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이야기......

스스로 칼이나 뾰족한 도구를 이용해서 멀쩡한 살을 찢고 찔러 사망한 사람들의 몸에는 주저흔이라 불리는 연습용 상처를 흔히 볼 수 있다. 죽기를 결심한 뒤부터 실행에 옮길 때까지 얼마나 걸릴지는 개인마다 각자의 상황에 따라 극명하게 다르다. 하지만 자신의 몸을 바다에 내던지든, 절벽에서 뛰어내리든, 칼로 자신을 찌르든, 농약을 마시든, 나무에 목을 매든, 기차에 몸을 던지든 간에, 살고자 하는 본능을 거스른다는 점에서는 하나같이 같다. 그 과정에서 생존 본능을 거스르고 자신에게 위해를 가하려 할 때 치명적인 상처를 내기까지 수 없이 주저하면서 낸 흔적들이 가슴, 목, 복부, 손목 등에 일정한 방향으로 나타나게 된다.
그런 일련의 연습 과정 끝에 본능이 그어 놓은 절대 한계선을 넘는 단계가 오면 이제 완전히 다른 세계, 죽음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단지 몇 분 혹은 몇 초 사이에 말이다. 하지만 그 순간까지 자살자가 느꼈을 심리적 고통과 절망은 측정조차 불가능하다. 그가 죽음을 선택한 현장에 남은 이런 저런 흔적들이 사망자의 고통과 고독과 절망을 짐작케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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