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서 눈처럼 흰 예복을 입은 성직자들이 독실한 순례자들을 맞이하고, 미성의 합창단이 찬송가를 부르고, 향기로운 향냄새가 퍼졌을 거라고. 하지만 사실 그곳은 도축장과 바비큐 식당을 섞어놓은 듯한 장소였다. 순례자들은 빈손으로 오지 않았다. 그들이 데려온 양, 염소, 그밖에 동물들의 행렬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그 동물들은 신의 제단에 희생제물로 바쳐졌고, 의식이 끝나면 그것을 요리해 나눠먹었다. 합창단이 부르는 찬송은 송아지와 새끼 염소들의 울음소리에 묻혀 잘 들리지도 않았다. 옷에 피 얼룩이 묻은 사제들이 희생제물의 목을 따고 터져나오는 피를 항아리에 담아 제단 위로 쏟아부었다. 향냄새는 엉긴 피와 구운 고기가 풍기는 역한 냄새와 섞였고, 검은 파리떼가 도처에서 윙윙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