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우리는 일상적인 교류 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지낼 수 있어야 하고, 당장 해결해야 할 일을 처리하느라 감정은 무시하며 지낸다. 전적으로 안심할 수 없는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 때면 우리 몸에서 사회적 관계를 담당하는 에디터가 전력을 다해 기능을 발휘하고 방어막을 최대치로 둘러친다. 글쓰기는 이와 다르다. 그 에디터에게 잠시만 혼자 있고 싶다고 부탁하면, 그동안 어디에 보관되어 있었는지도 몰랐던 생각들이 흘러나온다. 자유롭게, 일종의 무아지경 상태가 되어, 펜(또는 키보드)을 연결고리로 삼아 속에서 방울방울 솟아오르는 감정을 무엇이건 꺼낼 수 있다. 이와 같은 자기 관찰과 뇌에서 이야기를 담당하는 부분이 내놓는 이야기들을 어떤 반응을 받을까 염려할 필요 없이 서로 연결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