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숲 - 히가시노 게이고

잠자는 숲 ㅣ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6월

근래에 출간된 가가형사 시리즈 4권중 1권인 잠자는 숲을 읽었다.

작가는 이미 말이 필요없는 히가시노 게이고!

워낙 다작이기도 하고, 국내에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작가이기도 하기에

거의 모든 작품을 독파하고 있는데, 이번 한번에 4권 출간은 충격이자 즐거움이었다.

우선 첫번째 편격인 졸업 - 설월화 살인 게임을 읽고,

이어서 이 두번째 편격인 잠자는 숲을 손에 들었다.

 

가가형사 시리즈는 전에 '붉은 손가락'과 '악의'로 만나본 적이 있었는데,

군에 있을때 읽어본 작품이라 감회가 새록새록하다.

냉철한 머리, 뜨거운 심장, 빈틈없이 날카로운 눈매로 범인을 쫓지만

그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에 대한 따뜻한 배려를 잃지는 않는 형사.

그가 왜 히가시노 게이고의 사랑을 차지하고 있는지,

20년간 그의 작품속에서 등장하는지를 이 속에서 알 수 있었다.

 

'잠자는 숲'

우선 표지에선 발레를 하는듯한 다리와 토슈즈가 눈에 띄었다.

'이번 소재는 발레구나!' 하는 기대감이 팍팍 솟았다.

아까 언급했듯이 원체 다작 작가이기도 하지만,

소재 또한 다양해서 사전조사 및 분야지식이 탄탄해서

그의 작품들이 인정받는 것이고, 인기있다고 생각되었다.

 

발레단에서 일어난 연이은 살인사건, 그리고 자살

트릭과 살인무기 등은 밝혀지지만

도대체가 드러나지 않는 동기에 작품내내 궁금증을 안고 산다.

어떻게 죽이냐! 하는 트릭! 또는 누가 죽였냐! 하는 범인!

이런것을 쫓는 추리소설보다는 왜 죽였냐! 하는 추리소설을

쓰고 싶다고 항상 말하듯이 이 작품도 그러했다.

 

그리고 여전히 히가시노 특유의 Magic인 허찌르기는 발군이었다.

반전이랄까!? 사전에 깔아놓은 포석들이 결말부분에서

빛을 발하는 순간부터는 그의 매력에 빠져

또 다음작품을 갈구하게 된다.

 

아! 그리고 '붉은 손가락'이 국내에서 먼저 출간되서 당연스레

먼저 보게 되었었는데, 혹시라도 두 작품을 접하실 분이라면

졸업 -> 잠자는 숲 -> 붉은 손가락 순으로 보시는 것을 추천한다.

그러니까 국내출간작 순으로 보다는 실질 작품출간순으로 말이다.

(누군가가~ 둘중 하나가~ 는 미구독이라 이것만^^)

당연히 사건이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아버지와의 이야기라던지, 애인사라던지;;

가가형사의 인생 흐름을 쏠쏠히 느낄수 있고,

더 재밌게 보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특히나 이 작품에서는 '졸업' 편에서

조금 밍밍하게 느꼈던 러브스토리가

헌신적이고, 로맨틱하게 찾아온다.

(비록 다른사람이지만;;)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 중 최고의 로맨틱 러브스토리라고 평가된다는데,

(내 생각엔 러브스토리 자체가 몇개 없던걸로;;;

개인적으론 비밀도 최고였는데;;;)

 

머, 아무튼간에 최근에 읽은 모 작품이 너무도 아쉬웠었는데,

그것을 메꿔주는 좋은 작품이었고,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였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서스펜스나 성장소설로

다른장르에 도전하기보다는 그의 팬들을 위해서라도

히가시노식 추리소설을 계속 써주는 게 너무나 좋을 것 같다.

나는 어느새 다음 작품을 찾아보고 있다.

