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의 말 공부 - 무조건 성공하는 회사를 만드는
고야마 노보루 지음, 안소현 옮김 / 리더스북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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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의 말에는 사장의 경영 원칙과 사고방식이 담겨 있고, 이는 조직의 방향과 분위기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회사는 사장이 말하는 대로 굴러간다고 할 수 있다. (p. 6)

 

서점에 들어서는 순간, ‘과 관련된 수많은 책들을 만날 수 있다. 그만큼 우리는 말에 많은 신경을 쏟는다. 말이 사람의 생각을 표현하는 수단이고, 그래서 그 무게가 상당하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한 조직을 이끌고 책임져야 하는 위치에 오른 사람일수록 그 무게를 버텨내야 한다는 사실이 중압감으로 다가올 수 있다. 조직을 성공의 길로 이끌 수 있는 말은 무엇이 있을까?

주식회사 무사시노의 사장이자 기업 컨설턴트인 고야마 노보루는 한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장의 말투라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꺼낸다. 사장의 말공부는 그가 30년간 직접 회사를 경영하고 수백 개의 기업을 컨설팅하면서 찾아낸 사장의 말 공부법을 담은 경영 전략서이자 화술서다. 고야마 노보루는 자신이 무사시노를 경영하면서 실제 있었던 경험과 사례들을 제시하면서 회사 성공에 사장의 말이 얼마나 중요하게 작용하는지 명확하게 전달한다.

 

우리 회사에는 클레임이 발생하면 사장이 모든 것을 책임진다라는 규칙이 존재한다. 클레임이 들어오게 한 사람을 직원으로 채용한 것도, 대처가 미숙한 사원을 클레임 처리 담당으로 배치한 것도, 클레임이 생긴 상품을 취급한 것도 모두 사장인 나, 고야마 노보루의 책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p. 15)

 

사장의 말공부는 경영 현장에서 사장에게 꼭 필요한 말하기 습관을 마케팅, 영업, 인사, 자금, 회계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지침들로 제시한다. 고야마 노보루 특유의 돈과 사람을 끌어당기는 말하기 습관은 그가 평소에 어떤 철학을 가지고 회사를 경영하는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도록 만든다. 사장보다는 사원의 입장에 가까운 나로서는, 그의 경영 철학이 대한민국 사업가에서는 보기 드물 정도로 이상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장의 말공부를 읽다 보면, 모 기업의 PR 문구가 생각난다. ‘사람이 미래다.’ 회사가 성장하기에 앞서 고야마 노보루는 사람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사장의 말로 하여금 사원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결국 이는 회사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본다. 그래서 사원들이 끊임없이 성장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시도를 꾀한다.

 

사람은 누구를 만나는가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사원이라면 어떤 상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미래가 바뀐다. 그렇다면 간부 사원을 철저히 교육시켜야 회사 전체의 수준이 높아질 것이다. (p.140)

 

특히 인사 관리 부분은 인상에 남을 정도였는데, 사원들의 성장을 위해서 그룹을 정해놓는다는 것이었다. 물론,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이 함께 섞여 있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실력의 그룹을 형성한다는 것이 새로웠다. 자신의 위치에 안주하지 않기 위해 미묘한 실력 경쟁은 모든 사원들을 성장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의아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취준생의 신분으로서 사장의 경영 철학을 이해하기보다는 그의 마인드를 이해하고자 했다. 그렇게 접근하다보니 상당히 마음에 드는 구절을 발견하였고 그 구절로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꿈을 푸고 행동하는 사람과 꿈이 없이 행동하는 사람은 확실히 다르다. 꿈은 도망치지 않는다. 도망치는 것은 자기 자신일 뿐이다. 꿈이 실현되지 않는 이유는 스스로 할 수 없다고 포기하기 때문이다. (p. 29)

 

