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부드러워, 마셔
한은형 지음 / 을유문화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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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을유문화사

소설을 읽고 반해서 소설가의 이름을 기억해두었었다. 한은형.

그가 술 에세이를 들고 나왔다. 소설처럼 쿨한 문체 그대로, 내용은 열정적이다. 뭐가 이렇게 박학다식해, 하다가 그가 왜 '맥도날드 레이디'에게 끌려 소설로까지 썼을지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한은형은 노숙인이지만 지식을 사랑하고 우아함을 지키려한 '레이디 맥도날드'의 마음을 공감했을 것이지만 술을 사랑하는 만큼 건강도 지키려는 그는 수중의 돈으로 스타벅스 커피를 사 마시는 '레이디 맥도날드' 처럼은 하지 않았을 것이기에. 위스키 한잔과 담배 한 모금이 집보다 소중했던 영화 소공녀의 주인공 '미소'의 낭만을 사랑하지만, 그는 집을 선택했을 것만 같아서다.


*


책 얘기를 하자면 '술'로 시작해 세계 곳곳의 역사와 문학, 문화가 연결된다. 근데 전부 술 한잔 하고 싶게 하는 이야기들이다. 게다가 저자는 뭐가 이렇게 아는 게 많을까 싶다. 덕분에 나도 하나하나 지식을 줍는다. 머릿속에 얼마나 머무를지는 알 수 없지만. 원래 술자리에서의 이야기는 쉽게 증발하니까 상관 없을 것 같다. 그 즐거운 느낌 하나로 충분하다.

그런 책이다! 술을 사랑하고 문학을 사랑하는데, 그 둘을 자연스럽게 연결 시켜서 즐거운 이야기를 계속해서 풀어가는 거다. 밤새워 토킹하게 만드는 술의 힘을 빌려... (짠)

크래프트(craft)는 ‘장인이 하는 작업‘이라는 뜻이지만 크래픝 비어가 장인이 만드는 맥주는 아니다. ‘거대‘ 자본을 가지고 ‘운용‘하는 회사가 아닌 ‘소규모‘의 맥주 양조장을 크래프트 브루어리라고 하고, 거기서 만들어지는 맥주를 크래프트 비어라고 한다고, 나는 이해하고 있다.

그래, 맥주는 경쾌해. 날아오르는 느낌! 크래프트 비어가 특히 경쾌한 것 같다.

시시각각 변하는 대기 현상과 그에 따라 변하거나 변하지 않는 나의 기분에 기대어 고른다. 그게 술이든, 다른 무엇이든. 타이밍이다. 술에도 타이밍이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마신 벌꿀주의 병목에는 이런 글자가 있었다. ‘honey‘, ‘water‘, ‘time‘. 꿀과 물과 시간으로 이 술을 만들었다는 거다. 단순하지만 근사하지 않나?

아라비아해의 사람들은 인도양의 바람에 맞춰 천 년 넘게 그렇게 해 왔다고 한다.

이 바람의 이름이 ‘무심‘이다. 아랍어인 이 말이 포르투갈어를 거쳐 전해지면서 ‘몬순‘이 되었다고 한다. 아이피에이를 싣고 인도로 가던 이들도 무심을 타고 갔다. 무심이 뒤에서 밀어 주면 빨리 갔을 테고, 무심이 도움을 주지 않거나 방해하면 오래 걸렸을 것이다. 바람에 올라타야 제대로 갈 수 있었다. 아이피에이 한 캔을 마시면서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니, 이래서 나는 술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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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인생
기시미 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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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

일하는 게 힘들고 월요일이 괴롭던 차 서평단 모집하는 <일과 인생>을 보고 바로 신청했다. 기쁘게도 서평단 선정이 되어 이렇게 읽고 리뷰를 남긴다.

책을 읽을 때는 몰랐는데 덮고나서 자꾸 생각난다. 내가 일은 왜 하는지, 나는 어떤 일에서 공헌감을 얻고 관계 속에 나아갈 용기를 얻는지.

