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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프랭클린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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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외로움 속에 살았던 주인공 래리의 인생과 마지막 그의 삶이 다시 조금은 나아질지도 모른다는 마지막 여운은 책을 다 읽고 난후에도 머리속을 멤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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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1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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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홀레 saga의 시작점! 젊고 미숙한 해리 홀레가 비극적인 운명에 빠지며 타락해가는 모습이 이 작품의 최고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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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속의 소녀들
톰 롭 스미스 지음, 박산호 옮김 / 노블마인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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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출한 데뷔작 "차일드 44"로 인해 순식간에 스타 작가가 된 영국 출신의 작가 "톰 롭 스미스(Tom Rob Smith)"가 2014년에 발표한 최신작 "얼음 속의 소녀들(The Farm)"입니다. 그동안 "차일드 44"를 포함해서 "레오 데미도프" 삼부작을 집필하고 올해 처음으로 스탠드 언론인 이 작품을 출간 했습니다. "레오 데미도프" 삼부작과는 다르게 이번"얼음 속의 소녀들"은 작가의 개인적인 요소들이 상당히 많이 담긴 작품입니다. 이 작품도 역시나 출간 즉시 BBC에서 영화 판권을 사들여서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몇 년 내에 영화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느 날, 은퇴하고 스웨덴의 농장으로 노후를 보내러 떠났던 아버지에게서 전화를 받은 "다니엘"은 예상치도 못한 소식에 놀랍니다. 어머니가 제정신이 아니어서 정신병원에 입원했다고 말하는 아버지의 말에 "다니엘"은 어리둥절 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조금 뒤에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어야 할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옵니다. 자신은 멀쩡하며 지금 당장 영국으로 가겠다고. 그리고 어머니는 한마디를 더 합니다. 아버지를 절대 믿지 말라고.

"지금 공중전화로 전화하는데 금방 끊길 것 같다. 네 아버지가 분명 너에게 전화했겠지. 그 인간 말은 다 거짓말이야. 난 미치지 않았다. 내게 필요한 건 의사가 아니라 경찰이야. 난 곧 런던행 비행기를 탈거다."

런던에서 애인과 함께 살면서 프리랜서로 일하던 "다니엘"은 은퇴 후에 스웨덴의 농장에서 노후를 보내고 있는 부모님을 만나러 갈 약속들을 이런 저런 핑계로 미루고 있던 와중에 충격적인 소식을 아버지에게 듣습니다. 그것은 어머니가 망상으로 인해 제정신이 아니라서 정신병원에 입원했다는 예상치도 못한 소식. 당장 비행기표를 끊어서 스웨덴으로 가려던 "다니엘"은 또 다시 병원에서 어머니가 사라졌다는 아버지의 연락을 받습니다. 도대체 어찌 돌아가는 상황인지 혼란스러워 하는 "다니엘"에게 이번엔 어머니가 연락을 해옵니다. 어머니의 말 역시 "다니엘"을 더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자신은 멀쩡하며 지금 바로 런던으로 갈 거라고. 일단은 공항에서 어머니를 기다려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 "다니엘"은 그간 변한 어머니의 모습에 놀라고 처음부터 계속 불안해 보이는 듯한 행동을 보며 스웨덴에서 무언가가 분명히 잘못 되었다는 걸 느낍니다. 곧바로 이어지는 어머니의 이야기는 "다니엘"로서 도저히 믿기 힘든, 아니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습니다. 어머니는 부모님이 새롭게 정착하기로 한 스웨덴 농가가 있는 마을에서 어떤 끔찍한 범죄가 발생되었고 아버지가 그들과 공범이며 자신을 정신병자로 몰아 강제로 입원 시켰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그동안 모은 증거들을 "다니엘"에게 차근차근 순서대로 이야기를 해줍니다.

나는 익숙함을 통찰로 오해했고, 같이 보낸 시간을 서로에 대한 이해의 척도와 동일시했다. 그보다 더 나빴던 것, 아무 의문도 품지 않은 채 안락한 생활을 받아들이고, 부모님이 자신의 가정환경과는 아주 다른 환경을 만들고자 했던 바람 이면에 무엇이 자리 잡고 있었는지 한 번도 알아보려 하지 않은 채 만족해버렸다는 점이다.