자기 투자란 물욕이나 소유욕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경험에 투자하는 것이다. 형체가 있는 것은 감가상각이 되어 조금씩 가치가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경험은 시간이 흘러도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다. 떨어지기는커녕 경험을 쌓을수록 가치가 높아진다. (p. 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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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게, 메뚜기, 불가사리가 그렇게 생긴 이유 - 생김새의 생물학
모토카와 다쓰오 지음, 장경환 옮김 / 김영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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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는 다양한 생물들이 각기 다른 모습으로 살아간다. 신체구조의 일부분이 유독 발달하여 도드라져 보이기도 하고, 전체적으로 독특한 모양에 살아있는지 궁금하게 만드는 생물도 있다. 같은 지구에서 살고 있지만, 왜 저마다 모습이 다를 수밖에 없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모토카와 다쓰오는 성게, 메뚜기, 불가사리가 그렇게 생긴 이유에서 밝혀내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서 90만 부 베스트셀러인 코끼리의 시간, 쥐의 시간에서 잠깐 소개되었던 행동권의 내용을 심화시킨다. 생물마다 특화된 형태를 가진 이유는 그것이 자신이 살아가는 행동권에 맞는 디자인이기 때문이라는 전제로 시작된다. 모토카와 다쓰오는 바다부터 시작하여 육지까지 올라오면서 무척추동물과 척추동물이 그렇게 생긴 이유를 독자들에게 전한다.

책을 펼치는 순간, 독자들은 낯선 용어들에 당황한다. 자포동물문, 절지동물문, 연체동물문, 극피동물문 등 생물을 분류한 익숙하지 않은 용어들은 괜히 어려울 것 같은 기분을 자아내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그동안 알지 못했던 신기한 내용들이 가득하다.

 

이것은 성장의 문제와 관계가 있다. 소라의 몸은 바깥이 외골격 껍데기로 푹 덮여 있는데 이 점은 곤충과 같다. 2장에서 언급했지만, 외골격 안의 본체가 크려고 해도 외부에서 단단한 껍데기로 꼼짝 못하게 누르고 있기 때문에 성장할 수 없다. 그래서 곤충의 경우에는 껍데기를 일단 벗어버리고 한층 큰 껍데기를 새로 만들어 탈피를 반복하면서 성장해간다. 곤충은 이런 번거로운 일을 하고 있다. (p. 119)

 

모토카와 다쓰오는 크고 빠르고 강하다고 해서 언제나 생존에서 유리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밝혀낸다. 성게가 동그랗게 가시를 세운 형태를 띄게 된 이유, 불가사리가 별모양을 하고 있는 이유, 오징어가 몸을 감싸는 껍데기가 없는 이유, 잠자리가 새와는 달리 얇은 날개를 가진 이유들은 모두 그들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각자의 생존 방식이라는 것이 성게, 메뚜기, 불가사리가 그렇게 생긴 이유의 큰 핵심이다.

코끼리의 시간, 쥐의 시간에서 모토카와 다쓰오는 인간의 물리적인 시간이 하나의 잣대로 지구 생물들을 판단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성게, 메뚜기, 불가사리가 그렇게 생긴 이유에서도 우리와 닮은 척추동물까지의 영역으로 지구의 모든 생물들을 바라보고 있다고 지적한다. 인간보다 오랜 시간동안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하고, 생존하기 위해 오랫동안 적용된 자연의 법칙을 생각하지 않은 채로. 그래서 이렇게 다른 생김새에 우리는 낯설어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도록 만든다.

 

극피동물에는 뇌가 없다. 그래서 뇌사도 없다. 심장이나 혈관도 없으며 폐도 없고 눈도 없다. 인간의 생사를 판정할 때는 심장의 움직임, 폐의 움직임, 광반사 세 가지의 유무를 확인하는데, 이것을 극피동물에 적용하면 아무것도 없다. 극피동물은 애초에 살아 있지 않은 것이다. (p. 245)

 

