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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 우리 본성의 빛과 그림자를 찾아서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 아티초크 / 2025년 2월
평점 :
*읽고 싶어서 신청한 서평단 글
“왜 예술가들은 죽음보다 가난을 두려워할까”
“왜 우리는 잘 아는 사람을 증오하지 못할까”
“왜 고상함과 상스러움은 백지 한 장 차이일까”
“왜 사형은 범죄자에게 혹독한 처벌이 아닐까”
출판사 인스타 계정에서 마주한 이 질문들에서 나는 어? 진짜 왜지? 하는 궁금증 들어 서평단을 신청했고, 감사히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당대 최고의 문장가이자 에세이스트였다는 윌리엄 해즐릿의 글은 지금 읽어도 신선한 활력과 삶에 대한 통찰을 보여준다. 위의 질문들을 읽으며 명확한 답을 내리기 어려웠다면 한번 읽어보기시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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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운 사람으로 통하려면 대개는 지혜롭게 보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118p)
“겉모습보다 실체에 의지하는 사람은 결국 만인의 미움과 조롱의 대상이 되어 있을 것이다”(136p)
<성공의 조건에 관하여> 부분을 읽으면서는 마음이 불편했다. 물론 그 시대와 자신의 능력에 맞게 노력하는 사람이 성공할 수 있다는 부분은 공감했지만, 위 문장들 처럼 결국 ‘척’만 하는 가면들의 세상이 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해즐릿은 사람은 구체적이기에 가면을 벗는게 이롭다고 말했는데 실체를 지향하는 삶은 어리석다는 걸까? (여기서 실체란 무엇인가, 하고 파고들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줄인다)
만일 그렇다면 나는 어떤 척을 하면서 살아야 할까? 나는 어떤 모습으로 보여지고 싶은가? 척하면서 사는 것도 지혜를 추구하는 것만큼이나 힘들 것 같은데 나는 어떤 삶을 선택하고 싶은가? 질문을 많이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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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사랑한다는 것은> 부분을 읽으며 지금 내 삶은 어떤가, 생각해볼 수 있었다.
나는 행복한가? 죽음이 찾아와도 괜찮을 만큼?
자신의 삶에 모든 게 충분하고 다 이루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가진 평화로움과 아직 더 행복하고 더 나은 삶이 있다고 믿으며 열정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 이 두 사람 중 누가 더 죽음을 강렬히 거부할까? 후자일 것이다.
많은 현대인들은 현재의 부족함을 바라보며 "마음에 그리는 행복의 가능성"을 그리며 살아간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노력하고 열정을 갖고 살아간다. 그런데 이런 모습이야말로 "우리는 인생이라는 사막에서 애타게 찾는 몇 안 되는 오아시스를 향해 부단히 발길을 재촉하는 것만 같다."는 해즐릿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더 쉽게 끄덕일 만한 예시로는, 학생들이 방학을 손꼽아 기다리는 것, 직장인이 휴가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닐까.
이는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라는 주제와도 연결된다. 공간의 거리뿐만 아니라 시간적으로도 '멀리'있는 것은 그 사이를 우리가 상상으로 채우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상상이라는 여백을 지금 여기에 없는 희망과 열망으로 채운다.
그런데 그 안에는 과거에 대한 기억 또한 있어서, "소멸한 줄 알았던 기억은 ... 그늘진 과거를 드러내고 변화한 자신을 대비시켜 보여준다". 기억은 내가 걸어온 여정을 들여다보게 해준다.
해즐릿은 이 부분에서 기억에 대한 이야기로 빠져나가 시각 정보보다 청각, 미각, 후각이 더 오래 기억이 남고 기억 연상에 효과적이라는 설명을 이어간다. 그리고 사람은 구체적인 존재이기에 사람 사이는 오히려 공간적으로 가까워져야 이롭다고 이야기한다. 갑자기 주제가 살짝 빗겨나간 것 같은 흐름에 당황스럽긴 했지만(내 집중력이 떨어져서 흐름을 이해를 못한 걸 수도 있다)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실제로 시각적인 풍경보다는, 후각 또는 어느 노래에서의 기억이 과거 어느날의 향수를 불러일으킨 적이 많다. "우리가 실제로 아는 사람들은 거의 모두 아주 평범하다. 우리는 무지만으로도 그 사람들을 괴물이나 유령으로 만든다."는 말 또한 얼굴 없이 SNS로 소통되는 요즘 시대에 더더욱 기억해야 할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같은 글을 여러 번 읽어도 지겹지 않았다. 조만간 또는 문득문득 다시 펼쳐볼 책이다. 📖
#윌리엄해즐릿 #왜먼것이더좋아보이는가 #아티초크 #혐오의즐거움에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