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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개 1
김별아 지음 / 문이당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우연인지 이 책을 읽기전 김탁환 작가의 <나, 황진이>를 읽었다.
그리고 잡은 것이 논개
두 여인이 조선시대 가장 하찮은 신분인 기생이면서 우리나라 역사에 당당히 이름을 남길 정도로 유명했던 것,
스스로 두 여인을 비교해 보는 기회가 되었고 그래서 읽는 느낌이 더욱 새로웠다.
그동안 어렴풋이 알아왔던 '논개'
임진왜란시절 진주기생이 되어 손가락 10마디에 가락지를 끼고 일본 적장을 안고 촉석루에서 남강으로 뛰어내어 의기로 알려진 여성,
그 정도로 알고 있었기에 무에 책이 2권이나 되나? 하며 처음엔 많이 놀랬다.
하지만 논개는 황진이처럼 출생자체가 기녀가 아니었던것,
몰락했지만 한 마을 훈장을 보던 양반가에서 부모나이 사십이 넘어 얻은 금지옥엽 늦둥이었다는 것,
태어난 것이 갑술년 갑술월 갑술일 갑술시의 사갑술의 운명을 지니고 태어난 여인.
그래서 4개의 개(戌)를 가져 이름이 논개가 된 것, 그녀의 출생자체가 예사롭지 않았다.
그런 양반가문에서 난봉꾼이며 개망나니였던 작은 아버지의 사기혼사로 어긋나기 시작한 삶,
여섯살나 어미와 야반도주를 하고 잡히어 무죄로 되지만 오갈데 없는 모녀가 결국 그때 재판을 본 장수현감 '최경회'의 시비로 어미는 '따라마님'이 논개는 '무자리'가 되고 만다.
그녀들은 그렇게 하늘도 바꿀 수 없는 신분사회에서 사회의 가장 밑바닥인 노비의 신분을 살아남기 위한 방편으로 삼게 되면서 그 고단한 삶을 이어가게 된다.
물런 이 책은 논개라는 한 여인을 제목으로 삼고 있지만 자신이 6살때부터 모시게 된 '최경회'를 따라 지역을 옮겨가며 고단한 일반백성과 노비의 삶을 보여주고 자기들끼리 충(忠)을 떠들며 이전투구하고 아전인수하는 양반들의 한심한 작태를 보여주며 임진왜란이라는 엄청난 사건이 일어날 수 밖에 없던 시대상황을 알려주고 있는데 크게 보이지 않지만 미묘한 감정의 흔들림을 세세하게 표현하며 자신의 삶의 기둥이된 '최경회'의 모습을 더욱 강건하게 그려주고 있다.
앞전의 김별아씨 작품을 읽으면서 너무 노골적이다 싶은 감정표현들이 많이 불편하기도 했는데 이 책에선 절제된 감정이 많이 나오면서도 내재된 감정에 제대로 오열하지 못하면서 굳건함과 슬픔을 함께 표현하는 대목들과 만날땐 괜시리 논개의 아픔이 살아나 내가 오히려 울게 된다는것, 참 새로웠다.
또 하나 예전 고어들과 아름다운 우리말이 맛깔나게 표현되어 읽는 재미가 좋았다.
어미가 딸에게 이야기할때의 그 구수함과 친구 '업이'의 입을 통해 나오는 말들이 참으로 생경하면서 정답게 다가오는 것, 고전을 읽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었다.
물런 시대상의 딱딱함과 복잡하게 얽힌 현실과 맞부딜칠때는 이것을 역사서로 읽어야 하나 하며 약간 불편함도 있었지만 논개라는 인물과 함께 임진왜란 그때의 역사를 무조건 외면하려고 했는데 이번 기회에 제대로 알 수 있었어 너무 좋았다.
이 책에선 몰락한 양반가문에서 태어나 관비로 살다 자신의 정신적 기둥인 최경회를 끝까지 가슴에 품고 그의 죽음을 겪게 되면서 진주성에서 관기가 되어 그녀 또한 장렬하게 죽어간다는 이야기이다.
스물살 꽃다운 나이에 생을 마감하면서 자신을 위해 제대로 살아보지 못했던 여인,
6살때부터 무자리로 자라도 한번도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울지 않았던 여인,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해 흔들리지 않고 그 고생을 자신의 것으로 온전히 받아 들였던 여인,
현재 내 삶이 너무 힘들고 팍팍해 아직도 어머니께 짜증부리고 하루에도 몇번씩 살기 싫다 말하는 내가 이 어린 논개를 만나면서 얼마나 부끄러웠던지..
그래서 그녀의 고생과 표현하지 않는 가슴막힘에 눈물이 자주 났을 것 같다.
그녀처럼 온갖 고생을 감내하면서 묵묵히 살아갈 자신은 아무래도 없지만 힘겨운 인생살이 그래도 내겐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친구도 있으며 자유가 있지 않는가, 감사하며 씩씩하게 살아가야함을 느끼고 반성하며 힘들어도 웃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녀가 왜 우리의 역사에 기록되어 남아있는지 제대로 알 수 있었던 기회가 되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