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떻게 좀3년째로 접어들고 있다.

  어머니가 오신 이후로 소형의 생활은 말 그대로 백팔십도 달라졌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이 독신인 소형이가 늘 허둥대고 사는 걸 놀리기도 할 정도로.

 

  언니, 오빠들의 말은 공수표가 되어버렸다.

  말은 쉽다. 말은 행동보다 늘 쉽다. ‘이란 말이 거슬린다면 대체로로 바꾸어 줄 수는 있지만 글쎄, 말이 행동보다 어려운 경우는 어떤 경우일까.

  하여간 현실에서 말은 말로 끝나고 있다.

  서울서 대구를 자주 온다는 게 쉬운 일이겠는가. 온다 해도 몇 시간씩 머물다 가는 손님밖에 안 되었다. 새언니들도 처음 얼마 동안은 반찬을 해들고 부지런히 드나들었지만 지금은 명절이나 생일을 챙기는 게 고작이다. 어쩌면 지금은 그것조차 부담스럽게 느끼고 있을지 모른다. 반성하지 않으면 끝없이 커지는 게 인간의 욕망이니까. 만족을 모른다는 건 인간의 불치병이니까. 늘 더 편안하고 더 행복하길 추구하니까.

 

***

 

  나는 정말 물만 찍어 바르고 아파트 열쇠만 달랑 들고 집을 나왔다.

  소형의 집은 내가 살고 있는 같은 아파트 2층이다. 나는 7, 소형은 2. 소형이 어머니가 오시기 전까지는 정말 자주 들락거렸다. 괜히 밤늦게 내려가서 벨을 누르고 소형이 나오면 잘 자, 하고 올라오기도 했다.

  나는 코앞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거부하고 계단을 택했다. 내려가는 거야 별로 힘도 들지 않지만 그보다 난 체질적으로 작은 통 속에 갇히는 엘리베이터가 싫다. 그래서 동행이 있어 할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엘리베이터는 피한다.

  나보다 일찍 독립하고 정착한 소형이 덕분에 난 어렵지 않게 이 아파트를 구했다. 소형이 부동산 중개소에 알아보고 흥정을 하고 계약하는 데 따라다니고 같이 집을 꾸몄다. 덕분에 혼자라는 고독감을 씹어볼 사이도 없이 독립생활을 시작했고 안착했다.

 

  문은 열려 있었다.

  된장 끓이는 냄새가 흘러나왔다.

  소형은 찌개 종류를 좋아한다. 찌개 없는 소형의 밥상은 상상할 수도 없다. 식사 초대를 받을 때마다 가스레인지 위에서 마지막까지 끓고 있는 찌개를 볼 수 있다. 소형은 손님이 도착하면 비장의 카드라도 내밀 듯이 비로소 가스 불을 끄고 찌개를 내려 식탁 위에 올려놓는다.

  그렇다면 찌개 맛은?

  결론만 말하면 맛은 괜찮은 편이다.

  하지만 모든 찌개의 맛이 비슷하나니, 이름만 다른 소형표 찌개의 조리 방법을 여기에 공개한다.

  소형표 찌개는 제목만 다르지 내용물이 비슷하다. 어떤 재료가 많이 들어갔느냐에 따라 자기 멋대로 이름을 붙여 부른다. 된장찌개에도 김치가 들어가고 김치찌개에도 된장이 약간, 그리고 햄과 소시지가 들어간다. 버섯 찌개에도 된장, 김치, 햄이 기본으로 들어가고 온갖 종류의 버섯을 듬뿍 넣는다.

 

  좋게 말하면 창의적으로, 나쁘게 말하면 기본도 모르고 끓여내지만 아까 말한 대로 맛은 괜찮다. 그녀의 말을 빌면 음식도 머리로 한단다. 머리 좋은 사람이 음식 솜씨도 좋다나. 하여튼 자기 찌개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 . 하나 빼먹은 게 있다. 소형은 또 모든 찌개에 당면을 즐겨 넣는다. 나는 잡채 외에 다른 음식에 들어가는 당면을 잘 먹지 않는 반면 소형은 잡채만 빼고 모든 음식에 들어있는 당면 건져먹는 걸 좋아한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왔니? 빨리 들어와. 다 됐다.>

하면서 역시 비장의 무기, 그 때까지 끓고 있던 찌개를 내려 식탁 위에 올린다.

의자에 앉으며 나는 물었다.

  <어머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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