바다를 거쳐 육지로 올라오게 된 진화 과정 속에서 의 구조 차이를 보인다는 것은 굉장히 흥미로웠다. 지구에 수많은 생물이 살고 있었지만, 그 중에서 혀를 가진 생물은 사지동물뿐이라는 사실을. 혀는 사지동물에서 발달했으며 우리들은 이것을 사용하여 사랑을 이야기한다. 육지동물이기 때문에 혀를 잘 구사할 수 있었다. (p. 336)” 모두 생존전략을 위한 디자인이었음을 알게 되고 나면, 모든 생물이 생존을 위해 그간 한 노력도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대단해!’라고 예찬하는 저자의 태도에 수긍이 가기도 한다. “네가 그렇게 생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구나! 대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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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왜 완벽하려고 애쓸까 - 완벽의 덫에 걸린 여성들을 위한 용기 수업
레시마 소자니 지음, 이미정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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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누구나 타인에게 특별한 사람, 멋진 사람으로 보이길 원한다. 타인에게 듣는 칭찬은 나를 더욱 완벽한 사람으로 만들고자 하는 동기가 된다. 그러나 때로는 완벽해지는 것이 버겁고 무겁게 느껴지곤 한다. 사소한 실수라도 한 날에는 기분은 한없이 가라앉고, 혹시나 실패라도 하게 되면 나를 보는 타인의 시선이 무섭고 두려워진다. 우리는 왜 완벽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걸까?

여자는 왜 완벽하려고 애쓸까는 어릴 적부터 완벽하고자 했던 여성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저자 레시마 소자니는 자신의 도전과 실패를 통해 완벽함에 목숨 걸었던 자신의 삶을 뒤돌아본다. 일찍이 변호사, 운동가로 활발한 활동을 한 그녀는 미국 의원 선거에 출마하지만 좋은 결과를 얻지는 못한다. 그러나 그 실패로 하여금, 그녀는 스스로 이 도전에 대해 얼마나 많은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로 인해 주저했던 자신의 모습을 반성한다.

 

사람의 비위를 맞춰주다 보면 인생의 중심이 타인에 의해 돌아간다는 걸 깨닫게 된다. 결국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고, 믿고,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된다. 이렇게 모두의 호감을 사려고 노력하다 보면 종종 그런 자신이 싫어진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기분보다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법을 배우면 당신은 용감하게 자신의 인생을 자기 뜻대로 써내려갈 수 있다. (p. 46)

 

레시마 소자니는 자신이 왜 완벽함을 추구할 수 없는지에 대해 사회의 고정적인 성 역할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그녀는 남자아이들에게는 용감해지는 법을 배우고, 여자아이들은 완벽해지는 법을 배운다고 말한다. 남자아이들은 뛰다 넘어질 때 다시 일어나는 법을 배우지만 여자아이들은 뛰기보다는 조신하게 앉아있는 법을 배우는 것처럼. “여자애가 그러면 안 되지.”라는 말들은 여성들을 사생활은 물론이고 사회적으로 실패하는 것을 주저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 그녀는 고정적인 성 역할에 따른 어른들의 보상은 그런 사고방식을 당연시 여기게 된다고 말한다. 이 모습을 놀이터에서 가장 많이 보게 된다는 그녀의 예시는 흥미롭다. 울고 있는 여자아이에게 웃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며 그래야 내 딸이지~”라는 엄마의 말은 여자아이들에게 무의식적으로 완벽함을 추구하도록 만든다고 그녀는 이야기한다.

 

완벽해지면 한 순간은 기분이 좋겠지만, 힘든 시기와 깊은 상실감을 이겨낼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은 용기다. 완벽해지는 것이 아니라 용감해져야 그냥 보기 좋기만 한 삶이 아니라 진정한 자신의 삶을 창조해 살아갈 수 있다. (p. 87)

 

실수와 실패 앞에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레시마 소자니는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자신에게 찾아온 실수와 실패가 스스로를 얼마나 옥죄고, 그것이 개인에게 얼마나 큰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주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그렇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누구나 실수를 하고, 실패도 한다. 중요한 것은 도전했다는 용기다.

 

용기는 또한 아주 개인적인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스무 명 앞에서 연설하는 게 가장 용감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전쟁터에서 싸우는 군인들은 용감하다. 피임과 임신을 선택할 권리를 찾기 위해 싸우는 여성들도 용감하다. 생계가 위협당하더라도 힘 있는 남성들에게 성폭행당한 일을 폭로하는 여성들도 용감하다.

