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수다 - 나를 서재 밖으로 꺼내주시오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진원 옮김 / 지니북스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오쿠다 선생께 항구도시의 탐색과 기행문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항구에 들어가실 때는 매번 배를 이용하셨으면 합니다."(P10)라는

'유카'편집장의 제안으로 부터 시작된 오쿠다 히데오의 10개월간의 항구도시 순례기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를 처음 접한 후 그는 나에게 아주 유쾌한 작가로 각인되었고

그런 유쾌한 사람이 여행과 관련된 에세이를 내었으니 그 유쾌함과 즐거움의 상상으로 궁금증이 가득했었다.

처음 가와사키 항의 여객선 터미널에서 시작해 '고치항구'에 도착,  고토열도, 오시카 반도, 우리나라의 부산항, 후쿠이와 나카타, 와카나이 레분도까지 이어지는 여정.

 

여행에세이라는 것..

거짓임을 전제로 하는 소설과는 달리 작가가 직접 보고 들은 것을 그대로 전해주기에 우리가 낯설어 하는 지방의 문화를 읽으면서 그곳에 간 그 작가의 내면과 정신세계를 더욱 가까이 느낄 수 있었고  

친숙함까지 공유할 수 있다는 잇점이 있다.

이 책 또한 '오쿠다 히데오'를 유쾌한 작가의 이미지에 가두어 두기 보단 조금은 색다른 이면,

여행지에서 만나는 아이들의 떠들고 노는 모습을 보면서 "아시아의 과제는 어린이의 예절 교육이라고 강력히 말하고 싶다."라는 글을 읽으며.. 이 사람 아이를 잘 모르는 사람이군.. 생각했는데 역시나

그 스스로 '애수의 독신자'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서 그의 고독함과 독신임을 알게 되었고,

여행에 함께한 편집자 '타로'군과 카메라맨 '신고'군에 대한 다양한 질투와 평가들.. 재미있었다.

항구마다 습관적으로 들리는 스낵바에서 만나는 미모의 마담들과의 유쾌한 대화나 고토 열도를 순회할 때 민박집에서 지네에게 물려 치료를 받으면서도 여의사에게 반해 혼자 자유로운 상상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가 남자이기에, 아니면 감정이 풍부한 작가이기에.. 라며 웃기도 했었다.

어느 곳에서든 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무료로 먹으며 칼로리 계산과 살찌는 것을 걱정하든 사람.

그러면서 또 연방 새로운 음식에 열중하며 빠지지 않고 맥주를 마신다는 것, 이사람 나와 너무 닮았다.

먹는 것 좋아하고, 모든것에 감탄 잘하고, 맥주도 좋아한다는 것. 특히 배를 타고 이동하면서도 가끔씩

TV를 통해 야구중계가 될때 자신이 좋아하는 주니치 팀을 열렬히 응원하는 것을 보면서

너무 인간적이지 않은가.

나 또한 롯데가 꼴찌를 해도 열렬히 응원하는 광팬이니..

특히 그의 부산기행 중 한증막 체험과 목욕탕에서 알몸 때밀이 문화를 소개할 때 어찌나 우습던지..

인간의 존엄성까지 이야기 하며 고급스럽지 않은 경험이라고 했지만 그의 문화적 차별에 관해 조금은

실망도 했다. 뭐 그 정도를 가지고..

부산 사직야구장에 들러 경기 관람도 했는데 관중들의 열정적 응원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7회에 나왔다니 그것은 제대로 본것도 아니고 즐기지도 않은 것이여! 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자신의 고향인 '기후'지역을 지나며 고향에 대한 생각과 바다크기의 호수인 '비와호', 아이카와의 지역

의식의 일종인 '마쯔리'등을 소개할 때는 기회가 되면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일었다.

일본 지역마다 들렀다 먹는 고등어 회, 카마아게 우동, 장어덮밥, 메밀국수와 문어 샤브샤브,우리나라의 비빔밥과 삼계탕 등을 어찌나 맛있게 먹고 매양 칭찬을 아끼지 않는지, 자신은 스스로 미각치라고 하면서도 참 군침돌게 설명을 하고 있으니 그것도 작가의 재주인가 보다.

 

너무나 바쁜 시대 차도 아니고 비행기도 아닌 배로 대부분을 이동한다는 것.

사실 배로 여행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것이다.

캄캄한 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막막한 바다에 배를 타고 다니는 기분을..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막무가내로 흔들리고 어디를 둘러 보아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며

한정된 배 안에선 그렇게 할 만한 일이 많지 않다는 것을..

그럼에도 45살의 작가는 배멀미도 하지 않았고 잠마저 잘잤다며 체질이라고 했다.

일행과 함께 할때는 쉴새없이 먹고 떠들며 구경하고, 혼자 남겨진 시간에 자신을 돌아보며 자신의 내면을 보여주던 그.

매양 빠지지 않고 배안에서의 상황과 자신의 심정, 배와 섬에서 만난 사람과 괭이갈매기들같은 동물들과의 교감까지 멋지게 그려내고 있는데 일본의 성공한 작가가 쓴 기행에세이 중,

너무나 아쉬운 점 하나.

이 책은 6개 항구도시를 순회하며 그곳의 특산물이나 향토 요리를 소개하는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쓰여졌는데 어찌 이렇게 불친절하게도 지역이나 음식들을 소개하는 사진이나 그림이 없는 것일까?

자신도 처음 가보는 지역이 많은 일본지역, 내겐 너무 생소한데 글로써만 만나는 지역은 너무나 먼 타지역 같았고 맛있는 음식을 그림으로나마 만났으면 그 느낌이 좀더 가까이 다가오지 않을까,

읽는 내내 아쉬웠다.

"나는 여행을 동경하지만 이런저런 핑계로 행동에 옮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권유를 받으면 마지못해 한다는 제스처를 취하면서도 속으로 기쁨의 환호를 외치며 따라나선다.

한마디로 뒤틀린 사람인 것이다."(P11)

누구나 그럴것이다.

일단 여행을 떠나게 되면 나를 잊게 된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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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7-08-02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설렘이지만 또 쉽게 실천하지 못하기에 더 그런지도 모를일지요??저도 속으로 기쁨의 환호를 외치며 따라나설 여행이 있었으면...그러면서 이 입을 수다스럽게 조잘대고 싶어집니다..그러면서 때론 입 꼭 다물고 바라만 봐도 좋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