주인공 "다니엘"은 심각한 딜레마에 빠집니다. 갑자기 아버지는 어머니가 미쳤다고 하는 반면, 어머니는 아버지가 자신이 가담한 범죄를 은닉하기 위해 자신을 정신병자로 몬다고 이야기 합니다. 이건 어릴적 듣던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와는 차원이 다른 심각한 문제로 "다니엘"에게 다가 옵니다. 그리고 그동안 언제나 안락하고 평화로우며 어떤 문제도 없어 보였던 자신의 가정, 특히 부모님들 사이의 관계에 대해 자신은 아무것도 몰랐다는 걸 깨닫습니다. 아니 어쩌면 믿고 싶은 데로 믿었는지도 모릅니다. 아버지를 피해 런던으로 온 어머니에게 그간의 이야기를 순서대로 들으면서 "다니엘"은 더욱 혼란스러워 집니다. '진짜로 엄마가 미친걸까?', '그렇다고 엄마 말을 다 믿기엔 너무 허술한 부분이 많다.', '하지만 내가 아는 엄마는 언제나 정확한 사람이었으니 내가 믿어줘야 한다.', '근데 엄마는 또 내가 너무 사랑하는 아빠를 나쁜놈이라고 한다.', '난 아빠가 언제나 그랬듯이 아직도 좋은 사람이라고 믿지만 왠지 이번 사건이후의 행동이 미심쩍다.', '거기다 세상에서 아빠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엄마다.' 이런 저런 혼란과 갈등 속에서 "다니엘"은 결국 자신이 스웨덴으로 떠나 숨겨진 무언가를 찾기 시작합니다. 그 무언가는 비록 누군가가 숨기고 싶어서 깊은 땅속에 묻지만 _그 위로 오랫동안 눈과 비가 내려 얼었다 녹았다를 수없이 반복해도_ 드러나게 될 일은 드러나게 되기 마련이고 "다니엘"은 결국 그 무언가를 알게 됩니다.  

"다니엘, 이건 네가 진실이라고 믿고 싶어 하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야. 난 그 농장에서 네 아버지와 같이 나이 들어가고 싶었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던 그런 가정을 만들고 싶었어. 우리 가족이 세상 한 귀퉁이에 작게 둥지를 튼 그 농장이 아주 특별한 곳이 돼서 오랫동안 발길을 끊었던 네가 다시 우리를 찾아오기를 원했어."

처음에도 살짝 이 작품 "얼음 속의 소녀들"은 작가 "톰 롭 스미스"의 개인적인 요소들이 많이 들어갔다고 언급했었는데 실제로 전작들과는 달리 이 작품은 처음부터 작가의 꽤 개인적인 상황에서 시작한 작품입니다. 스웨덴에 살던 아버지가 갑자기 전화를 해서 어머니가 정신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스웨덴에 가려던 중 병원에 있어야할 어머니가 병원을 탈출해 전화를 거는 부분은 작가가 실제로 겪은 이야기이며, 이 이야기를 계기로 이 소설이 탄생했습니다. 거기다 주인공 "다니엘"은 작가 "톰 롭 스미스"의 작은 분신과도 같습니다. 자신과 똑같이 스웨덴 어머니와 영국인 아버지를 둔 게이로 설정했으니까요. 물론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들은 완전히 작가가 지어낸 허구이지만, 이 소설에서는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고, 가장 많이 알고 있다고 착각해서 오히려 소홀히 했던 가족 간의 관계가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균열을 일으키고, 설사 눈치를 챘더라도 별거 아닌 듯 치부해버려 이상적인 형태로 유지되어야 한다고 믿던 가족의 환상이 사라지는 순간을 스릴러라는 장르를 효율적으로 사용해서 아주 자세하고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중반 넘어서까지도 "다니엘"​과 어머니의 대화로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작가는 단지 두 사람의 대화가 대부분으로 이루어진 이 부분에 엄청난 서스펜스를 불어 넣습니다. "다니엘"은 어머니가 주장하는 이야기들을 혼란스러워하면 듣습니다. 들으면서도 엄마를 믿어야한다는 의무감과 어머니가 망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 사이에서 갈팡질팡 합니다. 독자들 역시 어머니의 주장만을 듣기에 "다니엘"과 같이 무엇이 사실일지 망상일지 헷갈려하며 확신없는 상태로 이야기를 따라가게 됩니다. 중간 중간 보이는 아버지의 모호한 행동은 더욱 모두를 헷갈리게 만듭니다. 그후 후반부엔 오히려 차분하고 담담하게 진행됩니다. 사실 읽으면서 좀 김이 빠지는 템포가 아닌가 잠시 생각했었지만 오히려 이런 템포로 인해 밝혀진 진실의 무게를 더욱 무겁해 느끼게 해줬습니다. 

