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 3 - 세상을 깨우는 시대의 기록 역사 ⓔ 3
EBS 역사채널ⓔ 지음 / 북하우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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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되는 즉시 구입하는 책 중 하나가 지식ⓔ』 시리즈와 역사ⓔ』 시리즈입니다. 내용 자체도 흥미로울뿐더러 짧은 에피소드들이 주는 긴 여운이 참 좋습니다. 특히 역사ⓔ』 시리즈를 읽을 때마다, 학창시절에 이런 방식으로 역사를 접했다면 역사에 대해 더 많은 호기심과 지식을 갖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최소한 제 입장에서는 '역사를 왜 배워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가질 새도 없이 그냥 우리의 역사니까 하는 마음으로 학습에 임했던 것 같습니다. 단순한 지식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거죠. 물론 한정된 교과과정에 긴 역사를 다루려면 연대별로, 큰 사건을 중심으로 배우는 게 정석일 수 있지만 흔히 현재의 거울이요 미래의 길잡이의 역할로써 역사를 알아야 한다는 말이 전혀 적용될 수 없는 공부를 해온 것 같습니다.

 

비유하자면 이렇습니다. 고등학교 때 갔던 수학여행, 천년의 고도라는 경주에 갔지만 경주에 대해 아는 단편적 지식과 몇몇 문화재만 가지고는 경주에 간 보람을 느끼기엔 한참 부족했습니다. 물론 첨성대 앞에서 사진 찍고, 불국사로 이동해서 사진 찍고 천마총으로 이동해서 사진 찍는 일정도 한 몫 했고, 고등학생이 흥미를 느끼기엔 너무 학술적인 문화재 안내판도 한 몫을 했겠죠. 교과서에서는 배울 수 없는 지식을 주는 친절한 안내자가 있었다면 많이 달랐을 겁니다.

 


역사ⓔ』가 주는 장점은 이렇듯 교과목이니까, 시험을 봐야 하니까 공부하던 역사를 새롭게 바라보게 해준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큰 사건들 사이에 존재하는 빈틈을 매워주며, 역사가 단지 지나간 시간에 대한 기록이 아니고 지배층에 의해 주도된 것만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만들어온 생생한 이야기라는 것, 무엇보다 역사는 결코 지루하지 않다는 점을 일깨워준다는 점입니다.

 

역사ⓔ』 3권은 조선시대 역사가 주를 이룹니다. 우리 역사에서 현재와 가장 근접한 시기가 조선시대지만 지금 우리의 시대와는 너무나도 다른 느낌을 주는 시대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옛사람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고, 제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충분히 체계적이었고, 결코 글쟁이들만의 고루한 나라가 아니었다는 점이 참 흥미롭습니다.

 

조선시대에도 삼심(三審)제도를 운영해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제도화했습니다. 수학자 홍정하의 저서 구일집에는 파스칼의 삼각형, 이항계수 정리, 10차 방정식의 풀이까지 담겨있다고 하니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성균관의 수업은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는 질의문답식으로 진행됐다고 하는데, 오늘날 오히려 주입식교육의 문제점이 부각되는 것과는 사뭇 다름을 느낍니다. 물론 과거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남의 답안지에 몰래 자기 이름 써넣기, 뇌물로 시험관 매수, 도포 자락에 예상 답안 써넣어 가기, 밖에서 써준 답안지 몰래 건네받기, 콧구멍 속에 답안을 숨기기까지(!) 했다는 부분에서는 실소와 함께 예나 지금이나 머리 굴리는 건 똑같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 역사에 대해 자부심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고려시대의 청자 기와에서, 울산에서 발견된 암각화에서, 위에서 말씀드린 수학에 대한 연구를 보면 대륙의 끝자락에 있는 작은 나라지만 결코 작지 않은 나라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우리의 역사를 살피며 자부심을 느끼기 전에 우리의 지금은 그 자부심을 유지할만한 상황인가를 생각해봐야겠죠.

 

<역사채널 >의 이상범PD는 프롤로그에서 우리는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가라는 화두를 던집니다.

 

역사는, 내가 지금 저지르고 있는 어리석음과 오류와 과오를 돌아보게 한다. 이에 대한 따끔한 지침을 주고 제대로 된 방향을 제시한다. ... 우리는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가.”

 

저자가 조선시대의 소송제도, 과거시험, 19세기 말의 영어교육 열풍, 조선에 정착한 크리스마스, 조선의 흡연 실태 등을 오늘날 우리의 모습과 연결시키고 의미를 찾는 이유도 이 화두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함입니다.

 

얼마 전에 역사ⓔ』 4권이 출간됐습니다. 그 책을 읽기 전에 3권에 대한 느낌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 역사저널 그날등 역사를 딱딱하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책과 프로그램이 자주 눈에 띄는 것도 참 반갑습니다. 역사교과서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역사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어떤 목적으로 역사를 가르쳐야하고 배워야 하는가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역사는, 내가 지금 저지르고 있는 어리석음과 오류와 과오를 돌아보게 한다. 이에 대한 따끔한 지침을 주고 제대로 된 방향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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