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사나이의 크리스마스》 _모두의 즐거운 크리스마스!

양 사나이의 크리스마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우일 그림, 홍은주 옮김 / 비채 / 2019년 12월

크리스마스! 혼자 앉아 쓸쓸하게 보내는 그림보다 친구, 연인, 가족 등 누군가와 함께 보내는 그림이 더욱 잘 어울리는 날. 여느 날과는 다르게 설레고 신나는 들뜬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해 끝나는 것이 아쉬운 그런 날. 그런 이유 때문인지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영화와 소설들은 언제나 즐거운 이야기로 가득하다. 어릴 적 무척이나 좋아했던 <나 홀로 집에> 시리즈에서도 주인공 케빈은 두 도둑들을 상대하며 소소한(?) 모험 이야기를 보여주었으니까.

무라카미 하루키 역시 자신의 동심을 가득 담아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모험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트 컬래버레이션으로 이우일 작가의 귀여운 일러스트가 덧대어진 《양 사나이의 크리스마스》은 한층 그 모험 이야기를 더욱 즐길 수 있도록 한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다채로운 모습을 따라가다 보면, 올해는 어떤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을까? 란 질문을 하게 된다.

해마다 음악에 재능이 있는 양 사나이 한 명을 뽑아 성 양 어르신을 추모하는 크리스마스 음악 작곡을 의뢰받은 양 사나이는 근사한 음악을 작곡하고자 한다. 그러나 겨울이 다 오도록 작곡을 시작하지 못한 양 사나이는 고민에 빠지게 되고, 가장 똑똑한 양 박사를 찾아가게 된다. 양 박사와 이야기를 하던 중, 그동안 크리스마스이브에 구멍이 난 음식을 먹었기 때문에 저주에 걸렸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크리스마스의 저주라니!

양 사나이는 자신에게 걸린 저주를 풀기 위해 양 박사가 알려준 대로 시행하기로 한다. 오래전 성 양이 구덩이 아래로 빠졌던 것처럼 양 사나이 역시 그렇게 해야 된다는 말에 그는 구덩이를 파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두운 밤, 불빛 하나 없는 곳에서 자신이 낮에 파 놓았던 구멍을 찾던 양 사나이는 모르는 사이에 구멍 속으로 빠지게 된다. 구멍 밑에선 무엇이 그를 기다릴까?

구멍에 빠진 양 사나이가 그곳에서 꿈같던 크리스마스를 보냈듯이 올해 모두의 크리스마스 역시 즐거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 위를 걷는 양 사나이의 뒷모습이 결코 쓸쓸하고 걱정 많아 보이지 않았던 것처럼, 모두에게도 행복한 크리스마스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