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은 학문일 뿐인가.

  다양한 철학은 글 속에서나 외칠 수 있는 가치관인가.

  철학과 생활은 별개로 취급받는 이 나라에서 남과 다른 철학을 갖고 사는 건 편치 않다. 머리 속은 다르더라도 몸은 그들과 같은 방법을 택해야 한다. 그래야 머리 속 생각도 인정받는다.

  과부도, 홀아비도 팔을 벌려 인정하지만 독신을 인정하는 데는 인색하다. 결혼이란 강물에 발을 담그기만 해도 마치 세례를 받은 것처럼 동류 취급을 하고, 실패한 사람들은 동정까지도 받는다. 백년해로의 운이 따르지 않은, 결혼에 실패한 그들의 하루는 24시간으로 인정받고, 그들의 휴일은 쓸쓸함으로 위로받으며 그들의 병은 처량함으로 동정 받는다. 그러나 우리의 하루는 남는 시간으로 넘쳐나고 휴일은 마냥 노는 날이며 우리가 앓는 병은 아플 일이 뭐 있냐식의 비난 어린 눈길이기 십상이다.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이 이 사회에 어떤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일까. 피해를 준다면 어떤 피해일까. 가정이 없어서? 그래서 어떤 해를 끼친다는 것일까. 우리는 가정 없는 사람이다. 맞는 말인가. 내가 만든 가족만 가정인가? 나는 아직도 우리 부모가 만든 가정에 속해 있는 가족일 뿐이다. 내가 이룬 가정이 없다는 이유로 받아야 하는 관심치고는 너무 잔인하다. 가정이 없다니. 마치 사람이 아니다, 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내가 이룬 가정의 구성원도 영원히 나와 함께 살아준다는 보장이 없다. 그들이 조금 일찍 갔다거나 아직 못 만났다고 생각해주면 안 될까. 그냥 살아가는 방식으로 봐주면 안 되는 걸까.

이 땅에선 결혼만 했다고 해서 호기심에서 벗어나는 것도 아니다. 결혼을 하면 자식을 낳아야하고 자식을 둔 부모는 자식을 결혼까지 시켜놓아야 군말을 듣지 않는다. 아직도 결혼 말만 나오면 죄지은 사람처럼 가슴 철렁해야 할 어머니. 변명 아닌 변명을 해야 하는 어머니. 말수가 적은 어머니도 항상 내 이야긴 길게 해야 한다. 나는 긴 변명으로 보호를 받아야 하는 죄인이 아니다.

 

마음이 무거워졌다.

무거움이 서글픔으로 변하고, 어머니가 떠올랐다.

미안했다. 나는 어머니 앞에서 죄인이 되었다.

그리고,

정말 이젠 미경에게 왜? 냐고 물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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