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Asia 제22호 - Autumn, 2011
아시아 편집부 엮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ASIA가 더욱 강력해진 모습으로 돌아온 것 같다. 창간호였던 21호 ASIA 여름편을 보았는지라, 나는 22호에 기대하는 세 가지가 있었다. 좀 더 깔끔한 구성, 눈높이 맞추기, ASIA 특성에 좀 더 충실하기였다. 그런데 22호는 그 세 가지에서 전부 다 조금씩 향상된 모습을 보여준 것 같아 크게 기뻤다.
먼저 구성의 측면에서 전보다 세련된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그것은 중국의 신화와 문학을 통해 중국 고금의 문학을 실필 수 있게 한 파트는 붉은 색 종이로, 평론, 시, 기고 파트는 흰색 종이로, 그리고 베이징이라는 큰 소재에서 벗어난 3.11 이후 일본의 행방에 대해 묻는 글은 흑색 빛깔의 종이로 구분 지었던 점이다. 이럼으로써 좀 더 직관적으로 체계가 눈에 들어왔다. 다만 픽션과 논픽션으로 따로 묶어 위치를 달리하는 방법도 써 보았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은 아쉬움도 있었다.
두 번째, 나는 사실 ASIA가 좀 더 독자대상층을 세밀하게 구분하길 원했다. 이것도 22호에서는 어느 정도 향상된 모습을 보인다. 아마도 ASIA를 읽는 대상에는 전문적으로 아시아를 전공하는 학자부터 그저 동아시아 문학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호기심으로 읽어보는 독자까지 그 대상은 굉장히 다양할 것이다. 그렇다고 ASIA가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기초가 없는 독자층을 대상으로 하라는 뜻은 아니다. 책의 부분 부분에 따라 대상을 달리해 접근하는 게 필요할 수 있다는 의미다.
현대의 중국 문학을 어떻게 살펴봐야 할지 그 의미와 모습을 개괄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던 좌담(p291~312)은 그래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사실 중국문학은 우리에게 의외로 매우 생소한 영역이다. 시중에는 삼국지니 무협지니 하며 중국을 다루는 책들이 넘쳐나지만 대개는 경영에 써 먹을 수 있는 전략을 배우기 위해 고사를 들춰보는 식의 역사집이나 절대무공이니 은둔고수니 하는 무협지가 대부분인지라 실제로 중국문학에 대해 아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런데 중국 작가들의 현대 문학과 비평을 읽은 후, 이런 배경을 가진 한국 독자의 눈높이에서 중국문학을 살펴본 것은 참 좋았다. 이런 식의 접근과 함께, 이 구성이 좀 더 확대가 되어 중국문학의 한 작품을 놓고 대담자들이 서로 깊게 파고들어 서슬하는 것도 독자층을 세밀히 나눌 수 있는 방법이 될 것 같다.
셋째, 이것은 ASIA가 갖는 정체성과 특성에 관한 것이다. 아시다시피 ASIA는 한글과 영어가 같이 서슬되어 있다. 그 나라의 언어와 한국어로 서슬되어 있는 것이 아닌 한국어와 영어로 서슬되어 있다는 것은 ASIA가 아시아의 영역을 다루되 그것을 비아시아권(좀 더 정확히는 서구)을 지향하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아시아는 개콘의 애정남이 필요할 만큼 역사적으로나 언어적으로나 혈통, 문화로 명확하게 정의된 공동체가 아니다. WEST에 속하지 않는 것들을 모아 아시아라고 지칭한 배경에서도 엿볼 수 있듯, 아시아 내에서도 다양하고 이질적이어 생소한 영역이 많다. 그렇다면 ASIA가 다루어야 할 한쪽은 분명해진다. 그것은 한글로 상징되는 영역이다. 아시아 권내의 문학과 문화를 같은 아시아인에게 소개하는 일에 좀 더 충실할 것이다. 나는 이 역할을 비교문학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거시적 비교문학으로 살펴본 중국 문학(p262~286)은 같은 아시아권에 속하는 중국인의 시각에서 같은 아시아 권내 독자에게 잘 소개하고 있다. 이런 취지를 좀 더 살려 서구의 시각에서 아시아의 문학이 어떻게 보이는지 서슬해보는 것도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더군다나 ASIA는 영번역을 위해 매우 훌륭한 영어권 집필진을 보유하고 있는 듯해서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이상이 내가 22호 ASIA를 보며 느꼈던 점이다. ASIA는 더욱 강력하고 세련되어진 모습으로 돌아온 것 같다 23호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