아들러에 따르면 사람은 타인에게 도움이 된다는 공헌감을 통해 자신감을 얻고, 인간관계 속에 들어갈 수 있는 용기를 얻는다. 그리고 사람은 관계를 통해서야만 행복해질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공헌감을 얻기 위해선 ‘일’을 해야 하고, 그래야만 용기를 얻을 수 있어 관계 속에서 행복을 누릴수 있다

이 책은 직장 내 인간관계를 한 챕터나 이야기하고 있다. 그 만큼 많은 사람들이 일 그 자체보다도 일하면서 겪는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많이 느끼고 있다는 거겠지...

결국 해야 할 말은 해야 했다. 남이 하길 바라지 말고 내가 해야 한다. 부당하다고 여기는 문화에 나 자신을 끼워맞출 필요도 없다.

피곤함과 스트레스를 일의 동반자로 여기며 월화수목금 일을 하러 간다. 나는 돈 말고 일을 통해 무엇을 얻고 있나. 하루 가장 활력있는 시간 대부분을 일하는 데 쓰고 있는데 돈 뿐이라면 내 인생이 너무 아까울 것 같다.

그렇다면 나는 어디서 공헌감을 느끼는가?

강아지의 눈꼽을 떼어주는 일
누군가에게 귤 한알을 건네는 일
책방에 들러 책 한권을 사는 일

일 아닌 일들이 나에게 용기를 주고 있었다.

돈 버는 일에서 나는 자주 불행함을 느끼곤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해보면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바쁜 상황에서도 짜증이 아닌 미소로 일과 사람을 대하고, 다름에서 오는 차이에 내 감정을 지나치게 개입시키지 않는, 그렇게 건내는 미소와 여유 같은 것들.

사실은 그리 어렵지 않은 작은 일들이 모여 행복한 세상이 되는 것 같다. 그러니까 그 작은 일들을 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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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라이프
가이 대븐포트 지음, 박상미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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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도서제공

정물화만 나오면 대체 무슨 의미일까 멀뚱멀뚱 쳐다보던 내게 <스틸라이프>가 찾아왔다.

정물이라는 소재가 전달할 수 있는 가장 깊은 곳까지, 가장 넓게 탐색한다는 책.

서평단 당첨 소식에 기뻐하며 책을 기다렸다.게다가 #을유문화사 의 철학, 예술 분야 책은 믿고 보게 된다. 이런 특별한 책을 출판해주어 감사하다.

책의 물성도 너무 예뻐서 책꽂이에 꽂아두고 싶은 욕망을 자극한다....


여러 예술가와 작품이 인용된다. 정신없는 와중에 엮은이의 주석은 한줄기 희망이 된다.

여름 과일 광주리, 운명의 두상, 사과와 배, 토리노의 형이상학적 빛. 각 장의 소제목들과 내용이 얼기설기 머릿속에서 굴러다닌다. 분명 알 수 없는 기분이지만, 정물화를 마주할 나의 눈과 마음은 조금 달라져 있으리라.

<사과와 배>가 그려진 정물화는 보기가 좋다. 요즘은 사과 못지 않게 복숭아가 자주 그려지는 과일같다. 복숭아도 시대마다 의미가 어떻게 다를지 궁금해진다. 세잔과 졸라의 우정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아폴리네르의 <알코올>은 지금 내 장바구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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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드 모네, 점심 식사, 1868>

우리는 모네가 언제나 근원과 파생의 관계에 대해 명철하게 파악하고 있음을 짚고 가야 한다.

빵은 익은 풀, 그러니까 밀에서 온 것인데, 지중해 사람들은 밀로 인해 사냥꾼이 농부로 진화하고 또 농촌이 도시로, 문명으로 진화하게 된 것이다.

46-47p









<파블로 피카소, 아비뇽의 여인들,1907>

콕토가 우리에게 한 조언, 즉 우리가 때로 세련됨을 뒤로하고 정글의 북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다 병들고 말 것이라는 말과 같은 맥락이다.