톰소여 비행클럽

톰소여 비행 클럽 - 판타스틱 청춘 질주 사기극
하라다 무네노리 지음, 임희선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7월

미스터리 소설 매니아이고, 또한 그런류밖에 읽지 않던 나로써는 이 작품은 외도이자 휴식타임이었다. 그렇다고 아무책이나 잡고 읽은 것은 아니고, 판타스틱 청춘 질주 사! 기! 극! 이라는 문구에 끌려서 감상하게 되었다. 게다가 만화책 '전선 스파이크 힐즈'의 원작소설이라고 해서 더욱 눈길이 갔다. 책의 두께도 적절하고, 안의 글자배열도 상당히 읽기 편하게 배려되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분량보다는 자간이나 장평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때문에^^;;
 

 그럼 책의 내적인 면으로 돌아와서, 일단 보고 난뒤의 총평은 단 한마디로 말하자면 재밌었다. 음... 내 취향은 아니지만 머랄까 소소한 잔재미가 있었고, 소재도 소매치기와 입시시험지 탈취라는 실감나는(?) 소재라 또는 그런것을 꿈꿔봤던 소재라 더욱 그랬던 것 같다. 신기에 가까운 소매치기 능력을 지닌 노무라 노부오, 그리고 그의 능력을 우연히 포착한 동급생 수학, 또 남자만 나오면 재미없으니까 홍일점 기쿠치, 이 3명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펼쳐진다. 굳이 주인공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지닌 치사토 할머니를 포함시킬수도 있겠지만 조연에 가깝고, 어여튼간에 높은 수준의 대학교 시험지를 훔쳐 시험을 본다는 계획을 세운다. (아이구 부럽던 -_-;;)

 

 내용중간 조금 전체관람가이기에는 야한 부분이 나오기도 하는데, 일본이니까;; 라고 이해하고 넘어가고, 어쨋든 계획의 틀안에서 큰 변화없이 진행된다. 성장소설 느낌도 나고, 모험소설 느낌도 나는데 작품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약간 충격적인 사건도 일어나고, 그동안 너무 심심해서인지 갑자기 극한으로 치달음에 낯설기도 했다. 또한 결말도 적절하다고 생각되면서도 씁쓸한 미소를 지울수 없는 그런 마무리였다. 만족하다고 하기에는 앞에 공들인 시간이 길고, 불만족하다고 하기에는 이 이상 적절한 결말이 없다고 할까^^

 

 또 인물들에 자잘한 설명이 없이 진행된 점도 아쉬웠다. 왜 주인공은 이렇게까지 어머니에게 짜증을 내야하는지, 수학이나 기쿠치의 특이한 성격에 대해서라든지, 부연이야기없이 진행되었다. 그런데 역으로 생각해보면 그런 이야기없이 이렇게 장편으로 끌고 온 것도 신기하기까지 한 것이다. 질질 끌 것 없이 딱 본스토리에 적절한 보조스토리로 구성. 그만큼 작품에 지루함은 없었다고나 할까? 분명히 단조로운데 재미는 있던 그런 느낌이다.

 

 앗! 그리고 제목이 톰소여 비행클럽! 원제도 헤이세이 톰소여!로 확실히 톰소여에서 영감을 얻었든, 톰소여의 느낌을 살렸든 관련이 있는 작품 같았다. 비록 내가 톰소여의 모험을 안읽어봐서 전혀 못느꼈지만 말이다;; 분명히 분석(?)해보면 아쉬운 면이 있는 작품이지만, 전문가도 아니고, 평론가도 아니고, 그저 소설이 좋아서 읽는 독자인 나에게는 좋았던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5천년 내력의 중국 황실 건강법

5천년 내력의 중국 황실 건강법 - 어의에게 듣는 생로병사의 비밀
자오양 지음, 이설영 외 옮김 / 살림 / 2008년 6월

'뭐니뭐니해도 건강이 최고다!'

이런말은 머 귀에 박히도록 들었을 것이다.

얼마 전에도 웰빙 열풍이 불었고,

지금도 그 열풍은 약간 사그러 들었지만 계속 유지되고 있다.

무기농 채소나 건강식품등이 쏟아지고 있으며,

요가, 벨리댄스, 헬스 등으로 몸짱열풍이 불고 있다.

그렇지만 이 모든것의 궁극적 목표는?

'장생'이 아닐까?

건강하게 오래사는 것이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소원일 것이다.

