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의 작가가 쓴 단편집인데, 등장 인물들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뿐 정상에서 벗어난(?)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근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비정상이 정상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그건 요즘의 사건사고가 워낙 버라이어티해서 인지 그다지 충격적으로 여겨지지는 않았어요.5편 중 임선우작가의 [지상의 밤]이 제일 좋았네요. 황당한 설정인데도 자연스러운 전개와 잔잔하고 희망적인 마무리, 덤으로 우습기도 하구요.5명의 작가가 썼지만 그 사실을 모르고 읽었다면 한 사람이 썼다고 느낄 정도로 문체와 분위기가 크게 다르지 않은 거 같았어요.
최고의 복수는 ‘용서‘라고 쉽게 말할 수 있을까? 치욕과 억울함, 배신감, 육체적 고통, 모멸감을 몸소 겪은 자에게 사랑과 용서는 복수에 대한 답이 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신의 섭리는, 직접적이지 않게 그렇게 되게끔 이끌어 준다. 인간의 이성으로는 전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장강명작가는 좋아하는 작가이지만, 그가 쓴 책 가운데 아마 서너 권을 읽었던 거 같은데 모두 좋았던 것은 아니였어요.‘재수사‘ 표지를 넘기면 작가가 자필로 쓴 (인쇄된) 문장이 있는데 본인한테 참 각별한 책이라고 하면서 어떻게 읽힐지 궁금하다고 적혀 있어요.각별하다고 한 그 메모가 저로선 100% 공감이 가더군요.참 많이 심혈을 기울여서 썼구나 하고 인정하게 되요.이 소설의 구성이 퍽 흥미롭습니다. 누구인지 모르는 범인이 내레이션하는 듯한 글과 3인칭 소설이 번갈아 나오는 구조인데요. 아쉬운 것은 범인의 글 자체가 길진 않지만 이해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지루하기도 하구요.반전은 있으나 많이 놀랍지는 않다는 게 좀 아쉬운 부분이긴 합니다. 그래도 믿고 보는 작가의 추리소설로서 좋은 선택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