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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차트 한약치료 2 ㅣ 플로차트 시리즈
니미 마사노리 지음, 권승원 옮김 / 청홍(지상사) / 2019년 2월
평점 :
전통의학 한방에 대한 개인적 평가는 극과 극인 거 같다. 누구는 미신이라 외면하고, 누구는 가장 자연스러운 치료법이라 얘기한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른 건 이해하지만, 양방이 모든 병을 다 치료하지는 못한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최근 DNA를 이용한 근원적인 치료법이 개발 중이지만, 이것도 모든 병에 적용하려면, 아주 먼 얘기다.
사실 환자 입장에서는 양방, 한방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적은 고통과 비용으로 완치할 수 있다면 어느 쪽이든 상관없는 것이다. 내 경우도 편리하기 때문에 양방 치료를 많이 받고, 양약을 먹지만, 관심은 한방에 더 있다. 그래서 가끔씩 침, 뜸, 지압, 부항 등 각종 한의학 관련 서적을 보고 있다.
그런데 한약은 아직 많은 책을 못 봐서 그렇거나, 실제 바로 적용할 수 없어서 그런지 다른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렵게 느끼고 있다. 그래도 나름 한약의 원리나 적용에 대해 쉽게 적용한 책이 있다면, 니미 마사노리 저자의 책을 꼽고 싶다.
니미 마사노리는 일본, 영국에서 서양의학을 전공한 사람으로 나중에 동양의학을 공부해 실제 치료에 한방을 활용하고 있는 의사다. 재미있게도 양방, 한방을 다 익힌 사람인 것이다. 그래서 그의 책은 동양의학 얘기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서양의학에 대한 조언도 함께 나온다. 한약이든 양약이든 치료에 효과 좋은 쪽을 중간 입장에서 많이 얘기하고 있다.
이 저자의 책을 처음 본 건 '한약처방 이젠 어렵지 않다'부터였다. 그 뒤 '간단 한방철칙', '플로차트 한약치료'를 차례로 봤고, 이번에 최근에 나온 '플로차트 한약치료2'를 보게 됐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 책들이 일종의 맥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동안 이해가 안 되고, 그냥 단편적 지식으로만 봐왔던 내용들이 이번 책을 보면서 하나로 짜 맞춰졌다.
'플로차트 한약치료 2'만 놓고 보면, 이 책은 병증에 따른 한약 처방이 주요 내용으로, 그 안에 실제 치료 환자의 사례를 성별과 건강 정도, 치료 동기와 처방 결과 등을 담고 있고, '핵심 포인트'란을 통해 한약 성분에 대한 이해와 관련 병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페이지 하단에는 'Leap Up'을 두어, 탕약을 얼마나 먹는 게 좋은지, 서양의학과의 비교, 관련 보충 설명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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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니 전에 저자의 다른 책을 보지 못하고, 바로 '플로차트 한약치료 2'를 봤다면, 그냥 병에 따라 한약 만드는 법과 증례가 나온 책 정도로 볼 수 있고, 그냥 사전식으로 되어 있는 게 아닌가 할 수 있다. 그리고 책 전반 탕약을 이해하는데 아주 중요한 1장을 몇 페이지 안 되기 때문에 간과하고 넘어가는 실수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뒤에 나오는 각종 탕약을 이해하는데 꼭 숙지해야 할 부분이 1장이며, 탕약 설명을 보면서 다시 찾아서 확인할 부분도 1장으로 무척 중요한 파트다.
그리고 이런 처방의 원리나 탕약에 대한 설명을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저자의 다른 책도 꼭 보기를 추천한다. 다른 책을 보고 이번 책을 보면, 그 느낌이 확실히 다를 것이다. 탕약의 원리가 구조적으로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예를 들어 알레르기성 결막염의 경우 2편에서는 간단히 소청룡탕을 설명하고 있는데, 1편에서는 효과 없으면, 있으면, 부작용 발생 시, 각각 거기에 맞는 처방 얘기를 하고 있으므로 서로 내용을 보완하는 측면이 있고 좀 더 깊은 이해를 할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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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책은 옮긴이의 노력이 특히 돋보인다. 사실 앞에 출간된 3권의 책을 보긴 했으나 직접적으로 와닿지 않았던 점이 많이 있었다. 책 내용보다는 일본과 한국의 한약 유통 구조나 제조의 차이 때문이었다. 일본은 대부분의 한약 처방이 의료보험 적용이 되고, 표준화되어 다양한 엑기스로 된 약들을 쉽게 구할 수 있는 거 같은데, 반면, 우리는 그게 쉽지 않다. 우선 한약이 어디까지 의료 보험 되는 지도 잘 모르고, 한의원에서도 제대로 설명 안 해준다. 처방된 탕약도 무척 비싸다. 의원 자신의 비방이 들어 있다고, 처방전 구경하기도 힘들다. 설령 처방전을 받아도 그것을 가지고 직접 약재를 사서 달여 먹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고맙게도 역자가 '한약 구성 약물'편에 책 속 탕약을 일일이 국내 제약사가 유통하는 것을 확인하고 적어 놨다. 국내 생산되지 않는 것도 좀 있지만, 많이 사용되는 탕약들은 국내에서도 엑기스 과립 형태든, 액체 형태든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것을 알게 되니 이 책과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자주 쓰게 될 몇 가지는 한약 과립은 구입해 두려고 한다.
'플로차트 한약치료 2'를 보면 증례로 나오는 환자들 대부분이 서양의학 치료를 받고 온 경우가 많았고, 저자가 양방 치료를 권해도 한방 치료를 원하는 보였다. 분명 환자 입장에서는 현대 의학으로도 부족한 점이 있기에 한방을 그만큼 찾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저자 말대로 일반 병원 치료도 받으며, 함께 보조 치료 방편으로 한약을 써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물론 의사와 상담한 뒤에 말이다.
어쨌든 '플로차트 한약치료 2' 덕에 따로 놀았던 한약 구조가 어떻게 흐르는지 깨달을 수 있어 좋았다. 아울러 나와 가족 건강을 지키는데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한방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