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복수는 ‘용서‘라고 쉽게 말할 수 있을까? 치욕과 억울함, 배신감, 육체적 고통, 모멸감을 몸소 겪은 자에게 사랑과 용서는 복수에 대한 답이 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신의 섭리는, 직접적이지 않게 그렇게 되게끔 이끌어 준다. 인간의 이성으로는 전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장강명작가는 좋아하는 작가이지만, 그가 쓴 책 가운데 아마 서너 권을 읽었던 거 같은데 모두 좋았던 것은 아니였어요.‘재수사‘ 표지를 넘기면 작가가 자필로 쓴 (인쇄된) 문장이 있는데 본인한테 참 각별한 책이라고 하면서 어떻게 읽힐지 궁금하다고 적혀 있어요.각별하다고 한 그 메모가 저로선 100% 공감이 가더군요.참 많이 심혈을 기울여서 썼구나 하고 인정하게 되요.이 소설의 구성이 퍽 흥미롭습니다. 누구인지 모르는 범인이 내레이션하는 듯한 글과 3인칭 소설이 번갈아 나오는 구조인데요. 아쉬운 것은 범인의 글 자체가 길진 않지만 이해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지루하기도 하구요.반전은 있으나 많이 놀랍지는 않다는 게 좀 아쉬운 부분이긴 합니다. 그래도 믿고 보는 작가의 추리소설로서 좋은 선택이었어요.
서울대 82학번 불문과 이성식이 주인공입니다.학창시절에 그만큼 고학번인 선배를 본 적은 없지만 시대상황이라든지 학창시절 분위기가 어땠는지는 어렴풋 기억이 납니다.데모가 한창이던 시절이지만 수수했던 시절의 낭만적 첫사랑 이야기로 인해 책에 푹 빠져 버린거 같네요. 책이 끝나가는 것이 아쉬웠던 적이 참 오랜만입니다. 대단히 사실적으로 80년대 젊은이들의 삶과 생활을 잘 그려냈어요.맘이 애리기도 하고 착잡하기도 한 이 느낌이 싫지만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