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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죄나무 1
존 그리샴 지음, 안종설 옮김 / 문학수첩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존 그리샴(John Grisham)"의 2013년에 발표한 작품 "속죄
나무(Sycamore Row)"입니다. 언제부터 인지 예전만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던 "존
그리샴"은 자신의 데뷔작 "타임 투 킬(A Time To Kill)"의 후속작인
"속죄 나무"를 24년만에 발표했고,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대중과 비평가들은 전성기 시절을 연상시키는
"존 그리샴"의 복귀에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고, 25주 이상 베스트셀러 차트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미시시피
주(州) 포드 카운티의 작은 도시 클랜턴에서 한 노인이 자살을 합니다. 시커모어 나무에 스스로 목을 메달아 죽은 "세스
후버드"는 돈이 꽤 많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그 외의 신상은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던 노인이었습니다. 일년 넘게 암과 싸웠지만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된 "세스 후버드"는 자살하기 하루 전에 변호사 "제이크
브리건스"에게 자신이 직접 쓴 자필 유언장을 씁니다. "세스 후버드"가 죽은 다음날 자신의
사무실에서 자필 유언장을 받게된 "제이크 브리건스"는 유언장의 내용을 보고 놀람과 동시에 흥분에 휩싸이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말썽이 생길 우려가 크기 때문에 내 유산 문제를 맡아서 처리해줄
변호사로 당신을 선택한 것입니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내 유언을 지켜야 하며, 당신에게는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다고 믿습니다. 특히 나는
성인이 된 나의 두 자녀, 손주 그리고 두 전처에게 유산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들은 절대 가만히 있을 사람들이 아니니, 당신도 싸울
준비를 하세요. 내가 남기는 유산은 상당한 액수에 달합니다. 자세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액수가 밝혀지면 그들의 공격이 시작될 겁니다.
끝까지 그들과 맞서 싸우세요, 브리건스 씨. 반드시 승리해야 합니다.
미시시피는
물론 미국 전역의 관심을 받았던 "칼 리 헤일리"의 사건을 맡아서 승소했던 "제이크
브리건스"는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았습니다. 900달러의 수임료를 받았지만 집은 불타 없어지고, 애완견과 직원의 남편은
죽었고 KKK단의 협박으로 3년이 지난 지금도 경호를 위해 경찰이 집 주위를 돌고 있습니다. 물론 "제이크"의
명성과 평판은 클랜턴에서 아주 우호적, 특히 흑인들 사이에서는 전설적인 인물이 되었지만 경제적으로 압박을 느끼며 그냥 그런 민사소송이나 맡는
변호사로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 그에게 부자라고 소문이 난 "세스 후버드"의 자필 유언장이 전달됩니다. 일년 전에
큰 로펌에서 작성되었던 유언장을 무효화 시키고 관계가 소원해진 자신의 자식들과 손자들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겠다는 내용의 편지와 재산의 5프로는
교회로, 몇십년 전 집을 떠난 동생 "앤실 후버드"가 살아있다면 그에게 5프로를, 나머지 90프로는 자신을 3년
동안 보살폈던 흑인 가정부 "레티 랭"에게 준다는 유언장을 받은 "제이크"는
당황합니다. 하지만 곧 "세스"의 자산이 2000만 달러가 넘는 금액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자신이 또 다시
미시시피를 뒤흔들 재판의 주인공이 될 거라고 직감하게 됩니다. "제이크"는 왜
"세스"가 가정부인 흑인 여성 "레티"에게 재산의 90프로를 주려고 하는지 궁금해
하면서 자필 유언장의 무효를 주장하는 "세스"의 자식들과 그들의 변호인들을 상대로 싸움을 준비합니다. 유족들의
변호사들은 "세스"가 죽기 직전까지 복용해야 했던 약물 때문에 제정신이 아니었고 "레티
랭"과 성적 접촉이 있었을 지도 모른다는 방향으로 공격을 준비하고, "제이크"는
"세스"가 유언장을 쓸 당시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확실히 인지하고 있었다는 방향으로 방어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미시시피 최대 규모의 유산을 둘러싼 민사재판은 돈 냄새를 맡아 몰려드는 하이에나 같은 사람들과 곧 도시 최고의 부자가 될 흑인 여성에
대한 도시 사람들의 시기심 까지 더해져서 쉽지 않은 양상으로 흘러가기 시작합니다.
"미시시피에서 모든 사건이 인종 문제야, 제이크. 그 점을 잊어서는 안 돼. 한 흑인 여자가 포드 카운티 유사 이래 제일 많은
유산을 상속 받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인데, 결정은 전적으로 배심원단의 몫이야. 압도적으로 백인의 수가 많은 배심원단이지. 이건 인종 문제와
돈 문제가 한데 얽힌, 이 주변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사건이라고."
