래에 대한 예측을 풀어내는 책도 많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보기엔(검색을 해서 숫자를 세어보진 않았으니) 작년보다 '트렌드'라는 단어가 들어간 책이 많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트렌드 관련 책을 내는 것도 트렌드인가 봅니다.
아무튼 그 많은 트렌드 책 중 제가 선택한 책은 『트렌드 코리아 2016』입니다. 저는 '트렌드 코리아'시리즈를 2014년부터 읽었는데, '트렌드 코리아'시리즈는 2009년부터 꾸준히 발간되어 여타 책에 비해 신뢰감이 가는 게 사실입니다. 김난도교수가 최근 출간한 에세이는 일부 독자들에게 안 좋은 평을 받기도 하지만 트렌드 분석에 있어서는 김난도교수가 센터장으로 있는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가 충분히 좋은 정보를 주는 것 같습니다.

이 시리즈는 매년 예상되는 소비트렌드를 10개의 큰 주제로 묶어냅니다. 매년 당해년도 띠에 해당하는 동물 이름을 넣어서 만드는 올해의 키워드슬로건은 'MONKEY BARS'입니다. 멍키바는 구름다리 형태를 띤 놀이기구로 초등학교 운동장에 설치된 걸 많이 보셨을 겁니다. 실제로 많이 놀아보셨을 테구요. 아무튼 소비트렌드 분석센터는 ‘2016년 대한민국을 둘러싼 정치‧사회‧경제적 위기의 깊은 골을 원숭이가 구름다리를 넘듯 신속하고 현명하게 무사히 건너, 안정된 2017년에 도달하고자 하는 소망’을 담아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각각의 키워드는 은유적이고, 세부적으로 실린 트렌드는 상당히 구체적이니 이 글에서 트렌드를 요약 정리하는 건 어렵기도 하거니와 불필요한 일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을 위해 출판사에서 친절하게 한 줄로 정리한 키워드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 Make a 'Plan Z' : ‘플랜 Z', 나만의 구명보트 전략
잔고가 0원이어도 소비는 우아하게, 당신의 플랜Z 는 무엇인가?
● Over-anxiety Syndrome : 과잉근심사회, 램프증후군
걱정을 사서 하는 사람들, 사회적 불안장애가 대한민국을 덮친다.
● Network of Multi-channel Interactive Media : 1인 미디어 전성시대
지금은 1인 미디어 시대. 개인방송 시청률, 공중파를 앞지르다.
● Knockdown of Brands, Rise of Value for Money : 브랜드의 몰락, 가성비의 약진
거대 브랜드의 종말, 핵심 가치에 집중하라.
● Ethics, on the Stage : 연극적 개념소비
가면을 쓴 착한 소비.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
● Year of Sustainable Cultural Ecology : 미래형 자급자족
100세 시대. 어떻게 지속적으로 잘 먹고 잘살 수 있을까?
● Basic Instincts : 원초적 본능
B급과 비주류, 루저와 질서파괴자에 열광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파헤친다.
● All's Well That Trends Well : 대충 빠르게, 있어 보이게
모든 것이 있어 보이는 ‘있어빌러티’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Rise of 'Architec-kids' : ‘아키텍키즈’, 체계적 육아법의 등장
체계적 육아에 팔을 겉어붙인 ‘아키텍키즈’의 설계자는 바로 30대 엄마들.
● Society of the Like-minded : 취향 공동체
해시태그로 하나 되는 취향 공동체가 뜬다.

물론 예측은 예측일 뿐일 수도 있고, 『프로파간다』나 『대중 유혹의 기술』이라는 책에서 보듯 유행이 될 거라는 여론을 만들어 유행을 만들어내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에드워즈 버네이즈는 "우리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사람들의 통제를 받으며 우리의 생각을 주조하고 취향을 형성하고 아이디어를 떠올린다."고 말했다고 하죠. 이 책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훨씬 더 많은 트렌드가 생겨날 수도 있을 겁니다. 변화가 빠른 시기니까요.
그래서 저 개인적으로는 트렌드 자체에 대한 관심 외에도 저와는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는 목적으로 이 시리즈를 읽곤 합니다. 같은 사회 환경에 살아가지만 수업이 만들어지는 취향의 니치(niche)들. 10개의 키워드를 보면 이미 제가 속해 있는 트렌드도 있는 반면 '이런 사람들도 있구나'하는 트렌드도 많아 많이 놀라곤 합니다.
소비 트렌드를 다룬 책이지만 본디 소비라는 것이 정치적 환경이나 사회적 환경에도 큰 영향을 받기 마련입니다. 과연 2016년이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의 바람대로 '원숭이가 구름다리를 넘듯'이 될지 아니면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는’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겠죠. 부디 『트렌드 코리아 2017』 서문에서는 그 바람이 현실로 이루어졌다는 글을 접하길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