 

200만년이 넘는 인류역사에서 인간에게 질병이 잠시라도 떠난적이 없었던 비극!

이러한 질병을 치료하고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노력 역시 인류 발전에 맞춰 진보하였다.

이 '5천년 내력의 중국 황실 건강법'은 그 비극을 도와줄 수 있도록

귀중한 이야기들을 가득 담고 있다.

 

불사하면 생각나는 진시황의 음식이야기!

중국 최고의 권력자들이 먹고 살아온 먹을거리의 비밀!

흥미와 재미 이외에도 얼굴로 만병을 보는것, 맥과 혈로 건강을 찾는것 등등

유용한 정보가 가득하다.

 

이 책의 저자 자오양은 홍콩과학기술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중국농업대학과 중국인민대학의 겸임교수,

중국농촌정책연구센터 비서장으로 재직중이다.

그러니 자연스레 이 책의 신뢰여부는 말할것도 없을것이다.

 

접근할수 없었던 중국 황실의 건강법!

이 책으로 모든 것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 정말 기쁘기만 하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50가지 이야기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50가지 이야기 - 생각의 크기를 쑥쑥 자라게 하는, 미국판 탈무드 ㅣ 생각 쑥쑥 어린이 시리즈 1
제임스 M. 볼드윈 지음, 김희정 옮김, 이정헌 그림 / 스코프 / 2009년 6월

 
아차차!

'생각의 크기를 쑥쑥 자라게 하는'

제목 앞에 붙은 이 문구때문에 순식간에 느껴버렸다.

'아동용이구나...'

제목만 보고 책을 펼쳐보려다가 순간 놀랐다.

20대인 내가 읽어도 공감을 할런지, 제목대로 재미있어 할런지,

정말 많은 걱정이 들었다.

그래도 한가지 희망은 '미국판 탈무드'라는 문구가 있어서

과거 탈무드를 정말!! 굉장히!! 아주많이!! 재밌게 보았고,

감명깊게 보았기 때문에 기대를 놓지는 않았다.

 

일단 책을 펼쳐보니 글자크기나 그림 등이 확실히 아동용이었다.

초등학생 또는 글을 읽을 줄 아는 아이들을 위한 책이라고나 할까?

부모님이 읽어주어도 좋아보였다.

어찌됐든 책 외적인 것은 이만 각설하기로 하고, 내용은 간단한 이야기였다.

제목 그대로 50가지의 이야기가 풍성하게 담겨있었는데,

각각의 이야기마다 지혜, 용기, 나눔, 자기계발 등의 분야로 표시가 되어있고

친절히 교훈을 생각 꾸러미에서 마무리해주었다.

이야기가 전하고자 하는바를 정확히 집어주어서 부모님들이 좋아할 만 했다.

중간중간 그림은 아이들이 책에 질리지 않게 한 배려도 돋보였다.

(내 나이가 몇갠데 나도 이 그림이 좋았다는;;)

 

포카혼타스, 윌리엄 텔, 소크라테스 등 유명한 사람들의 실제 이야기,

또는 전 세계에 퍼져있는 유명하지만 교훈있는 이야기 등이 알찼고,

그 인물들에 대한 부연설명도 별도의 공간(역사속으로 폴짝!)에 간단히 나와있어 상식에도 도움이 되었다.

 

그야말로!! 제목그대로!!

생각의 크기를 쑥쑥 자라게 하는데 좋은 책이었다.

다만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라 하기에...

내가 그것을 느끼기에는 나이가 맞지 않았다.

이미 십년도 더 전에 떼고도 남을 나이;;

일단 대한민국 초등학생들에게는 추천할만했다^^

 

지혜를 발휘하여 위기를 벗어나는 '코를 베지 말아라'

웬지 요즘 부쩍 공감하는 '나는 다시는 왕관을 쓰지 않겠다'

어렸을 적 본듯한 '사자와 친구가 된 남자'

상식으로 알고 있던 '유레카 유레카'

이 나이에 읽긴 유치하기도 하고, 기대만큼의 재미는 아니였지만

간만에 어렷을적으로 돌아간 느낌이기도 했고,

느낀것도 많았다.