고대 부족의 춤과도 같은 이 그림에서 야만스럽게 표현된 여성들 외에 유일한 디테일은 사과, 배, 포도 한 송이, 멜론 한 조각을 그린 정물이다. 이 그림을 그리기 4년 전 피카소는 사과 한 그릇을 들고 앉아 있는 여성의 고전적인 누드 소묘를 그린 적이 있다. 사과, 배, 과꽃을 담은 꽃병은 일찍이 피카소 정물의 소재가 되었고, 그는 이 소재를 버린 적이 없다. 피카소가 화가로서 한 일 중에 하나는 과거가 남긴 '재고'를 찬찬히 검토하는 일이었고, 이는 실제로 모더니즘의 중요한 정신이었다. 그래서 피카소의 상징은 독특한 방식으로 복합적이다.

여기서 우리가 해야 할 질문은 피카소가 왜 <아비뇽의 여인들>에 사과와 배를 그렸는지가 아니라, 피카소는 사과와 배를 그릴 때 어떤 느낌을 가졌는지가 될 것이다. 나는 그의 사과와 배를 이미지가 아닌 일종의 도식glyph 으로 다룰 것이다.

상형문자 또는 도식적인 요약은 언제나 언어와 그림에 모두 존재해 왔다. 짓궂게 그 근원을 숨기면서 말이다. 131p-135p


최초의 다게레오타이프(초기 사진 프로세스)는 정물이었다 - P49

여기서 암시되는 것은 대중문화의 명민한 남자(이들은 머리와 뇌만이 중요하고, 몸은 우습고 연약한 것이라 매도한다)를 고대의 영웅적 정신과 나란히 놓는다는 것이다. 고대의 정신은 우리 시대에 와서 지성으로 살아남는다고 예술이 우리에게 말해 주는 것이다. 운명으로서의 두상은 이렇게 새로운 의미를 띠게 된다. 고매한 태생이나 곧고 청렴한 성품에 주어지는 고대의 자리가 아닌, 영특하고 지적인 명철함이라는 의미다. - P74

포는 어셔의 책들이라는 정물로 우리를 매혹한다. - P93

배는 인간과 신성 간의 조화를 상징하고 사과는 인간과 신성 간의 만남을 상징한다. 에덴의 금지된 과일이 사과가 된 것은 악 malus과 사과 malum 사이의 말장난에서 비롯된, 언어적으로 우연히 일어난 사건이었다. 하지만 수백 년간 사과가 에로스의 상징으로 쓰인 그리스와 라틴의 목가시를 보면 이는 필연적으로 우연으로 불 수밖에 없다. - P125

데 키리코의 회화적 세계는 에니그마 enigma이다. ‘에니그마‘는 그가 사용한 단어다. 니체도 이 말을 사용했다. 맹목적으로 받아들이는 환영을 제거하면 그 세상은 하나의 에니그마, 수수께끼, 즉 현실의 본질에 대한 전반적인 질문들을 모두 다시 하게 하는 상태가 된다. 데 키리코와 그의 유파는 스스로를 형이상학파라고 불렀다. - P169

정물화는 반 고흐가 일종의 시각적 일기로 사용한 장르였다. -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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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열림원 세계문학 2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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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책제공 #열림원 #세계문학


평소 읽어보고 싶었던 <위대한 개츠비>

영화로 먼저 만나보았지만 그다지 인상깊지 않아 책으로 읽자 읽자 했던게 계속 미뤄졌다가

열림원에서 새로 펴낸 '세계문학 시리즈 서평단'이라는 좋은 기회로 읽어보게 되었다. 드!디!어!

그런데 책을 읽고 나니 다시 한 번 영화를 보고 싶어진다.

