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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의 문장들 ㅣ 문장들
제인 오스틴 지음, 박명숙 옮김 / 마음산책 / 2019년 10월
평점 :

제인 오스틴의 대표작이 너무 강렬해서였을까. 《오만과 편견》을 읽은 뒤 몇 년이 지나서야 제인 오스틴의 다른 작품을 읽게 되었다. 인상적인 대표작에 가려져 있었지만 그 못지 않게 즐겁게 읽었던 《이성과 감성》, 《설득》. 시간이 조금 더 흘러 제인 오스틴의 많은 작품들을 추천해주었던 소중한 제이나이트 한 분께 《제인 오스틴의 말들》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고, 하루에 조금씩 읽어나갔다.
"우리는 훌륭한 문학작품이나 영화를 보면 유독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인상적인 명대사나 구절을 마음속에 담아두고 자꾸만 곱씹게 된다. 그런 말들은 대개 자생력이 강해서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글에서 글로 전해지면서 다양한 의미와 가치가 덧붙여지곤 한다."라며 제인 오스틴의 소설 속 문장들을 엮고 옮긴이는 말했다. 《제인 오스틴의 말들》을 읽으며 인상적인 명대사들을 기록해두었고, 좋은 기회로 의미와 가치를 덧붙일 시간을 갖게 되었다.
《제인 오스틴의 말들》을 읽으며 변하지 않는 인간의 고유한 감정에 대해 생각하며 신기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사람들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울고, 웃고, 아프고, 즐거워하는구나. 그래서 200년 전 많은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던 제인 오스틴의 문장들은 시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제이나이트들을 즐겁게 만든다. 그 아름다운 문장들을 이렇게 기록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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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사이의 끌림에는 대부분 감사하는 마음이나 허영심이 적잖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그대로 놔두는 건 효과적이지 않아. 언제나 시작은 자유롭게 할 수 있어. 약간의 호감은 충분히 자연스러운 거니까. 하지만 상대방으로부터 아무런 반응이 없는데도 진심으로 사랑에 빠질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어. 여자는 열에 아홉은 자신이 느끼는 것보다 더 많은 애정을 표현하는 게 좋아."
그가 하는 말 하나하나가 더없이 적절했고, 그의 행동 하나하나마다 품위가 넘쳤다. 엘리자베스는 머릿속에 온통 그로 가득한 채 그곳을 떠났다.
"처음에는 어떻게 시작이 된 거에요?" 그녀가 물었다. "일단 시작되고 나서는 서서히 빠져들었다는 건 알겠어요. 하지만 처음에 어떤 계기로 시작이 된거죠?"
"어떤 계기가 된 시간이나 표정이나 말을 꼭 집어서 말할 순 없어요. 너무 오래전 일이라. 하지만 사랑이 시작되었다는 걸 알기 전부터 난 이미 당신한테 푹 빠져 있었던 것 같아요."
"정찬을 먹으러 왔을 때는 좀 더 편하게 이야기할 수도 있지 않았나요?"
"당신에 대한 사랑이 덜했다면, 그랬을 겁니다."
"그의 마음을 알 수만 있다면, 모든 게 쉬워질 텐데."
"다정한 마음보다 매력적인 것은 없어," 나중에 그녀는 혼잣말을 했다. "어떤 것도 그에 비할 순 없는 거야. 정감 있고 솔직한 태도에서 우러나오는 따뜻하고 다정한 마음은 세상 어떤 똑똑한 머리보다 매력적일 거야. 분명 그럴 거야."
'이 남자는 여자들한테 지나치게 친절한 편인데 과연 한 여자와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에마는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세상에는 사랑하는 방식이 백 가지도 더 되니까, 뭐.'
"우리가 타고난 능력 중에서 다른 어떤 것보다 월등히 놀라운 게 있다면 그건 기억이라고 생각해요. 기억의 힘과 한계와 불균등에는 우리의 다른 어떤 지적 능력에서 보는 것보다 놀라운 불가해한 면이 있는 것 같아요. 기억은 때로는 아주 오래가고, 아주 쓸모가 있으며, 매우 고분고분하기도 하죠. 또 때로는 매우 당혹스럽고, 힘이 전혀 없기도 하고요. 하지만 또 어떤 때에는 무서운 폭군처럼 굴면서 우리의 통제를 벗어나기도 하지요! 인간은 분명 모든 면에서 기적같은 존재예요. 그중에서도 특히 기억하고 잊어버리는 능력은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경지를 넘어서는 것 같아요."
"누군가의 방식이 다른 사람의 방식만큼 좋을 순 없겠지만, 우린 모두 자기 방식을 가장 좋아하는 것 같아요."
"내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고, 내가 좋게 생각하는 사람은 그보다 더 적어. 세상을 알아갈수록 불만이 더 커져가. 그리고 매일매일 인간의 성격이란 게 얼마나 모순투성이인지, 겉으로 보이는 장점이나 분별력이 얼마나 믿을 수 없는 것인지를 깨닫게 돼."
"누군가의 마음을 상하게 할 생각은 결코 없는데, 한심할 정도로 숫기가 없다 보니 종종 무심하다는 인상을 주는 것 같아요. 난 다만 타고난 어색함 때문에 표현을 잘 못하는 것뿐인데 말이죠."
"자꾸 만나니까 나아졌다는 것은 그의 생각이나 태도가 개선되었다는 뜻이 아니에요. 그 사람을 더 잘 알게 되니까 그의 성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었어요."
"나에게 유쾌한 친구 몇 명만 주세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하고만 있게 해주세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하고 내가 좋아하는 곳에서 있게만 해주세요. 다른 건 아무래도 좋으니까요. 이게 내가 가장 바라는 겁니다."
비 오는 아침이 다른 즐거움들을 빼앗아 갈 때에도 그들은 비와 진창에도 아랑곳없이 만나 방 안에 틀어박혀 함께 소설책들을 읽곤 했다.
"좋은 사람들끼리 어울리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에요. 그리고 좋은 사람들은 언제나 함께 어울리기 마련이죠."
"집에 있는 것만큼 진정으로 편안한 게 없죠."
블라슈포드 양은 꽤 상냥한 편이야. 난 사람들이 아주 상냥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그래야 사람들을 아주 많이 좋아하는 불편한 일이 없을 테니까 말이야.
언니한테는 이보다 길게 편지를 썼어야 했는데. 하지만 마땅히 그래야 하는 만큼 사람들을 대우하지 못하는 게 나의 슬픈 운명인 것 같아.
사랑하는 에드워드, 너에게 신의 축복이 있기를. 행여 병이 나더라도, 내가 그랬던 것처럼 따뜻한 보살핌을 받고,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축복을 누릴 수 있기를. 함께 아파해주는 사람들을 네 곁에 둘 수 있고, 감히 바라건대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축복이 너와 함께하기를. 너 스스로 그들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충분히 있다고 느끼면서 말이지. 난 그렇게 느끼지 못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