그때 느낀 거라곤 내가 발견한 사실들이 불완전하다는 통렬한 인식뿐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사실에 존재하는 틈은 마치 입속에 이가 하나 모자라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내 혀가 도저히 적응할 수 없는 잇몸의 빈 공간.

"차일드 44"이후로 참 오랜만에 "톰 롭 스미스"의 작품이 나와서 상당히 기쁜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오래 기다린 만큼 상당히 만족하면서 읽었습니다. "차일드 44"를 읽은 상태에서 "얼음 속의 소녀들"이란 제목을 보면 당연히 비슷한 스타일의 작품이라고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 이 작품은 상당히 차분하게 가족들의 심리묘사와 각자 다른 주관적 판단으로 인한 오해와 진실의 무게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특이한 구성의 소설입니다. 확실히 작가 "톰 롭 스미스"는 글을 잘 씁니다. 특히 큰 사건 없이 서스펜스를 만들어 내는 솜씨는 수준급입니다. 젊은 작가들 중 상위권에 올려 놓아야할 실력입니다. (물론 제 주관적인 판단입니다만.) BBC에선 이 작품 영화 판권도 구입하고, 작가에게 오리지날 드라마 각본도 맡겨서 스파이 드라마인 "London Spy"도 제작 중입니다.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인 게이 스파이 역에는 역시나 게이인 배우 "Ben Whishaw"가 주인공 역을 맡는다고 합니다.

많이들 기다리신 걸로 알고 있는데 내년 상반기 영화 "차일드 44"가 개봉할 때 쯤 "레오 데미도프" 삼부작 중 나머지 두 권 "The Secret Speech"와 "Agent 6"가 나온다고 합니다. 제가 알기론 거의 비슷한 시기에 세 권 모두 번역이 완료된 걸로 알고 있는데 아마도 영화 개봉때 내는게 마케팅 면에서 이득이기에 가장 최신작인 "얼음 속의 소녀"를 먼저 낸 것 같습니다. 아무튼 자극적이지 않고 인물 내면의 묘사가 탁월한 상당히 수준 높은 심리 스릴러 작품이니 작가의 팬이시면 일단 읽어보시길 추천 드립니다.(전 이벤트에 당첨되서 미리 읽었고 서점에는 27일쯤 깔릴 예정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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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시체를 묻어라 아르망 가마슈 경감 시리즈
루이즈 페니 지음, 김연우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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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출신의 베스트셀러 작가 "루이즈 페니(Louise Penny)"가 2010년에 발표한 작품 "네 시체를 묻어라(Bury Your Dead)"입니다. "아르망 가마슈" 경감 시리즈 여섯 번째 작품으로 시리즈 다섯 번째 작품 "냉혹한 이야기"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2010년도 '뉴욕 타임스', '런던 타임즈' 베스트셀러였고 '아마존', '커커스 리뷰', '퍼블리셔 위클리', '북 리스트' 등에 올해의 소설로 뽑히고 '애거서', '앤서니', '딜리즈', '매커비티', '네로 울프', '아서 앨리스' 상을 수상하며 시리즈 중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 받는 작품입니다.

죽을 뻔 한 고비를 넘긴 퀘벡 주 경시청 수사반장 "아르망 가마슈" 경감은 요양 차 퀘벡 시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몸과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퀘벡 시에 있는 영국계 문예역사협회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던 중 그 도서관 지하에서 한 남자의 시체가 발견됩니다. 현지 경찰은 "가마슈" 경감에게 도와 달라는 요청을 하지만 관할도 아닐뿐 더러 지금은 다른 일들에 신경을 쓸 엄두가 나지 않아 일단 거절을 합니다. 그리고 아직도 그를 괴롭히는 또 다른 사건. 바로 몇 달 전에 일어난 '스리파인즈'의 은둔자 살인사건에 대한 풀리지 않는 의문도 그를 여전히 괴롭히는 문제 중 하나입니다.

사람은 죽고 도시는 스러져 가지만 상징은 남는다. 때로는 세월의 흐름과 함께 더 강력해지기도 한다. 상징은 영원했다.

