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영화로 제격인 거 같다. 구수한 남도 사투리며 이야기의 흐름이 무엇보다 흥미롭다.사투리인 지, 고유어인 지 몰라도 국어의 보고 처럼 페이지마다 첨보는 단어를 찾아 읽어가는 재미는 덤이다.
코로나 경험은 ‘페스트‘를 더 실감나게 이해하게 된다. 194X년대 오랑 지역에서 발현된 페스트로 인한 격리, 폐쇄, 죽음, 그리고 인간을 짐짝처럼 다뤄지는 화장장 등..실감나게 서술하고 있다.하지만 이상하게 읽어나가기가 힘들었는데, 카뮈의 글이 장황한 탓인지 일부 번역의 문제인 지...아마 둘 다 영향이 있을 거 같다.카뮈의 ‘소송‘을 읽었을 때는 그의 끊임없는 의식의 흐름이 고스란히 문장으로 치환되는 것을 보고 대단히 놀랐던 기억이 있다.‘페스트‘ 에서는 흑사병이 훓고 지나가는 과정을 치밀하게 정말 사실적으로 다루었으며, 격리된 지역안에서 주인공 의사인 리유와 관계를 맺은 인물들이 살아남거나 죽음에 이르는 모습을 건조하게 서술하고 있으나 감정이 고스란히 전이되는 거 같아 이 또한 놀라운 경험이다.고전은 아무리 잘 번역해도 어구하나하나 문장 모두를 이해하긴 어려울꺼 같다. 앞으로는 전체적인 맥락에서 접근해 나가는 게 좋겠다.
긴 추석 연휴에 가족과 뮤지컬이나 연극을 보고 싶었지만...대신, 희곡으로나마 보고자하는 욕망을 달랬다.3개의 희곡으로 구성되어 있고 모두 과거에 공연 되었다고 한다.그중에 ‘공포‘는 러시아 작가 안톤 체호프가 1890년 사할린섬을 여행하고 돌아와 발표한 기행문과 동명의 단편소설을 참고한 창작물인데, 다시 공연한다면 꼭 보고 싶다.
기획재정부 장관 출신의 등단작가, 이력때문에 그리고 최후진술이란 제목이 호기심이 불러 일으켰다.행시 재정직에 합격하여 사무관으로 시작한 저자의 경험적인 이야기가 여러 단편 그리고 제목의 중편으로 구성되어 있다.첫편 ‘동백꽃처럼‘이 참 좋았다. 이후 관료로서의 경험담에 기반한 여러 편의 단편이 이어진다. 뒤늦게 등단하고 여러 단편을 지은 것은 마지막에 있는 ‘최후진술‘을 쓰기 위한 배경이라고 저자는 말한다.최후진술은 저자가 수십년간 관료로서 은퇴 후 정권이 바뀌어 죄없는 자를 죄로 덮어 씌우고 5년을 복역후 출소한 자의 씻김굿이다.97년 IMF외환위기, 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환란 속에서 저자가 국가를 위해 혼신을 바쳐 국난 극복을 이루어 낸 보람과 훈장은 한순간에 버려지고 남은건 억울함과 절규 뿐...씁쓸하다.
이 소설집의 이야기들은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소재에 있어서는 ‘자전적‘ 이고 ‘사실적‘이지만, 광장의 민중에게 외치고 고발하는 것이기에 주제와 구성에 있어서는 ‘타전적‘이고 ‘허구적‘이다. 어디까지가 자전적이고 무엇이 타전적인지는 독자의 영역이다. - P300
이 소설집이,인류사의 기적을 이루기 위해 수고하고 땀 흘리고도 정치에 매도되었거나 돌팔매를 맞은 사람들의 울적한 영혼을 위한 서사시가 되고, 진혼곡이 되고, ‘최후진술‘이 되기를, - P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