이 모든 사람들이 용감하고, 모두가 중요하다. (p. 142)

 

레시마 소자니는 여성의 입장에서 완벽하지 않을 용기에 대해서 말하지만, 여자는 왜 완벽하려고 애쓸까를 남성 독자들도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정적인 성 역할에 대해서 그들도 분명 애로사항이 있을 테니. (예를 들어, ‘남자라면 큰 목표와 포부를 가져야 한다.’, ‘자고로 남자는 자기 여자는 지킬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어야 해.’ 등등 생각보다 남성에 대한 완벽함의 잣대도 무거워 보인다.) 여성과 남성을 떠나서 인간은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흔히 말하는 인간미를 생각해보라. 인간은 누구나 불완전하다. 그러니 실수와 실패에 두려워하지 않도록 용기를 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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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출판 24시
새움출판사 사람들 지음 / 새움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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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의 따뜻한 조명 아래 있는 책의 모습만 생각했었는데……. 누군가에게는 한 권의 책이 삶의 치열한 현장이었겠구나.’

 

문제집을 사기 위해 서점에 들렀던 어린 소녀는 그 곳이 너무도 좋았다. 책장 가득 꽂혀있는 책들을 보면서 마음에 안정을 얻었다. 문제집을 고르는 것보다 책장에는 어떤 책들이 꽂혀있고, 어떤 내용을 담겨 있는지 궁금해 했다. 문득 서점 주인이 된다면 매일 책들을 읽으며 살아갈 수 있을 거야. 그 어떤 삶보다 재밌는 삶을.’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소녀가 어른이 되어가는 중에, 서점은 문을 닫고 말았다.

취업준비생인 나에게 사람들은 어디에 취업하고 싶냐는 물음을 던진다. 이제는 익숙해진 그 물음에 출판사에 들어가고 싶다고 이야기하면 모두들 같은 대답을 한다. “출판사 배고플 텐데. 야근도 많을 테고. 굳이 들어가려는 이유가 있어?” 이런 질문과 대답들을 반복적으로 듣고 있다 보니 이 길이 맞을까, 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새움 출판사에서 출간된 소설 출판 24를 읽게 되었다.

 

어디서 봤더라. 누가 그러던데. 다양한 책이 다양한 독자들을 만나, 행복한 독서의 경험을 선사해줄 때 비로소 세상은 조금 더 재미있고 다채로워지지 않겠냐고. 자기는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출판 마케터가 되고 싶다고. 누가 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참 그럴싸하지 않냐? 물론 뜬구름 잡는 얘기이긴 하지만. 그래도, 우리도 그런 사명감이랄까? 그런 의지를 가지고 재미있게 일하다 보면 경쟁에서 지고 있다고 기죽을 필요 없고, 일도 오히려 더 잘 풀리지 않을까 싶다. (p. 248)

 

유사 이래 최고 불황이라는 출판 시장은 매년 위기를 맞고 있다. 책이 아니더라도 즐길 거리가 많아지자 자연스럽게 출판 시장에는 위기가 찾아왔다. 전반적인 경기침체에 더해 이북이라는 전자책 시장이 확대되었고, 종이책의 미래를 쉽게 가늠할 수 없게 되었다. 소설 출판 24는 수비니겨 출판사의 사람들이 모여 한 권의 책을 만들기까지의 과정을 담아낸다. 편집자, 마케터, 작가, 서점 MD, 북디자이너까지 책 한 권에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신인 작가 조현기의 <트레이더> 원고를 읽은 수비니겨 출판사의 사장 정서는 그의 원고에 푹 빠지게 된다. 이내 그의 작품을 출간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 편집장 해윤에게 원고를 건네게 된다. 시간에 쫓겨 가며 이전의 원고들을 수정하길 반복하던 해윤은 이내 현기에게 연락을 취하고, <트레이더>의 출간을 준비한다. 출간 준비 과정에서 독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윤식은 마케팅 방법을 열심히 강구하지만 늘 한정적인 예산에 부딪히게 된다. 어색한 표현과 오탈자가 없는지 끊임없는 확인, 독자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기 위한 카피 문구 작성 등 책 한 권이 독자 한 명을 만나기까지의 노력들은 과연, 독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책이 많다고는 해도 해윤이 좋아했던 도서관과는 달랐다. 대형 서점은 도서관보다는 오히려 저마다의 물건을 사라고 사람들이 소리 지르는 시장, 아니, 내가 제일 잘났다고 뽐내는 각각의 물건들이 가득한 백화점에 더 가까워 보였다. 해윤은 깊어지는 생각을 접으며 친구와 함께 서점 문을 나섰다. 그렇게 편집자의 주말이 가고 있었다. (p. 66)

