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쓰는 대학원생이나 강사, 혹은 책을 쓰는 작가로서 편집자가 알아둬야 할 내용이라 적는다.

작가의 입장에서 자신의 작품이 교정되는 것을 보면 동시에 여러 감정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다 보면 편집 과정에 호기심이 생기면서 가끔은 초조해하기도 한다. 따라서 편집 전에 작가가 할 수 있늕일은 무엇인지, 그리고 편집자와 작가 본인의 생각이 다를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싶은 것이다. 이 책의 요점에는 이 클럽으로 작가를 따듯이 맞이하자는 것도 포함 되서 있으므로 작가의 입장에서 살펴보는 것도 정당할 듯하다. 더군다나 편집자인 내가 이제는 작가로서 정반대의 세계를 경험하는 처지에 있으니... - P97
도서관 책꽂이에서 아무 책이나 잡지를 뽑은 다음, 그것을 편집 작업이 가능한 원고의 형태로 슬쩍 스캔해서 편집자에게 가져다주면 그 누구라도 거기서 손댈 만한 구석을 찾아낼 것이다.
어째서 이런 일이 생기는가?
우선, 출판사별로 성향과 기준, 참고하는 매뉴얼이 다르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원고 편집자마다 선호하는 것과 가진 지식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정말로 다양하다. 반점을 택하는 문제만 떼놓고 봐도 편집자의 재량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 P98
작가가 제출한 원고의 상태와는 무관하게 반드시 편집과정을 거쳐야 하는 두 번째 이유는 조판 과정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개는 계약상. 주어진 지침에 따라 작가가 원고를 체계적으로 정리해야 하지만 바로 제작에 들어가도 될 만큼 충실하게 지침을 따르는 작가는 매우 드물다. 작가가 MS 오피스를 활용해서 본문을 아주 ‘예쁘게‘ 꾸며놓으면 편집자는 표준 양식으로 바꿔야 한다. 탭이 잘못 설정되어 매 줄 앞이 어색해 보이는 인용구도 다듬어야 한다. 도움되고 싶은 마음에 작가 나름대로 애를 쓰긴 했으나 정해진 지침과 상반되는 부분이 있다면 이를 삭제하는 데도 편집자는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다. 작가들은 한없이 창의적이다. 아니면, 무지하든가. 컴퓨터로 하는 문서 작성에 관해 그렇다는 뜻이다. 따라서 원고를 제출할 때는, 설령 전에 출간된 적이 있는 자료를 모아서 재구성한 원고라고 해도, 누군가 곧 교정이 필요한 부분을 지적할 거라는 마음의 준비를 미리 하도록 하라. - P100
이쯤 되면 작가가 편집자의 편집을 사적인 감정에 의한 것으로 받아들이면 안 되(100쪽에서 이어짐)는 이유를 알 것이다. 편집의 일정 부분은 당신이 얼마나 훌륭한 작가인가 하는 것과는 거의 상관이 없다.
만약 작가인 당신이 전문 분야에서 일하거나 당신의 원고가 특수한 내용을 담고 있다면 그 분야를 전공하지도, 독심술사도 아닌 누군가가 편집을 맡을 것에 대비하라.(중략)
그렇다면 원고를 제출하기 전에 작가가 직접 편집자를 고용하는 것이 시간과 비용 면에서 가치가 있는 일일까? 상황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만약 주변의 지인들이 원고를 읽고 나서 오자가 많다거나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원고 여백에 적어놓았다면 이런 부분에 특별히 초점을 맞춰 편집 단계를 미리 한 번 거치는 것이 도움될 수 있다. - P101
작가로서 아직 등단 전인가? 완성된 원고로 심사를 해보고 통과하면 계약이 성사되는 상황에 놓여 있는가? 이럴 때 원고에 조금이라도 엉성한 부분이 있다면 기회를 놓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런 상황에서 원고에 남아 있는 결점을 깔끔히 정리하려면 편집자의 안목이 필요하다.
