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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패스: 정상의 가면을 쓴 사람들 - 뇌과학이 밝혀낸 당신 주위의 사이코패스
나카노 노부코 지음, 박진희 옮김 / 호메로스 / 2018년 12월
평점 :
양들의 침묵, 크리미널 마인드와 같은 영화나 미드 속에 나오는 사이코패스는 일반인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충격적이고 잔인한 범죄를 일삼는다. 그들은 사람의 탈을 쓴, 악마와 같다. 시청하는 내내 긴장하고, 놀라고, 분노를 느끼지만, 어쨌든 방영이 끝나면, 그런 상황은 남의 일이 된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사이코패스가 내 주변에는 전혀없을까?
그런데 뇌과학자 나카노 나부코 박사의 '사이코패스'에서는 평균 100명 중에 1명꼴로 사이코패스가 존재한다고얘기한다. 이는 조현병 환자보다 더 높은 수라서 놀랍다. 즉 사이코패스는 의외로 흔한 존재인 것이다. 이는 사이코패스를 그저 영화 속 두려운 존재로만 생각했지, 사이코패스에 대해 정확히 모르고 있다는 얘기가 될 수 있다.
책 '사이코패스'에서는 바로 이처럼 우리가 잘 모르고 있는 사이코패스에 관한 많은 것을 얘기하고 있다. 특히 이책은 많은 부분을 뇌과학의 입장에서 사이코패스를 분석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내가 전에 봤던 심리 또는 범죄학 측면에서 다룬 책과는 많이 달랐다.
책에서는 본격적으로 뇌과학 측면에서 사이코패스를 다루기 이전에 대표적 사이코패스 인물 4명에 대해 그들의특징과 차이를 얘기하고, 사이코패스의 일반적인 심리적, 신체적 특징을 말하고 있다. 겉모습에서 얼굴 폭이 있는완고한 인상의 남성이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영화 속 이미지와는 다른 것이다. 테스토스테론 분비와 관련이 있을 거라 보고 있다. 일반인이 도덕에 반하는 일에 심박수가 높아지는 반면, 사이코패스는 심박수가낮다고 한다. 본인과 관계없는 일에는 무관심하며, 공감 능력이 결여되었지만, 의외로 상대의 감정을 잘 읽어 낸다고 한다. 이러한 것들을 범죄가 아닌 다른 면으로 보면, 남을 밟고 올라가야 하는 무한 경쟁 지향 사회에 최적화된인간일 수도 있다.
현재까지 연구된 뇌과학적으로는 사이코패스는 해마가 비대칭인 경우가 많다고 하며, 기본적 감정을 관장하는 편도체 활동성이 낮다고 한다. 안와전두피질, 내측전두전피질의 활동이 낮거나 결합력이 낮은 것도 특징이라고 한다. 이는 양심이나 도덕에 대한 브레이크가 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유전과도 연관이 있음을 말하고 있다. 이와 함께 책에는 사이코패스 연구의 역사와 MAOA, 도파민, ADHD, 유전자 등 사이코패스와 관련된 각종 의학연구도 같이 소개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부정적인 존재인 사이코패스가 보통의 인류와 함께 어떻게 공존할 수 있었는가를 다룬 부분이다. 전쟁에서 양심적인 사람은 사람을 죽일 수 없다. 주저 않고 죽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데 그것이 사이코패스 성향을 사람인 것이다. 전쟁이 아니더라도, 공포와 불안감이 약하므로 냉정하고 침착한 판단을 할 수 있는사람이기에 위험한 상황에서 바르게 대처할 수 있고, 새로운 모험도 가능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는 사이코패스의 부정적 이미지와 상반된 것으로 실제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정치, 군인, 사업가 등 다양한 곳에 존재함을 얘기한다. 모택동이나 스티브 잡스 같은 경우가 그 예로 들고 있다.
다만 여러 얘기 중 일본은 사이코패스가 살기 어려운 사회라는 부분이 있는데, 이는 너무 아전인수격 해석이라 생각한다. 과연 일본이 사이코패스가 없을까? 역사적으로 전쟁이 가득했고, 주변 국가 약탈에 근대에는 세계 전쟁을일으켜 많은 이들을 엽기적으로 죽인 전범 국가라는 사실은 잊은 건가? 피해국 코스프레는 하지 말아야 한다. 미투 폭로에서도 쉬쉬하는 국민성이 사이코패스를 인정하기 싫어 말조차 꺼내지 않는 거라 생각한다. 표면적으로만사이코패스가 없는 사회인 것이다. 이 책의 중요한 부분은 아니지만, 잘못된 생각이라 생각해서 거론했다.
아무튼 이 책이 뇌과학을 이야기하고 있다 보니, 우생학이나 골상학과 같이 과거 인종학살의 빌미였던 민감한 부분을 다루고 있는 점이 있다. 읽으면서 나 역시 그 부분이 많이 조마조마하고 걸렸다. 모든 사람을 뇌 촬영하여 앞에서 거론한 특징이 있는 사람을 전부 사이코패스로 분류하고, 예비 범죄자로 취급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교도소수감자 중에 사이코 패스가 많다고 하지만, 더 많은 일반인이 범죄자라는 점도 잊어서는 안된다. 그래서 저자도 여러 차례 이 점을 얘기하고 있다. 사이코패스가 아닌 모두가 착한 사람이 아닌 것처럼 사이코패스라 해서 모두가 나쁜 사람이고, 예비 범죄자가 아니라고 말이다.
통계처럼 사이코패스가 우리 주변의 100명 중에 하나라면, 아닌게 아니라 무조건 범죄자 색안경을 끼고 보기는 어려울 거 같다. 주변에 흔한 자기 밖에 모르는 재수 없고, 성질 더러운 놈 또는 이상한 놈 정도의 약한 사이코패스도 있을 것이고, 실제 잔인한 범죄를 저지르는 심한 사이코패스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머리 좋은 사이코패스 그룹은 상대에 잘해주며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하니, 구별도 어렵다. 다만 상대가 사이코패스라 의심된다면, 시중에 많이 나와 있는' XX한 사람 피하기', '대처법'과 같이 그들을 다루는 방법도 알 필요는 있을 것이다. 그래서 책에서는 사이코패스 특징을 가진 사람이 범죄자로 성장하지 않게 그에 맞는 효과적인 치료 프로그램을 같이 생각하고, 그들의 특성을 살린 직종도 말하고 있다. 또한 일반인에게는 주변에 있는 사이코패스를 알아내는 방법, 그에 대처하는 방법, 사이코패스에 이용당하거나, 범죄 대상이 되지 않는 방법에 대해서도 책 곳곳에얘기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책 '사이코패스'에 나오는 각종 사이코패스의 특징과 가려내는 법을 보면, 진짜 누구나 동감할 전형적인 사이코패스는 우리 정치권과 재계에 바글바글하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들의 사기성, 뻔뻔함, 잔인함과 갑질을 보면, 사기꾼, 범죄형 사이코패스가 분명하다. 그들에게 당하지 않고, 속지 않으려면, 그들을 제대로 알아야 할필요성이 그만큼 높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