 

출판사 서포터즈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출판업계에 종사하시는 분들을 자주 뵙게 되었다. ‘이라는 하나의 공통된 분야를 통해서 만나게 된 분들이라 너무도 소중했다. 자연스럽게 출판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면 편집자, 마케터들이 어떤 고민을 가지고 책을 대하는지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그래서 어디까지가 픽션이고, 어디까지가 논픽션인지 모를 소설 출판 24의 이야기가 더욱 와 닿았다. 편집자, 마케터들의 솔직하고 당당한 고백처럼 보일 정도로, 이 업계에 종사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래서 더 집중해서 읽으려고 노력했다. 특히 사람들에게 이 책 좋아요~’라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확실한 눈도장을 얻기 위해 매일 머리를 쥐어짜는 윤식의 모습에 짠했다. 그건 아마 내가 출판 마케터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겠지. 100원짜리 동전에 <트레이더> 책의 정보가 담긴 스티커를 붙여 여의도에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기도 하고, 서점을 찾아가 <트레이더>가 더 눈에 띌 수 있도록 서점 직원에게 부탁하는 윤식의 모습은 인상 깊었다.

 

왜 이런 말을 길게 하냐 하면 무엇보다 책의 판매는 독자 몫이라는 겁니다. 사재기니 광고니 어떤 것도 독자들 일부는 속일 수 있지만 전부를 속일 수는 없어요. 누구보다 먼저 독자들이 진짜의 가짜를 가려내요. (p. 235)

 

출판 마케터가 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는 왜 출판 마케터가 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어떤 출판 마케터가 되고 싶은가?’라는 생각은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서점이 좋았던 소녀는 책장에서 책 한 권을 집어든 순간을 잊지 못한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만났던 책 한 권을 잊지 못한다. 그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그 어떤 것도 보이지 않고 오로지 그 세계에 머물 수 있다는 게 너무도 즐거웠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책으로 하여금 다양한 세상을, 다양한 시간을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그 중간다리 역할을 하고 싶었다. 누군가에게 기억에 오래 남을 소중한 순간들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소설 출판 24가 만들어지는 과정도 그렇게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이 책을 빠르게 읽은 것에 대해 후회했다. 단순히 책 한 권이라고 여기기엔 누군가의 치열한 삶의 현장이 담겨 있었으니까. 이 책을 만들기까지 보냈던 누군가의 시간을, 조금은 더 곱씹어 보아도 좋았을 텐데 하고. 그리고 이런 책을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이 길에 서서 읽고 생각하고 고민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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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섹스를 비웃지 마라
야마자키 나오코라 지음, 정유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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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방식과 형태는 저마다 다를지라도 연애의 과정은 비슷하다. 서로를 향한 호감이 사랑이 되고, 그렇게 시작된 사랑이 너무도 익숙하고 편안해져 식을 때까지의 과정. 타인이 말하는 연애에 대해 맞아, 그게 연애지.’라고 공감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 모두가 비슷한 연애의 과정을 겪기 때문이 아닐까.

타인의 섹스를 비웃지 마라. 이렇게 파격적인 제목이 또 어디 있을까. ‘사랑이라든지, ‘연애라든지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단어가 아닌 섹스라니. 그러나 이 자극적인 단어는 그저 단어에 불과하다. 야마자키 나오코라는 이 단어에 타인의 사랑과 연애, 그 모든 것을 이 한 단어 속에 포함시키고자 한다.

 

, 너 좋아해. 알고 있었니?”

? 그게 그러니까…… 알고 있었는지도…….”

