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되어 병원에 혼자 있어보면 수없이 많은 관을 몸에 꽂고 온갖 최첨단 시술에 힘없이 노출되는 일을 겪는다. 현대에 들어서는 이것이 죽음을 상징하는 이미지로 자리 잡아버렸다. 이런 상황에서는 사람들이 죽음이라는 주제를 교묘하게 피해간다. 환자가 사실은 죽어가고 있는데도 환자, 가족, 의사, 간호사들이 마치 이 환자는 죽어가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회복될 것이라 믿는 것처럼 가식적으로 행동하기도 한다. 감정이 실리지 않은 공허한 소통이 오가고 불쾌한 주제는 일절 입 밖에 내지 않는다. 그러는 동안 죽어가는 환자는 혼자 고립된 채 가장 필요로 하는 감정적 지원을 박탈당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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