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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4킬로미터의 행복 - 바쁜 마음도 쉬어 가는 라오스 여행기
김향미.양학용 지음 / 좋은생각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33
때로는 글쓰기는 때때로 의도하지 않은 많은 것을 보여줄 때가 있다. 시속 4km의 행복을 보면서 나는 저자가 왜 라오스를 여행했는지 무척 궁금했다. 여행자는 자신에게 없는 것을 찾아서 여행하는 법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저자는 한국사회에서 어떻게 살았고 라오스에서는 무엇을 채우며 살아갔을까. 그것은 마흔이라는 나이에 제주 교대에 입학했다는 저자의 특이한 이력들, 그리고 라오스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 그리고 사건 등을 통해서 저자의 성격, 가치관, 생활방식 등이 조각퍼줄처럼 꿰어 맞춰지며 짐작할 수 있었다. 아주 흥미롭던 경험이었다.
여행기를 읽은 적이 너무 오래 전이라 이 책의 아름다운 사진과 섬세한 묘사는 직접 라오스에 가보지 않았더라도 많은 것을 보고 느끼게 해주었다. 또한 저자의 섬세한 감성이 여행한 곳과 잘 어우러져 여행기로서도 제대로 갖춘 책인 듯 느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저자의 만남이 라오스에서 만난 한 사람(그것도 한국인)을 제외하곤 지극히 단조롭고 피상적이었다는 것이다. 그가 라오스 사람들의 따뜻함을 느꼈다고 묘사한 부분들에서 이렇다 할 만한 경험은 하나 같이 단조로움의 연속이었다. 인사하고, 기름 넣을 곳을 묻고, 자전거 바퀴 구멍 때우고, 기껏 가장 깊은 다가감이라는 게 아이들에게 사진 찍어주러 다가가는 것뿐이었다. 사진도 몇몇 사진을 제외하곤 내가 어릴 적에 살던 한국의 시골 풍경과 다른 것이 별반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저자는 라오스인은 따뜻하고 여유롭다며 채색한다. 실제 어떤 경험이 없었으므로, 피부로 체감되지 않아 그저 여행자의 도피적인 감상이나 그저 자기만족 혹은 억지 감정의 강요로 느껴질 법도 한 것이 문제였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책을 읽을 때 작가의 관점에서 읽는 것도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묘미가 될 것 같다. 과연 저자라면 이 문장 다음에 어떤 문장을 썼을지 고민하면서 말이다. 저자의 문장은 그렇게나 유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