수업 중에도 자주 쳐다봤었는데. 좋은 얼굴이네, 하고.그리고 어깨 라인이랑 팔꿈치 모양도 좋아. 손가락 관절도.”

그래요? ……관절이요?”

게다가 독특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어.”

그런가요?”

“‘이소가이 미루메란 이름도 좋고.” (p. 13)

 

미술을 전공한 유리는 자신의 출신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 유리의 제자인 는 친구들과 함께 유리와 시간을 보내게 된다. 서른 아홉 살과 열 아홉 살인 그들의 사랑은 유리의 고백으로부터 시작된다. 유리의 그림을 위해 몇 번 모델이 되어주던 는 그녀와 섹스를 하게 되고, 이내 두 사람의 연애는 시작된다. 유리에게는 남편이 있었기에 그들은 주로 그녀의 아틀리에에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러던 새해가 되는 날, 유리는 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한다.

 

야마자키 나오코라는 열 아홉 살의 남학생을 화자로 내세운다. 타인이 보기에 두 사람의 연애는 조금 부정적으로 느껴진다. 남편이 있는 서른 아홉 살의 여성과 그녀의 열 아홉 살 제자의 연애 이야기라니. 독자 입장에서 조금은 불편할 수 있는 이 관계는 또 생각보다 불타오르지 않는다. 그들은 그저 섹스를 할 뿐이다. 이에 대해 야마자기 나오코라는 적나라한 묘사도 하지 않는다. 그저 담담하게 그들의 관계를 열 아홉 살의 화자를 통해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

 

외로워서 누군가를 만지고 싶다는 건 바보 같은 소리다. 상대를 소중히 여기고, 확실히 관계를 쌓아가면서, 애무는 천천히, 다양하게, 정성껏, 동시에 에로틱하게, 상대의 반응을 살피면서 해야 하는 것이다. (p. 53)

 

가을에 시작된 그들의 사랑은 겨울동안 지속된다. 자신이 어떻다고 생각하는 유리가 나약해보인다고 생각하면서 이해할 수 없으면서도 는 그녀의 모든 것을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이는 의 생각일 뿐이다. 오로지 그의 입으로만 이야기가 전해지기 때문에 이 연애를 하고 있는 유리가 느끼는 감정에 대해서 독자는 전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사랑을 해보면 이상형이라는 게 따로 있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그 모습에 마음이 빨려들고 만다. 그런 것이다. 내 이상형에 딱 들어맞는 사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거기 있는 그 사람의 모습에 내 마음이 빨려들고 마는 것이다.

그 투박함이 날 참을 수 없게 만든다. 잊을 수 없게 만든다. (p. 54)

 

타인의 섹스를 비웃지 마라를 읽다 보면 어느새 그들은 다른 연애와 다르지 않은 과정을 걷게 된다. 사랑이 식고, 관계는 끝난다. 함께 마음이 맞아 시작한 연애는 이제 한 사람의 일방적인 통보로 끝을 맺게 된다. ‘의 입으로 전달되던 그들의 연애에서 무엇이 문제일까, 라고 생각할 새도 없이 유리는 그의 곁을 떠나게 된다.

 

새로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괜찮아지겠지, 하고 생각도 하지만, 아직 젊으니 언젠가 생기겠지, 하는 생각은 들어도, 지금 당장 다른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는 힘이 내게 남아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유리로부터 받은 머플러를 두르고 외출할 때면, “올해는 직접 뜬 머플러를 주겠다고 약속했으면서하는, 미련투성이의 수심에 잠겼다. (p. 105)

 

결국 그들의 연애도 타인의 연애와 다를 것이 없다. 타인의 섹스를 비웃지 마라는 마치 타인의 연애에 대해 우리는 어떤 말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연애에 대해 옳고 그름이 어디 있겠냐고. 그저 그 연애를 해 나가는 두 사람만이 그 연애가 어떤지에 대해 생각하고 말할 수 있을 뿐. 나에게도, 당신에게도 그 누군가의 연애에 대해 말할 자격은 없다. 그저 타인의 연애도 나의 연애와 다르지 않다는 사실만 깨닫게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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