인내심 게임
자신의 원고가 편집을 거치는 동안 원고에서 손을 떼고 하루, 일주일, 어떨 땐 몇 달씩 기다리는 일은 작가에겐 고역일 것이다. 그런 심정은 이해는 하지만 편집이 그렇게 끔찍한 일은 아니다. 다음 두가지 측면에서 볼 때 편안한 마음으로 편집의 결과를 기다리는 것 - P102
이 낫다. 첫째는 편집자가 이미 해놓은 일을 한 번 더 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중략) 둘째는 한 발짝 떨어져서 본인의 원고를 볼 수 있는 기회를 통해 얻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중략) 잠시 원고에 대한 생각을 떨치고 다른 일을 하고 나면 나중에 훨씬 더 새로운 눈으로 본인의 원고를 맞이할 수 있다. 작가가 원고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바꾸고 싶은 낱말이나 덧붙이고 싶은 내용, 또 살짝 달리 표현하고 싶은 점이 계속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럴 땐 떠오르는 생각들을 적어두고 나중에 본인 차례가 되었을 때 손을 보면 된다. (중략) 가능한 한 함께 - P103
작업하는 편집자의 스타일을 존중하도록 노력하라. 이렇게 쉬는 중에 원고의 중요한 부분을 전혀 다른 각도에서 보게 되면 새로운 내용이나 부록을 추가하고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이러한 수정이 중대한 사안이라면 작가는 그 즉시 편집자에게 이런 사실을 알려야 한다. 편집자는 사안의 심각성을 확인한 후에 프로젝트 책임자와 지정 편집자, 기획 편집자에게 보고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만약 새롭게 들어갈 내용이 전문적인 비평을 필요로 한다면 출판사는 전체 일정을 재조정하기도 한다.(중략)
일단 편집자가 편집을 시작하면 작가는 자신의 원본 파일에 그 어떤 수정도 절대로 가해서는 안 된다. 혹시나 편집자에게 보낼 기회가 있을까 기대하면서 작가의 마음은 부풀겠지만 새 파일과 이전 파일을 비교, 대조해야 할 편집자를 생각해보라. - P104
집필 중에는 꾸물대는 사치를 조금 부렸을 수도 있다. 일단 책이나 기사가 편집에 들어가면서부터는 각 단계의 일정이 훨씬 더 실 - P105
제적이고 진지해진다. 여기서 작가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단, 꼭 작가가 처리해야 할 일이 있을 때 본인이 늑장을 부리면 일의 진행이 지연될 수 있다. 작가라면 자신의 책이 출간되기를 학수고대하면서 출판을 앞당기기 위해 무엇이든 할 것 같지만 의외로 마감일에 느긋한 작가가 많다. 이런 작가는 한 번 편집된 원고와 교정쇄, 색인을 반복 수정하느라 작업 진행이 더딘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정기간행물이나 일정이 바삐 돌아가는 프로젝트에서는 마감일이라는 것이 훨씬 고정적이다. (중략) 따라서 편집 원고나 교정쇄를 언제쯤 살펴보게 될지 미리 물어라. 다른 일로 이 일정에 차질이 생길 것 같으면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사전에 알려주어야 한다.(중략)
책처럼 장시간 진행되는 프로젝트일 때도 출판사의 일정을 따르는 게 좋다. 여러 가지로 본인의 프로젝트에도 좋다. 일단 출판사가 - P106
당신의 책을 출간하기로 했다면 편집과 디자인에서부터 제작,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모든 관련 부서는 출간 시기에 가장 적합한 작업 일정에 따라 맡은 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 때 작업 일정이란 해당 부서 간 협즈가 빚어낸 작은 기적과도 같다. 어느 단계라도 차질이 생기면 출간 일정까지 영향을 받고 심할 땐 상황이 더 심각해지기도 한다. - P107
"일 종 샹제 마 샹송 Ild Ont Change Ma Chanson......"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면 편집 결과는 만족스러울 것이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면? - P111
겁먹지 마라. 계속 읽으면서 필요하면 기록하고, 마음의 문을 열어두어라. 편집자가 바꿔놓은 것들을 되돌리면 되니까. 그럴 수 있도록 편집자가 적극적으로 도와줄 거라고 믿어라.(중략) 문제가 되는 대목에서는 왜 편집자가 그 대목을 손보려고 했을지 생각해보라. 대개는 어딘가 잘못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편집자가 이해를 잘못한 것이라 판단된다면 이 때는 독자들도 편집자와 같은 실수를 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편집자가 제시한 해결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다른 대안을 찾아라. 만약 당신이 처음에 썼던 대로 계속 밀고 나가야겠다면 되살리고 싶은 부분 밑으로 점선을 치고 ‘stet(生)‘이라고 적어라. 그리 - P112
고 이 부분에 대해서 편집자가 되물어오는 상황을 피하려면 간단하게나마 설명을 남겨라. 편집이 너무 형편없어서 화가 나고 속이 끓을 수도 있다. 그래도 득이 될 것은 없으니 다음 두 가지 행동은 피하라. 하나는 노발대발하며 편집자에게 얼굴을 붉히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최악의 경우로서 편집자 때문에 노발대발하며 그 편집자의 상관에게 얼굴을 붉히는 것이다. 여백이나 커버레터를 통해서 편집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를 설명하라. 몹시 화가난 상태에서 감정을 다스리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편집자를 모욕하고 꾸짖을 이유는 없다. 그런 경우 오히려 편집자의 협조를 구하기가 더 힘들어진다.
작가인 당신이 주장을 내세우면 편집자도 일을 그리 처리하고 싶다. 하지만 편집자라는 위치 때문에 두 번 생각해볼 수 밖에 없는 문제가 있기 마련이다. (중략) 이쯤 되면 당신은 편집자가 문제를 인식할 때 상상력을 너무 발휘한다고 일축하려 들겠지만 그건 큰 실수다. 어느 대목에서 독자 하나가 걸려 넘어졌다면 다른 독자들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뜻이다. - P113
만약 편집 결과가 만족스러웠다면 그렇다고 편하게 얘기하라. 편집자한테 직접 말해도 좋고 그 상관에게 말해도 좋다. 기사나 책의 - P114
‘감사의 말‘을 빌려도 좋다. 직접 얼굴을 마주하는 일이 드물기 때문에 작가가 편집 결과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편집자는 알기가 어렵다.
편집자가 이런 칭찬을 받으려고 일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그렇지만 편집자 자신이 프로젝트의 커다란 발전에 기여했다고 믿고 있을 때 작가가 나서서 정말로 편집자 덕분에 나아졌다고 해준다면 편집자의 마음은 무척 뿌듯할 것이다.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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