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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유령 - 폭력의 시대, 불가능의 글쓰기는 어떻게 가능한가
W. G. 제발트 지음, 린 섀런 슈워츠 엮음, 공진호 옮김 / 아티초크 / 2025년 6월
평점 :
#서평단
독일 작가 W.G.제발트와 관련된 논평, 인터뷰 집이다. 그의 에세이로 기대했었는데, 직접 쓴 에세이와는 또다른 매력이다. 제발트의 소설은 맛보기 정도로만 해서 그의 소설을 좀더 차분히 읽고 난 뒤에 <기억의 유령>을 읽으면 더 많은 게 보이지 않을까 싶다. 나는 소설을 집중해서 잘 못 읽는 편인데 작가와 그와 관련된 여러 이야기와 서평들을 읽고 난 뒤라면 훨씬 더 집중이 잘 될 듯 하여 든든한 기분이 든다.
제발트의 소설은 아닐지라도, 마지막에 실린 버지니아 울프와 카프카의 짧은 단편도 아주 인상적이다!
#기억의유령
제발트는 홀로코스트와 독일 도시의 파괴에 대한 사회의 ‘집단 기억 상실‘과 ’모의된 침묵‘에 분노했다. 또한 전쟁 중 이민자가 될 수밖에 없던 이들의 이야기를 신기하도록 간접적으로 표현해내는 작가다.
나는 참혹한 역사가 우리 삶을 침몰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은 것 처럼 제목만 알던, 그걸로 끝이던, 우리의 아픈 역사 소설들을 들춰보았다.
문학의 효용이란, “기억를 돕고” “단순한 사실의 나열이나 학식을 넘어 회복의 시도를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제발트의 말을 은근슬쩍 믿으면서.
#밑줄
“제발트는 진보랄지 개혁이랄디 하는 그 아떤 낙관적 관념 없이, 그 확인 행위 자체를 보전하기 위해, 오래 지속될 언어로 상실돤 것을 부활시키는 만족감을 위해 그 일을 했다.” 53p
“미술관에 가서 16세기나 18세기에 누군가가 그린 훌륭한 그림들을 보고 있을 때 우리는 시간을 이탈합니다. 그렇게 시간의 진행에서 이탈할 수 있다면 어떤 의미에서 그건 구원의 일종입니다. 사진도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어요. 흐름을 막는 장벽 내지는 둑의 역할을 하는 것이죠. 그건 긍정적인 무엇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독서의 속도를 늦추는 것이죠” 90p
“늙어갈 수록 더 많은 걸 잊는다고 할 수 있죠. 그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 하지만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고 남는 부분의 밀도는 상당히 높아집니다. 이로 말미암은 무게가 한번 짓누르기 시작하면 우리를 침몰시킵니다.“ 109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