 

책을 다 읽고 마지막 옮긴이의 말에서 원래 제목이 <<Fifty Famous Stories>>라는것을

알았을때 실소를 짓게 되었는데 그게 가장 재밌었던 것 같다;;

좋은 책! 교훈이 가득한 책!  역사와 우화가 재밌는 책!

조카에게 선물해주어야겠다.

그레이브야드 북

그레이브야드 북
닐 게이먼 지음, 나중길 옮김, 데이브 매킨 그림 / 노블마인 / 2009년 6월

 
'그레이드야드 북'
추리&미스터리 소설이 아니고서는 선뜻 손을 뻗지 않는 편식쟁이인 나
한국이나 일본소설이 아니고서는 더더욱 말할 것도 없다.
나름 대작이라고, 또는 권위있는 상을 받았다고 서양쪽을 건드려봤다가
입에 잘 안맞아 후회한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은 추리&미스터리도 아니고, 더군다나 닐 게이먼이라는 영국인의 소설이다.
아주 딱 잘라서 펴볼일이 전혀 없었다.
그러나...
딱 한가지 이유가 나를 끌어들였다.
군대 일병시절, 힘들고 고된 막내일에 지쳐있을때 영화감상 시간으로 틀어주었던
'스타 더스트' 거의 군대서 처음보는 영화에 행복해하며 재밌어했었다.
바로 그 추억의 영화의 원작작가인 것이었다.
정말 감회가 새로웠고, 갑자기 급 감상욕구가 일어났다.
그리곤 바로 펴자마자 쉬지않고 끝까지 읽게 되었다.

 

우선 내용과는 별개로 책이 핑크빛의 예쁜 양장으로 이루어져 소장가치를 더했다.
소장할 때는 감상시 표지왼쪽 접히는 곳에 구겨짐이 가장 씁쓸한데,
그 배려가 되어있어서 아주 좋았다.
책안에는 그림도 일반소설보다 많아서 웬지 편한 느낌을 주었다.
글자만 계속 보는 지루함을 없애주었다고할까?

 

내용은 어느날 밤, 일가족이 어떤 암살자에 의해 살해당한다.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누나...
그러나 주인공인 아기는 기적적으로 그 사건시간에 아장아장
걸어나가 공동묘지로 가서 목숨을 건지게 된다.
머, 알고 그런건 아니고;; 우연히말이다;;
(알고 갔으면 이건 머 판타지도 아니고 졸작이겠죠;;)
그곳에 살고 있는 유령들이 발견하고,
한 부부가 키우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묘지밖이 궁금한 유년시절을 거쳐,
우연히 만난 스칼렛이라는 소녀와의 인연으로
결국 밖에 나가게 되고 자신의 비밀 그리고 가족살해의 이유등을 알고,
복수를 결심하게 된다.
그리곤... 스포일러로 생략^^

 

다읽고 후에 알았는데, 작가가 정글북을 모티브로 20년간 구상한것이라고 한다.
말이 20년이지 정말 후덜덜;;
머, 20년전에 생각했다가 19년뒤부터 쓰기 시작한 것이겠지만;;;
어찌됐든 그만큼 굉장한 작품이라는 것이다.
추가적으로 이 작품속에서 주인공이 배운 기술
'사람들의 눈앞에서 서서히 사라지기', '사람들의 꿈에 나타나기' '벽뚫고 지나가기' 등
나도 배울수는 없을까;; 상상해보았다.
특히 벽뚫고 지나가기는 하앍 >_<
아, 아니 나쁜 생각은 없이 그냥 순수한 의미로...(응!?)

 

작품의 전체적인 느낌은 판타지도 판타지지만, 성장소설의 느낌이 강하였다.
주인공 노바디의 유소년 시절부터 홀로서기를 할 수있는 나이까지의 기간이고,
좁은 묘지속에서 넓은 세상으로 나가면서 마무리가 되기 때문이다.
천부적인 서사적 감각, 긴장감을 엮어내는 기술, 어둡고 매끄러운 유머감각
이 세가지가 정말 조 힐 작가말대로 뛰어났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게 작가라지만, 닐 게이먼 정말 대단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