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 가, 나란히 늘어선 차 옆에 주차를 하면서 소형이 문제는 잊어버렸다. 막 차에서 내리는 장미란 선생을 봤기 때문이다. 장선생은 내가 시동을 끄고 가방을 챙겨드는 동안 차창 안을 들여다보며 웃고 서 있었다. 예쁜 미소다. 그녀는 차에서 내리는 나를 훑어보았고 뒤이어 탄성을 질렀다. 토끼 같은 동그란 눈을 크게 뜨면서.
<어머, 선생님 멋지네요.>
<그래요?>
다시 내 기분이 붕 날아오른 건 말할 것도 없다.
<카탈로그에서 금방 뛰어나온 것 같아요.>
<호호, 정말 괜찮아요?>
<괜찮은 정도가 아니에요. 선생님 이미지에도 딱 맞아요. 요즘 옷 입기 참 마땅찮은데, 지금 입기에도 좋고... 이런 거 물어도 되나?>
장선생은 여기까지 말하고 잠깐 뜸을 들이다 묻는다.
<어디서 샀어요?>
<내가 산 게 아니고 친구가 선물한 거예요. 새로 생긴 할인 매장 갔다가 골랐다는데.>
<할인 매장에 이렇게 멋진 옷이? 이런 옷이 왜 거기까지 내려왔을까? 난 할인 매장에선 옷 잘 못 고르겠던데.>
<그러니까 안목이 중요하다는 것 아닙니까? 친구가 한 안목 하거든요.>
<아하, 그 디자이너라는 친구요?>
<예, 맞아요.>
<어머, 정말 디자이너라 다른가 봐요. 선생님은 정말 좋겠어요. 저도 좀 소개시켜 주세요.>
<그럴까요?>
거기까지는 정말 좋았다.
하지만 내가 아직 웃음을 얼굴에서 거두지도 못한 채 교무실 문을 여는 순간, 그 날 아침에 내 가슴에 찾아든 뜻밖의 행복은 나를 떠났다.
교무실 안으로 한 발을 들여놓기가 무섭게 교무부장이 나를 불렀다.
부르는 소리에서 나는 이미 느꼈다. 좋은 일이 아니구나.
목소리에는 뭔가 한 껀수 잡았다는 호기롭고 당당한 기운이 잔뜩 담겨있었다.
이쯤에서 교부부장의 성향을 좀 설명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 남자는, 어떤 일에 문제가 생기면, 그 잘못된 일을 어떻게 바로잡을까, 일의 해결에 목적을 두지 않는다. 아니 문제 해결은 뒷전이다. 해결보다 언제나 앞서는 것은 따로 있다. 누가, 어떻게, 얼마나 잘못했을까, 이 잘못된 일을 자기가 어떤 경로로 발견했는가, 그리고 이 문제로 교무실에서의 자기 위상이 달라질까.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상사에게 어떻게 보여질까, 어떤 생색을 낼까에 더 관심이 있는 그런 사람이었다.
내 얼굴에서 웃음기가 가시며 뺨이 딱딱해지는 게 느껴졌다.
신단비 화내지 말자.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로 흥분하지 말자.
우선 내 자리로 가서 가방부터 놓자.
숨을 깊이 쉬며 자리로 가 의자를 빼고 가방을 놓았다.
부장의 시선은 계속 내게 꽂혀있다. 가방을 든 채 잽싸게 자기에게로 달려오지 않는 것부터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다. 그런 못마땅한 마음을 온몸으로 느끼는 몸이 자꾸 굳어지고 있다. 그런 내가 싫었다. 저항심으로 몸이 굳으면 마음은 초라해지고 초라해진 감정은 결국 분노로 변하곤 한다.
가방을 놓고 고개를 들었다.
부장은 억지 위엄을 띤 얼굴로 선 채로 뒷짐을 지고 나를 보고 있다. 나는 태연한 표정을 지으려 애를 쓰며 그 앞으로 다가간다. 아무런 감정을 싣지 않은 사무적인 표정으로 ‘안녕하십니까.’ 인사를 하고는 책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