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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레벨 업 - 제25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작(고학년) ㅣ 창비아동문고 317
윤영주 지음, 안성호 그림 / 창비 / 2021년 3월
평점 :
수학, 과학 영재들을 교육하는 슈피리어 스쿨에 간신히 편입한 주인공 선우.
선우의 현실은 슈피리어 스쿨에서 겉돌며, 범호 패거리에게 돈을 뜯기는 '지갑'신세다. 부모님은 좋은 성적만을 원하고, 자신은 그것이 너무 벅찬 현실을 도피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가상 현실 게인인 '판타지아'속으로 도망치는 것이다.
그런 판타지아에서 만난 친구 원지!
'자유가 대체 뭘까?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것? 아무도 나를 통제할 수 없는 것? 무엇이든 선택할 수 있는 것? 숨이 시원하게 쉬어지는 것?(91쪽)'
우리가 바라는 현실과 달리, 외로움과 자괴감, 고통과 실망 등은 실제하여 우릴 아프게 한다. 그런 진짜 세계 보다는, 다치지도 않고 아프지도 않은, 언제나 멋진 사람일 수 있는 가짜 세계가 더 편하고 좋을지 모르겠다.
메트릭스에서, 가상 세계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서 이 사실을 잊고 그냥 편하게 살 것인지, 아니면 현실을 되찾기 위해 싸울 것인지에 대한 선택의 기로에 놓이는 상황이 떠오른다.
가상세계인 '판타지아'로의 이주를 제안한 하이드의 대표이자 원지의 아버지인 하상민은 신체를 잃은 딸을, 뇌만 동동 떠 있는 원지를 어떻게 해서든 살게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사람들을 이주시키고, 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 세계를 만들고자 한 것이다.
'진짜'처럼 만들고자 하는 '가짜'세계라니 어쩌면 아이러니 하다. 현실이 아닌 경험을 하고자 들어가는 가짜 세계에서 보다 더 진짜 같음을 원하는 것은 과도한 욕심인 것 같다.
원지와 선우는 '진짜 우정'을 통해 용기를 갖고 자유를 위해서 자신 앞의 현실과 맞서 싸웠다.
우리가 살아있다는 것은 단순히 숨을 쉬고, 영양분을 섭취하고 몸을 움직이면 되는 걸까? 변화 하고 꿈을 꾸고 감정을 느끼고 결국 스스로 선택하는 삶이 살아있는 삶일 것 같다. 그래서 언젠가 더욱 진짜 같은 가짜 세계가 있다면, 그 곳에서도 변화 하고 꿈을 꾸고 감정을 느끼고 결국 스스로 선택하는 삶을 살 수 있게된다면, 이라는 가정은 조금 무섭기도 하다.
원지의 죽음이 슬픔으로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원지가 자유로워졌기 때문일 것이고 원지가 남기고 간 따스함이 우리들 곁에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을 알고, 우정을 배워가는 선우의 모습이 정말 보기 좋다. 선우와 우리의 매일매일이 언제나 '살아 있는게 근사'하다고 느끼며 살아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