디카프리오가 술잔을 들고 싱긋, 웃는 그 장면이 뇌리에서 자꾸만 반복재생 된다 ㅠㅜㅋㅋㅋㅋㅋㅋㅋ


#줄거리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개츠비는 야망남.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며 승승장구하며 태생부터 우아한 상류층인 데이지와 사랑에 빠진다. 그러다 해외 파병에 이어 옥스퍼드 파병으로 데이지와 떨어진 기간이 길어지고, 그 사이 데이지는 또다른 상류층 남자인 톰과 결혼해버렸다!

오로지 데이지 뿐이었던 개츠비는 데이지의 집이 보이는 건너편 저택으로 이사를 온다. 데이지 집쪽에서 반짝이는 초록 불빛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그리고 날마다 성대한 파티를 연다. 그러다 데이지의 사촌 오빠 닉을 통해 데이지와 다시 만나게 되고, 개츠비는 어쩔 줄 몰라한다. 개츠비 is 순정남이다.

📚

1925년에 발표된 이 소설은 1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세계경제의 중심이 되던 시기다. 금주법의 반작용으로 되레 밀주 유통이 늘어났고 마피아 같은 범죄조직도 함께 늘어났다고 한다.

1차 세계대전이후의 정신적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경제호황과 물질만능주의가 사회 전반을 지배했다.

그 공허함을 물질로 물질로....... 그렇게 쾌락으로 채우려는 사람들 가운데 '낭만적 사랑'으로 채우려 한 개츠비가 있었다.

그러나 그는 결국 그 누구보다 허망하게 죽었다.

그의 죽음에 얽힌 이야기는 막장 드라마가 따로 없다.

톰이 외도로 만나던 여자(정비공 윌슨의 부인인 머틀)를 뺑소니로 죽인 데이지. 그런 데이지 옆에 동승하고 있던 개츠비.

개츠비가 머틀을 죽였다고 생각한 톰은 윌슨이 자신을 찾아오자 그 차의 주인을 개츠비라고 말한다. 분노로 가득찬 윌슨은 개츠비를 총으로 쏴 죽인다.

개츠비의 장례식에는 그 누구도 얼굴을 비추지 않는다.

매일같이 파티를 드나들던 수많은 사람도, 개츠비와 일을 함께 하던 사람도, 그리고 데이지도.

비극, 부조리함, 환멸나는 사람들을 본다. 그들을 욕하고 싶지만 기억해야 한다.

"누구를 비판하고 싶어질 땐 말이다. 세상 사람이 다 너처럼 좋은 조건을 타고난 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도록 해라." 9쪽


데이지는 정말 자포자기 한걸지도 모르겠다. 자기가 살기 위해 '바보 같은 여자'로 살기를 택한 것일 수도 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자기 자리에서 자신만의 '초록 불빛'을 향해 바쁘게 살아가고 있을 뿐.

저마다의 희망을 품고 사는 모두가 위대하다. 그러니 개츠비가 왜 위대한가 보다도 우리 삶의 희망과 허망 그 사이를 보여주는 듯하다.

"자신의 인생이 당장 어떤 형태를 갖추길" 바라며 톰과 결혼한 데이지도,

자신의 꿈과 환상을 모두 데이지에게 씌우며 그녀를 갈망한 개츠비도,

'초록 불빛'이라는 허망을 희망이라 착각하며 움켜쥐려했다.

그러나 '초록불빛'은 형태가 없다. 움켜쥘 수 없다.

희망도 마찬가지다.

희망 속에 살아가는 것만이 희망을 누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책에 간혹 오탈자들이 보여 아쉬움이 있었지만,

여름 이야기에 어울리는 핑크색 표지와, 파티와 나른함, 허무함의 느낌이 여름 더위와 어울려 좋았다.

"데이지의 목소리엔 무분별한 데가 있어요." 내가 말했다. "목소리가 온통 ......" 하고 나는 망설였다.

"데이지의 목소리는 돈으로 가득 차 있지요." 그가 불쑥 말했다.

