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따라왔는지, 다이진이 조금 떨어진 곳에 얌전히 앉았다. 뼈가 고스란히 드러난 등을 돌리고 가만히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다.
“너, 도대체 어떻게 하고 싶은 거야?”
날카로운 목소리를 냈다. 새끼 고양이는 등을 돌린 채 그대로 있다.
“왜 말을 안 해? ……응!”
반응이 없다. 교복 셔츠 속에 걸고 있는 토지시의 열쇠를 가슴의 리본과 함께 꽉 움켜줬다.
“요석은…….” 더는 대답을 기대하지 않고 조그맣게 혼잣말처럼 물었다. “토지시만이 아니라 누구든 될 수 있어……?”
“이봐!”
느긋한 목소리가 들려 고개를 드니 세리자와 씨가 양손을 주머니에 꽂은 채 경사면을 오르고 있다.
“스즈메. 왜 그래? 괜찮아?”
내 얼굴을 올려다보며 걸으면서 딱히 걱정스럽지도 않은 듯 물었다.
“죄송해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서둘러야…….”
그렇게 말하고 경사면을 내려가려는데 세리자와 씨는 나를 지나쳐 언덕을 올랐다. 자기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고 눈으로 그의 모습을 좇았다. 세리자와 씨는 언덕 정상에 서서 두 팔을 쭉 뻗고 머리 위에서 손깍지를 낀 다음 크게 숨을 들이켰다.
“아! 몸이 완전히 굳었어! 이제 반쯤 왔나?”
그렇게 말하고 주머니에서 담뱃갑을 꺼내 한 개비를 꺼내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땀이 번진 얼굴로 마을을 내려다보며 기분 좋게 담배 연기를 빨아들였다.
일단 포기하고 나도 세리자와 씨와 경치를 바라봤다. 그렇지. 새삼 깨달았다. 내가 계속 잠들어 있는 동안 세리자와 씨는 계속 운전한 것이다. 그것조차 깨닫지 못할 정도로 여유가 없었다. 지금도 초조하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바람이 좋네. 도쿄보다 조금 서늘한가?”
세리자와 씨가 말했다. 눈 아래에는 전원의 푸른 수풀이 한껏 펼쳐져 있다. 바람이 풀들을 쓰다듬어 주위에 파도 소리 같은 수런거림을 가득 채웠다. 지붕 몇 개가 정오의 태양을 눈부시게 반사하고 있다. 그 너머로 푸른 수평선이 얼핏 보였다. 어디선가 뻐꾸기가 울고 있다. 눈부신 듯 눈을 가늘게 뜨고 세리자와 씨가 입을 열었다.
“이 근처,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었구나.”
“네?”
경치를 응시한 채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여기가……,
아름다워
?”
검은 크레용으로 마구 칠해놓은 일기장의 하얀 종이. 내가 눈앞의 풍경을 보며 떠올린 것은 그 기억이었다. 그래서 그저 놀라웠다. 아름다워?
“어?” 세리자와 씨가 나를 봤다.
─ 틀렸어. 역시 여유 따위 가질 수 없어.
“죄송해요.”
그렇게 말하고 경사면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입속으로 빨리 가야 한다고 중얼거렸다. 다이진도 말없이 뒤를 따랐다. 이거야 원 졌다는 듯 따라 걷기 시작한 세리자와 씨의 발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이봐, 고양이. 야!” 세리자와 씨는 다이진에게 말을 걸었다. “뭔가 사연 많은 일가 같네.”
……다 들리거든요!
노려보듯 돌아봤는데 세리자와 씨 뒤로 적란운이 번쩍 빛을 냈다. 조금 늦게 낮은 천둥소리가 우르르 울렸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검은 구름 떼가 마치 불길한 뭔가로부터 도망치듯 빠르게 바람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알라딘 eBook <스즈메의 문단속> (신카이 마코토 지음, 민경욱 옮김) 중에서
현실에서는 사고가 난 후쿠시마 핵발전소 근처 바닷가가 보이는 고지대에서 스즈메가 세리자와, 다이진과 나눈 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