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남겨진 사람들은 언니가 주방에 남기고 간 핏자국이 무얼 의미하는지 헤아려보려는 마음도, 관심도 없는 것 같았다. 그저 하고 많은 곳 중에 왜 하필 우리가 명상하는 센터에서 자살했느냐, 이제 이 장소에서 어떻게 명상을 하겠느냐… 자신들의 불편함 외에는 어느 것도 안중에 없는 것 같았다.
‘언니는 죽어서도 이해받지 못하는구나… 살아 있을 때도 자기 마음을 헤아려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느꼈을 텐데… 언니는 죽어서도 그걸 받지 못하는구나…’라는 씁쓸함과 슬픔 그리고 나조차도 언니가 살아 있을 때 손을 내밀지 않았다는 죄책감 속에서 방학이 끝나고 학기가 시작하자 서울로 올라왔던 기억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