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잔인한 달 아르망 가마슈 경감 시리즈
루이즈 페니 지음, 신예용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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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출신의 베스트셀러 작가 "루이즈 페니(Louise Penny)"가 2008년에 발표한 작품 "가장 잔인한 달(The Cruelest Month)"입니다. 이 작품은 "아르망 가마슈" 경감 시리즈 세 번째 작품으로 역시나 가상의 공간 스리 파인즈(Three Pines)를 무대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데뷔작 "스틸 라이프"를 발표한 이후, 줄곧 코지 미스터리계의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루이즈 페니"는 발표하는 작품마다 수많은 상을 타면서 "애거서 크리스티"의 재림이라고 추앙받고 있습니다. 이 작품 "가장 잔인한 달" 역시 '애거서' 상을 수상했고 '앤서니', '배리', '마카비티' 상의 최종 후보에 올랐었습니다.

캐나다 퀘벡 주(州)의 작은 마을 스리 파인즈는 부활절을 맞이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스리 파인즈에서 가장 불길한 장소인 옛 해들리 저택에서 교령회를 하기로 결정합니다. 마을의 정화와 약간의 재미를 위해 폐허가 된 저택의 방에서 죽은 자를 불러들이는 의식을 진행하는 도중 참석한 마을 사람 중 한명이 심장마비로 사망하게 됩니다. 옛 해들리 저택과 악연으로 엮인 살인 수사반 반장 "아르망 가마슈"는 사건 조사를 위해 다시 스리 파인즈에 방문하게 됩니다. 그리고 겉으로는 자연사로 보였던 죽음에서 타살의 징후가 발견됩니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
기억과 욕망을 뒤섞네...... - T. S.엘리엇, 황무지

작지만 아름다운 마을 스리 파인즈에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찾아왔습니다. 부활절 준비에 분주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평화롭고 행복한 나날을 보냅니다. 우연히 영매가 마을을 찾아오고 사람들은 부활절 맏이 교령회를 하기로 합니다. 하지만 첫 번째 교령회는 흐지부지 되어버리고 사람들은 다시 한번 교령회를 하기로 합니다. 마을에서 가장 불길한 장소이자 마을 주변의 모든 악이 모여 있는듯한 옛 해들리 저택이 두 번째 교령회 장소로 정해지고 사람들은 불길한 기운을 느끼며 저택의 음침한 방에 둘러 앉아 죽은 자를 소환하는 의식을 진행합니다. 하지만 의식이 진행되는 도중 참가자 중 한명인 "마들렌"이 심장마비로 죽게 됩니다. 부인과 아들 내외, 손녀와 함께 평온한 휴일을 보내던 퀘벡 경찰서 수사반장 "아르망 가마슈"는 연락을 받고 오랜만에 다시 스리 파인즈를 방문합니다. 겁에 질려서 심장마비로 사망한 듯 보였던 "마들렌"의 죽음은 사체 부검 결과 에페드라가 검출되면서 자연사가 아닌 살인으로 밝혀집니다. 교령회에 참석했던 마을 사람들이 잠정적인 용의자들로 분류되고 "가마슈" 경감은 수사팀을 스리 파인즈로 집결 시킵니다. 그리고 "가마슈" 경감이 자신의 수사팀과 스리 파인즈에서 수사를 진행하는 동안 경찰청 내부에선 "가마슈" 경감을 향한 음모가 진행됩니다.

스리 파인즈에서 늙어 죽는 사람은 없는 거야? 살인마저도 평범하지 않잖아. 그저 한 대 후려치거나 서로 찌르거나 총이나 몽둥이를 사용하면 안 되는 거야? 아니다. 언제나 난해했다. 복잡하기까지 했다.

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은 아름다운 마을 스리 파인즈에 봄이 오고 또 다른 살인사건이 발생합니다. 자연사로 보였던 죽음이 살인사건으로 밝혀지면서 "아르망 가마슈"는 오랜만에 다시 마을을 방문합니다. 아름다운 풍경과 예술적 감수성이 풍부한 선한 마을 사람들을 좋아하지만 "가마슈" 경감은 또 다시 스리 파인즈에 사는 친근한 사람들을 살인 사건 용의자로 염두해두고 사건을 수사해야 합니다. 거기다 사건이 발생한 장소는그 자신에게도 아픈 기억이 있는 옛 해들리 저택입니다. 언제나 사람들의 감정에 집중하며 수사하는 "가마슈" 경감은 사려 깊은 행동과 인내심을 바탕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그가 자리를 비운사이 경찰정 내부에서는 "가마슈"를 향한 치명적인 음모가 진행됩니다. 전설적인 수사관이지만 내부 고발자로 찍힌 "가마슈"를 음해하려는 세력은 "가마슈"의 가족들에게 까지 마수를 뻗칩니다. "가마슈" 경감은 묵묵히 수사를 진행하면서 대응을 하지 않지만 음해의 강도는 점점 강해집니다. 경찰 생활 최대의 위기 속에서 자신이 죽음과 직면할 뻔했던 장소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수사하는 "가마슈" 경감은 잊을 수 없는 4월을 보내게 됩니다.

