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여행을 떠난 사람은 자신이 도착한 낯선 곳에 익숙해질 때까지 그곳에 머물러야 한다. 자신이 떠나온 일상생활이 까마득한 옛이야기처럼 느껴져야 한다. 여행은 차이의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낯선 여행지와 익숙한 일상의 차이, 혹은 이제는 익숙해진 여행지와 낯설게 느껴지는 일상 사이의 차이. 이 두 가지 차이를 동시에 겪어야만 여행을 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여행을 통해 아무것도 얻지 못했던 사람이 있었다는 말을 듣고 소크라테스는 그가 자기 자신을 짊어지고 갔다 온 것 아니냐고 조롱했다. 여행으로부터 아무것도 얻지 못한 사람은 여행지와 그곳 사람으로부터 배우지 않으려고 했던 사람이다. 만약 배워서 무엇인가를 얻었다면 그는 자기 자신이란 짐 대신 배운 것을 등에 짊어지고 돌아왔을 테니까 말이다.- 철학이 필요한 시간(강신주 2011)에서 발췌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