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마지막날 산업단지 조성을 추진하는 부서에서 기술심의 위원회가 있었다. 그 부서에서는 심을 나무를 서어나무에서 무궁화와 상수리나무로 바꿀 계획이 안건으로 나와서 나를 부른 것 같다.

난 회의자료를 보고 두 번 놀랐다. 애초에 어떻게 햇빛 많고 건조하고 바람 센 간척지에 서어나무를 심을 생각을 했을까! 그리고 상수리나무를 심겠다고 제시한 사진은 졸참나무였다!

회의에 참관하는 조경학과 출신 부하직원에게 회의자료만 주면서 검토하고 의견을 말해보라고 했더니 회의 시작 전에 나에게 자기의 의견을 적어서 내밀었다.
회의장소에 갔더니 또 다른 부서에서 온 조경학과 출신 직원이 내 옆 위원석에 앉았다.
놀랍게도 그 두 사람 의견에 공통된 것이 있었다. 교목과 관목이 어우러진 숲을 조성하라는 것이다. `이건 식물생태학도인 내가 해야할 얘기인데. 헐.` 속으로 생각만하고 나는 상수리나무 선택의 적절성과 무궁화를 품종을 구분하여 차별성 있게 심을 것과 사후 관리에 신경쓰고 지금도 나무 심는 시기가 지난 감이 있으니 4월 중순 이내로 빨리 심으라고 주문했다.

두 사람의 의견은 지당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나는 현실에 대한 기대치를 많이 낮추었다. 충남 서천의 국립생태원 중에서 일반인들이 들어가지 못하는 연구공간에는 아애 자연 숲 군락을 그대로 옮겨오는 `복사이식법`으로 만든 숲이 있다. 그러나 규모가 작고 생장도 양호한 편은 아니어서 그런지 나에게는 그다지 감동적이지 않았다.

내가 일하는 부서에서도 대규모로 나무를 심고 관리하는 장기계획이 있다. 환경에 맞으면서 좀더 발전적이며 목적에 충실한 나무 심기와 관리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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