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해진 오빠에 의해 형제자매들이 다 불려오고, 그들이 모여 결론이 나지 않는 어머니 문제로 진이 빠져있을 무렵, 자정이 다 된 시각에 새언니는 들어왔다. 그리고, 모여 있는 시댁 식구들을 보고 놀라지도 않고 그대로 안방문을 열고 들어가 버렸다.

  그 날 무슨 말이 오고갔는지,

  결론은 아주 엉뚱한 방향으로 나 있었다.

 

  그 다음 날 아침, 그러니까 월요일 아침이었다.

  소형이 아직 깊이 자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큰오빠였다.

  소형은 전화 속의 주인공이 큰오빠임을 확인하는 순간 직감했다고 했다. 물론 이성적으로는 아닐 거라 부정하고 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만들어낸 의식이었다. 아님 희망사항이었거나.

  잦았던 큰오빠 내외의 부부 싸움 소식. 그럴 때마다 드는 막연한 초조함. 부부 싸움 할 일 없는 자신이 해결해야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늘 깔려있었던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비슷한 말이라도 언니들이나 오빠들에게 비치면

  ‘무슨 소리! 네가 무슨? 우리가 있는데!’

  같은 강력한 부정의 말이 돌아왔다.

  그랬기 때문에 , 그건 내가 못할 일인가.’ 했단다.

  단순하게 듣고 단순하게 믿었단다.

 

  큰오빠의

  ‘소형이냐?’

  하는 물음에 소형은

  ‘.’

  대답만 하고 다음 말을 할 때까지 기다렸다.

  소형이 뭐라고 말을 해버리면 왠지 오빠가 할 말을 못하고 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몇 초가 흐르고 한숨 소리가 크게 한 번 나더니 말을 이었다.

  <내가……이게 너한테 할 말은 아니다만……소형아!>

  말을 하다 소형을 불러놓고는 또 한참을 수화기를 붙들고 한숨을 쉬었다. 소형은 기다렸다.

  <어머니 문젠데…….>

  짐작을 안 해본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막상 듣는 순간 가슴은 설마했다.

  소형은 들리지 않게 역시속말을 하고 입을 다물었다.

  어려운 말문을 연 오빠의 그 다음 말은 쉽게 이어졌다.

  <오래 걸리겠니. 네 새언니가 요즘 몸이 많이 안 좋아서. 미형이는 시어머니를 모시고 있어서 안 되고, 선형이는 아이들이 아직 어리잖니. 잔손길이 많이 가니까 아무래도 그렇고……. 네 작은오빠가 좀 모셨으면 좋겠지만 너무 갑자기 그러니까 막막하다고 작은 새언니가 좀, 하여튼 당장은 곤란한 모양이더라. 그러니까 소형이 네가 당분간만 어머니 좀 모시고 살면 안 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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