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을 비운지 한 시간이 지났다.
소형은 온몸으로 들어가 봐야 한다는 뜻을 비쳤다.
<이제 그만 일어나자.>
하고 내가 먼저 일어났다.
스피커에선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프레디 머큐리의 콧소리 섞인 카랑한 목소리가 가슴을 울컥하게 만들었다. 울컥해진 가슴이 위장을 메스껍게 했고 메스꺼워 울렁거리는 위장이 날 순식간에 우울의 우물에 풍덩 빠뜨린다.
소독약 냄새나는, 환자복 입은 아픈 사람 투성이인 병원으로 들어가야 되는 소형이가 불쌍했고, 비록 큰소리치지만 주위의 끊임없는 공격으로 ‘독신 선언’에 갈등을 겪고 있는 귀가 얇은 수자가 불쌍했다. 가족 각자에게는 한 번씩이지만, 부탁받는 미경에게는 그녀가 가진 여유 시간의 거의 대부분을 할애해야 하는, 몸을 아끼지 않는 미경의 책임감이 또한 불쌍했다.
그리고 저 자유를 외치고 있는 프레디 머큐리.
매끈하고 강인하던 얼굴에 에이즈란 죽음의 그림자가 덮여 있던 모습. 그는 성의 자유와 목숨을 맞바꾸었는가.
대가를 치르지 않는 완전한 기쁨이란 없는 인간의 삶.
할 수 없는 유한한 생명.
소형은 언제까지 병원에 있어야 할까.
어머니는 언제 퇴원하게 될까.
퇴원 다음엔 어떤 일이 예정되어 있을까.
삶이란 무늬엔 빈틈이라는 게 없으니까.
무늬의 끝에는 다른 무늬의 시작이 버티고 있으니까.
나는 괜한 눈물로 말을 잃고,
인사도 없이 소형을 병원 안으로 들여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