이
작품 "속죄 나무"에서 작가 "존 그리샴"은 예전부터 쌓아왔던 자신의 장점을 모두
끌어 모아 독자들에게 선물합니다. 우리에겐 까다로운 미국 미시시피 주의 법률을 알기 쉽게 풀어 놓고,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재판 준비 과정은
쉬운 문장과 재치있는 대사들로 구성하고, 오랜만에 만난 낯익은 캐릭터들과 살아있는듯 한 개성 넘치는 새로운 인물들을 등장시켜 독자들이 책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합니다. 거기다 80년대의 미시시피에 빠질 수 없는 인종간의 갈등을 양념처럼 사용해서 이야기를 더욱 흥미롭게 만듭니다. 그리고
자신의 최대의 장점인 실제로 보는듯 한 생생하고 흥미진진한 법정 장면들 까지... 이 모든 걸 조합해서 오랜만에 또 한권의 훌륭한 법정 소설을
만들었습니다. 결국 마지막을 장식하는 꽤나 감동적인 결말 부분에 도달하면서 저 스스로도 "존 그리샴"이 다시
돌아왔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사실 "제이크 브리건스"를 다시 본다는 자체로도 전 상당히
흥분해서 그동안의 실망감은 잊고 처음부터 상당히 우호적인(?) 자세로 읽긴 했습니다만, 객관적으로 봐도 훌륭한 작품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긴 한데 제 글을 읽고 책을 사시는 분들을 위해 가급적 스토리의 초반만 쓰고 있을 정도로 스스로 주의를
하기에 아쉬운 부분을 언급하는 자체도 스포가 될까봐 쓰진 않겠습니다.
"레티, 이 대목에서 우리의 관계를 짚고 넘어가는 것이 좋겠네요. 나는 부인의 변호사가 아닙니다. 나는 후버드 씨의 유언을 집행하기
위한 변호사입니다. 이 유언장에 기록된 세스의 뜻이 그대로 실현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나의
임무예요."
한동안
"존 그리샴"은 발표하는 작품마다 화제가 되던 전성기의 모습을 잃어버렸었습니다. 물론 작가의 이름빨로 새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베스트셀러 차트 1위에는 무조건 오르긴 했지만 저를 포함한 많은 독자들에게 좋은 소리를 듣지 못했었습니다. 아마 작가 자신도 알고
있었을 겁니다. 그래서 새로운 장르의 작품들을 발표하는 시도도 했지만 작품의 질은 여지없이 실망스러운 수준이었습니다. 자주 아마존이나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차트를 찾아보는 저는 한동안 "존 그리샴"의 신작이 1위에서 내려올 줄 모르는걸 보고 상당히 의아해
했습니다. 믿고 무조건 사는 작가 리스트 중에 제외된지 꽤 오래된 "존 그리샴"이 이번에는 도대체 어떤 작품을
냈길래 이렇게 평이 좋을까란 생각만 하고 넘어갔었습니다. 그러다 점점 나오는 비평가들의 좋은 평과 차트에서 사라질 줄 모르는 걸 저력을 보고
정보를 찾아보다 데뷔작 "타임 투 킬"의 후속작품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제가 "존
그리샴" 책들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타임 투 킬" 이었기에 기대감은 상승했고 속는 셈 치고
읽어보자는 마음으로 읽었는데, 이건 "존 그리샴"이 둔 신의 한수가 아닐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았습니다. 어쩌면
작가가 스스로 엄청난 위기감을 느끼고 많은 고민의 끝에 초심으로 돌아가 데뷔작의 후속 작품을 쓰기로 결정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그의
선택은 기대이상의 결과를 냈습니다.
"우리는 진실을 알 길이 없습니다. 오로지 세스만이 진실을 알겠지만, 그는 더 이상 우리 곁에 없습니다. 진실은, 여러분, 우리가
신경 쓸 일이 아닙니다. 우리-변호인, 판사 그리고 배심원 여러분-는 세스가 왜 그런 일을 했는지 고민하지 않아도 됩니다. 여러분이 할 일은,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단 한 가지를 결정하는 일입니다. 문제는 간단합니다. 세스가 유언장을 작성할 당시, 과연 정신이 또렷했는가, 또한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알고 있었는가? 바로 이것입니다."
이야기
속 시간의 흐름은 3년 이지만 실제로는 25년이나 지나서 나온 데뷔작의 다음 이야기인 "속죄 나무"는 주인공
"제이크"뿐 아니라 상속 당사자인 "레티 랭" 그리고
"세스"의 자식들을 포함한 클랜턴 사람들 모두가 도대체 왜?! 어마어마한 유산이
흑인 가정부에게 넘어갔는지 궁금해 하면서 진행되는 미시시피 최대 유산상속 민사재판을 다룬 작품입니다. 유산을 둘러싼 재판을 통해 작가는 인간의
탐욕, 차별, 죄와 구원, 용서라는 보편적인 테마들을 조화롭게 배치시켜서 흠 잡을 곳 없게 플롯을 구성해 놓았습니다. 전성기의
"존 그리샴"이 100퍼센트 돌아왔다고 하기엔 아직 이르지만 90프로에는 근접하다고 할 만큼 전성기의 그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입니다. 사실 카타르시스는 "타임 투 킬"에 못 미친다고 생각은 되지만 결말 부분의 감동은 꽤
큰 울림을 주기에 아주 훌륭한 후속작이자 복귀작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시 전작인 "타임 투 킬"을 모르시는 분들은
영화라도 먼저 보시고 읽으시면 더욱 재미있으실 겁니다. 그러고 보니 다시 "매튜 맥커너히"가 연기하는
"제이크 브리건스"가 보고 싶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