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동물이 생산에 참여하지는 않는다.

 

 

 

 

  아프리카의 세렝게티 평원.

  수컷 누 두 마리가 싸우고 있었다. 암컷을 차지하려는 처절한 혈투다. 황혼이 지는 하늘엔 어두워지는 구름이 넓게 깔려있고, 초원의 풀은 끝자락이 붉은 빛을 띠고 있었다.

  누의 싸움은 오랫동안 계속되었다.

  발굽에 패여 피어오르는 흙먼지.

  벌어진 입에서 흐르는 걸쭉한 침.

  짙어지는 어둠 속으로 퍼져나가는 뜨거운 콧김.

  숨을 헐떡이며 몇 걸음 물러섰다가 무서운 기세로 달려들며 서로 머리를 부딪치는 지루한 싸움.

  이렇게 격렬한 싸움 끝에 죽는 놈도 있다고 한다.

 

  수컷 누의 멋진 뿔은,

  순전히 암컷을 차지하려는 싸움에 쓰이기 위해 갈고 닦여진다고.

  멋지고 우아한 뿔이 오직 공격용으로만 쓰인다니.

  인간의 인식 속에 있는 세상과, 동물의 세상은 많이 다른지도 모른다.

  사람의 눈에 비친 아름다움이란 것도 자연의 세계에선 그렇게 우아한 이유 때문에 생겨난 것만은 아니다.

  수사자의 갈기털은 여러 암컷을 지배하기 위한 힘의 과시용으로, 장끼의 고상한 듯 화려한 깃털과 긴꼬리 푸른 비단 날개새의 빛나는 푸른 꽁지와 색색의 비단실로 수놓은 듯한 몸치장의 이유는 단 하나, 번식을 위해 암컷의 눈길을 끌려는 것뿐이다.

  그래서 긴꼬리 푸른 비단 날개새의 그 우아하고 긴 꽁지는 존재 이유가 사라지면 다 빠져버린다. 새끼를 키우기 위해 먹이를 물고 좁은 둥지 구멍으로 들락거리는 동안.

  수컷 원앙의 깃털도 번식 때에 맞춰 화려한 변신을 할 뿐이다. 번식기가 지나면 화려한 깃털이 몽땅 사라져버려 수컷과 암컷은 구분도 되지 않는다. 부부 금슬의 상징인 아름다운 원앙 한 쌍은 알고 보면 번식기에나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자연의 세계에서도 생존 경쟁은 치열하다. 약한 놈의 생존율은 거의 없다. 생존의 가능성이 높은 튼튼한 종자를 얻기 위해 수컷은 가장 아름답고 튼튼한 암컷을 차지하려 하고 암컷 또한 그 중 가장 힘센 수컷을 받아들인다.

  그런 자연의 세계에서는 모든 동물이 생산에 참여할 수가 없다. 평생 생산의 언저리에서 맴돌다 사라져가는 동물들도 있다. 그리고 그게 자연스러운 자연의 모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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