바로 그랬다. 전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는데, 데이지의 목소리는 돈으로 가득 차 있었다. 높아졌다 낮아졌다 파동치는 그 목소리의 무진장한 매력은 바로 그것이었다. 짤랑거리는 돈 소리, 심벌즈의 노래 같은 돈 소리...... 하얀 궁전 저 높은 곳에 있는 공주, 황금의 아가씨......
- P201

누구를 비판하고 싶어질 땐 말이다. 세상 사람이 다 너처럼 좋은 조건을 타고난 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도록 해라.
- P9

딸이라는 말을 듣고는 고개를 돌리고 울었어요. 그러다가 말했죠. ‘좋아요. 딸이라서 기뻐요. 바보 같은 여자로 자라주면 좋겠어요. 그게 제일이죠. 예쁘고 머리 나쁜 여자가 되는 게.‘ "데이지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요컨대 세상은 모든 게 끔찍하다고 생각해요. 누구나 다 그렇게 생각해요. 아주 진보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죠. 하지만 내 경우는 생각하는 게 아니라 그냥 알아요. 나는 모든 곳에 가봤고, 모든 것을 보았고, 모든 것을 해봤으니까요." 그녀의 눈은 도전하듯 강렬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그것은 아까 본 톰의 눈과 어딘지 모르게 비슷했다. 그리고 그녀는 움찔할 만큼 자포자기한 웃음을 터뜨렸다. "닳고 닳은 거지요. 그래요, 닳고 닳았단 말이에요!"
- P38



그는 삶의 가능성에 대한 어떤 높은 감수성 같은 것을 지니고 있었다. ... 그것은 희망을 찾아내는 비범한 재능이요, 지금까지 어느 누구에게서도 보지 못했고 앞으로도 다시는 볼 수 없을 것 같은 낭만적인 민감성이었다. 그렇다. 결국에 가서는 개츠비가 옳았다는 것이 드러났다. 인간의 설익은 슬픔이나 짤막한 환희에서 내가 잠시나마 관심을 닫아버린 것은 개츠비를 먹이 삼아 괴롭힌 것들, 그의 꿈이 지나간 자리에 떠도는 더러운 쓰레기 때문이었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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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름에게
박선아 지음 / 안그라픽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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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송된 책을 꺼내는 데 멀리 해외에서 부쳐져 온 것 같았다. 그런데 책을 펼쳤을 때 정말로 편지가 꽂혀 있었다. 어쩐지 진짜 멀리서부터 내게 온 편지같아 설렜다.

저자는 이전부터 내 책장에 꽂혀 있는 <20킬로그램의 삶>을 쓴 작가님이기도 했다. 글을 읽으며 아 맞아 이분 이랬어, 하며 아는 척도 해봤다.

책을 읽으며 어떤 순간은 편지 받는 이를 상상했고, 편지를 쓴 사람이 되기도 했다.

매일 아는 것은 늘어나는데, 우리는 그중 무엇을 기억하게 될까. 43p

페이지의 여백도 많고, 사진으로만 구성된 페이지도 많다. 읽는 사람도 덩달아 편지를 쓸 수 있는 여유를 느낄 수 있다. 사진이 연달아 나오는 페이지에서는 종이와 잉크 냄새가 났다. 오래된 집 냄새 같기도 했다. 기분이 덩달이 여유롭고 행복해진다.

커피를 보며 '강해지자!'라고 주문을 거는 사람, 고양이가 여행을 떠나면 기다리겠다는 사람. 기다리는 시간에 편지를 쓰는 사람. 한 손에 책을 들고다니는 게 유행하는 걸 상상해보는 사람. 커피 한 잔을 주문했는데 두 잔이 나와서 어쩔 줄 몰라하는 사람. 주변에 이런 사람 한 둘쯤 있는 세상이면 거긴 좋은 세상일 것 같다.

책을 덮으니 일상과 여행 그 경계를 다녀온 기분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중 많은 것이 파리에서 쓰이고 그려지고 만들어졌다. (착각일 수도 있다) 그렇게 나의 파리에 대한 환상은 <어떤 이름에게>를 읽고 더 커져 버렸다. 이것도 좋은 일이다.🙄❤️

*책을 제공 받고 진심을 담아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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