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전모가 훤히 꿰뚫렸다.

  그가 아침부터 나를 부른 목적이 아주 분명히 드러난 것이다.

  그저 껀수를 잡고 싶은 그의 본능이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 더구나 상대는 나다.

  손 안에 말랑하게 잡히지 않는 걸 못 견뎌 하는 부장.

  멋대로 통제하려 하는 걸 참지 못하는 나.

  문제는 역시 거기 있었다. 필연적으로 일어날 일이었다. 그 황당한 일은 내가 자초한 일이기도 하고 그가 놓칠 수 없는 기회이기도 했다.

 

  <그러게 말이에요. 저도 그래서 선생님께 말씀드릴 필요가 없겠다 싶었지요. 그리고 교무 부장님도 어제는 분명히 윤선생님 잘못이라고,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 같았어요. 그러니까 끝까지 선생님 안 찾고 윤선생님 불러들이는 걸로 끝냈겠지요?>

  <결론을 말하자면, 오늘 아침 건은 완전히 치사한 고의에서 시작됐다?>

  <그런 것 같아요. 저도 오늘 부장님 처사에 깜짝 놀랐잖아요. 어제 일 제가 못 봤으면 오늘일은 보고도 믿지 못했을 걸요? 어떻게 자고 나서 딴 사람이 되는지... 어제 그 자리에 선생님 몇 분 더 계셨고, 이런 이야기 다른 선생님 통해 귀에 들어가면 선생님 기분 더 엉망일 것 같아 제가 미리 말씀드려요.>

  <알았어요. 고마워요.>

  힘이 쭉 빠진다. 독기가 뻗칠 때가 차라리 나았다. 이런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해야 되다니.

  <기분 많이 상하시죠?>

  걱정이 가득 담긴 눈이다.

  <듣고 나니 더 허탈하네.>

  그녀는 볼일이 있는 것 같은데 얼른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까부터 그녀 반 학생이 창문을 기웃거리고 있었다.

 

  이런 기막힌 일도 있는가 말이다.

  그러니 내가 어찌 기분이 좋아도 마음 놓고 기뻐할 수가 있겠는가. 혼자서만 조심을 한다고 사고가 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술에 취해 미친 듯이 달려드는 자동차를 무슨 재주로 피한단 말인가.

  하루아침 기분 좋았던 값을 엄청나게 치른 나.

  목을 늘어뜨리고 잠시 잊어버렸던 나의 주문을 떠올린다.

 

  ‘행복 뒤에는 반드시 따라붙는 불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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