데뷔작 "스틸 라이프"가 추수감사절, "치명적인 은총"이 크리스마스 시즌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는데 이번 "가장 잔인한 달"은 부활절 시즌을 배경으로 합니다. 꽁꽁 얼어 잠들어 버린 땅에서 새 생명을 깨우는 4월은 우리에게 보통 희망과 새로움을 상징합니다. 하지만 어쩌면 억지로 깨운 생명들에게 변덕스러운 날씨로 고난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그 고난으로 중간에 시들어버린 생명들에겐 봄이란 잔인한 계절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4월을 배경으로 작가 "루이즈 페니"는 초창기 '스리 파인즈 삼부작'을 훌륭하게 마무리 합니다. 제 마음대로 삼부작이라고 부르는 건 이번 작품으로 인해 "가마슈", "클라라" 등 많은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다른 전개를 맞이하게 되고, 첫 살인의 시작이었던 마을의 불길한 장소를 다시 주 무대로 설정해서 제대로 된 마무리와 함께 시리즈의 전환점을 마련해 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사람들이 서로 치유의 과정을 함께 하면서 시리즈의 새로운 시작을 암시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감정을 모았다. 그리고 정서를 수집했다. 살인은 지극히 인간적이기 때문이었다. 살인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한 행동이 아니었다.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이 훨씬 더 중요했다. 그 지점에서 모든 일이 출발하기 때문이다.

주인공인 수사관 "가마슈" 경감의 시선에서도 보여지듯 "루이즈 페니"는 자신의 작품들에서 항상 인간의 감정에 주목합니다. 데뷔작 "스틸 라이프"에서 추모와 애도의 감정에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면 이번 작품에선 질투라는 감정을 중요하게 다룹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선망하는 대상에 대한 질투, 부인의 재능에 질투하는 남편 등 스리 파인즈에 사는 사람들을 통해 여러 형태의 질투를 보여줍니다. "가마슈" 경감을 향한 음모도 역시 질투로 시작됩니다. 사실 이전 두 작품을 읽었을 때는 스리 파이즈란 가상의 마을이 작가 "루이즈 페니"가 그리는 이상향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길을 잃어 잘못 들어온 사람들까지 반하게 만들 정도로 아름다운 마을, 그곳에 서로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개성 넘치고 따뜻하고 선한 마을사람들, 맛있는 음식과 책들이 넘쳐나는 곳... 하지만 이번 작품을 읽고 나니 스리 파인즈라는 곳은 작가 "루이즈 페니"가 바라보는 세상 바로 그 자체라고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루이즈 페니"가 묘사한 모든 건 우리 주위의 평범한 모든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대한 차이만 있을뿐.

우리의 비밀이 우리를 병들게 하는 이유는 비밀이 우리를 다른 사람들과 갈라놓기 때문이다. 우리를 혼자 내버려 두기 때문이다. 두렵고 성나고 비참한 사람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를 다른 사람들에게, 급기야 자신에게마저 등을 돌리게 하기 때문이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살인 동기나 살해 방법은 자극적이지 않고 평범한 편입니다. 어쩌면 사람에 따라서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소재를 특별하게 만드는 작가 "루이즈 페니"의 능력은 탁월합니다. 특히 작품 속을 관통하는 일관된 정서와 고전 미스터리에 대한 오마쥬는 이 시리즈를 더욱 특별한 시리즈로 만들어 줍니다. 사실 저는 코지 미스터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냥 제 취향과 맞지 않는다고만 해두겠습니다. 하지만 "가마슈" 경감 시리즈는 다릅니다. 그동안 접했던 코지 미스터리들과는 다른 진중함과 인간미가 넘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거기다 이 시리즈는 미스터리 소설이 아닌 요리 소설 시리즈가 아닐까 의심하게 만드는 다채로운 먹방의 향연으로 정말 독서 내내 읽는 사람을 힘들게 만듭니다...^^;
이 작품 "가장 잔인한 달"로 인해 여러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는 어느 정도 일단락됩니다. 그리고 "가마슈" 경감은 다음 작품 "The Murder Stone / A Rule Against Murder"에서 새로운 무대에서 벌어진 새로운 사건을 해결하고 다섯 번째 작품 "The Brutal Telling"에서 다시 스리 파인즈로 돌아온다고 합니다. 이 작품으로 인해 스리 파인즈는 또 다른 전개를 맞이한다고 하는데, 아마도 여섯 번째 작품 "Bury your Dead"과 함께 올해 8~9월쯤 나온다고 합니다. "스틸 라이프"로 시작해서 "치명적인 은총"을 거쳐 이 작품 "가장 잔인한 달"로 마무리 되는 삼부작은 꼭 읽어봐야할 훌륭한 미스터리 삼부작이라고 확신합니다. 잔인하고 자극적인 이야기에 지친 분들에겐 더욱 더 특별한 삼부작이 될 겁니다. 그리고 이번에 전작들도 표지를 교체해서 새로 나왔으니 이번 기회에 삼부작을 구입하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표지들이 상당히 이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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