자신이 지휘했던 수사로 인해 많은 희생이 발생하고 자신 역시도 심각한 부상을 입은 퀘벡 주 경찰청 수사반장 "아르망 가마슈"는 자신의 스승이자 옛 상사가 살고 있는 퀘벡 시로 요양을 갑니다. 이번 사건의 실수로 인한 죄책감은 물론, 몇 달 전 스리파인즈에서 벌어진 은둔자 살인 사건에 대한 의구심까지 더해져 하루 하루를 괴롭게 보내는 "가마슈"는 자신이 자주 들러서 시간을 보내곤 하던 영국계 퀘벡인들의 역사적 장소인 문예역사협회 도서관의 살인사건과 마주하게 됩니다. 관할 구역도 아니고 현재 요양 중인 "가마슈"는 관여하려고 하지 않지만 그곳 수사 담당자의 부탁과 죽은 남자의 정체 때문에 수사의 자문 역할을 맡게 됩니다. 살해된 남자는 프랑스계 퀘벡인들의 상징이자 영웅인 "사뮈엘 드 샹플랭"의 무덤을 찾기위해 평생을 바친 유명한 괴짜 고고학자 "오귀스탱 르노"였고 그의 죽음은 퀘벡시의 영국계와 프랑스계 사회에 파장을 불러 올게 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한편, 사건 조사에 참여하기로 한 "가마슈"는 역시나 부상 회복을 위해 요양 중인 자신의 부하 "보부아르"를 다시 '스리파인즈'로 보냅니다. 은둔자 살인사건에 있어서 아직까지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를 해결하기 위해.

​"퀘벡이 이렇게 보존이 잘된 것도 그래서 아닐까? 우리 모두 지나간 역사에 흠뻑 빠져 있으니까. 우리 모두 노 젖는 배에 타고 있는 거야. 앞으로 나아가면서도 늘 뒤를 돌아보는 거지."

무도 묻힌 곳을 모르는 프랑스계 퀘벡인들의 상징이자 영웅인 "사뮈엘 드 샹플랭"의 무덤을 찾는데 일생을 바친 괴짜 고고학자의 죽음은 묘한 긴장감을 불러 일으킵니다. 한때는 프랑스계 퀘벡인인들의 적이자 이젠 존재 자체가 희미해진 영국계 퀘벡인들의 마지막 자존심 같은 상징인 문예역사협회 지하에서 땅을 파다가 죽었기 때문입니다. 독립을 원하는 프랑스계, 특히나 분리주의자들은 한때 영국계를 몰아내기 위해 많은 피를 흘리게 만들었을 정도로, 그들은 서로 적대적인 관계였고 "르노"의 죽음으로 인해 문예역사협회 지하에 "샹플랭"의 무덤이 있을지 모른다는 가설과 "샹플랭"의 시체를 찾지 못하도록 영국계가 죽였다는 소문이 돌면서 다시 퀘벡에 사는 프랑스계와 영국계 사이에 이상한 긴장감이 돌게 만듭니다. 결국 수사 자문을 맡게 된 "가마슈"는 퀘벡에서 "르노"의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한편, 끝내 맞추지 못한 단 한조각을 찾기 위해 "보부아르"를 다시 '스리파인즈'로 보내서 은둔자 사건을 몰래 재조사하게 합니다. 그러면서 "가마슈", "보부아르"는 자신들에게 닥친 비극의 상처에 힘들어하며 위태로운 행보를 보입니다. 특히나 "가마슈"는 자신의 실수로 인해 희생된 부하들에 대한 죄책감에 매일 밤 괴로워 합니다. 마치 승기를 잡아가던 전쟁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해서 퀘벡을 영국군에게 넘겨준 프랑스의 유명한 한 장군처럼 매일 자신의 과오에 대해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의 실수는 은둔자 살인사건에서 맞춰지지 않은 한조각에 대한 찜찜함이 의심으로 변하고 자신이 또 한번 실수를 했을 지도 모른다는 판단을 하게 됩니다.

그들에게 과거란 현재만큼이나 생생하게 살아 있었다. 그리고 과거를 잊는 자는 과거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는 저주를 받게 되지만, 과거를 너무 생생히 기억하는 자는 영원히 과거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눈앞의 사람은 너무 생생히 기억하는 사람이었다.

자신이 이끄는 팀과 자신에게 심각한 상처를 남긴 "가마슈" 경감이 퀘벡 시로 요양을 가서 그곳에서 발생하는 사건을 해결하는 이번 작품 "네 시체를 묻어라"의 배경은 '스리파인즈'가 아닌 퀘벡 시 입니다. 캐나다에서 가장 역사적으로나 인종적으로 특별한 위치에 있는 퀘벡 시를 중심무대로 살인사건을 해결해 나아가면서 동시에 두 개의 이야기를 더 진행시킵니다. 전작 "냉혹한 이야기"에서 남겨진 미심쩍은 부분을 "보부아르"가 다시 조사하는 이야기와 퀘벡 시로 요양 오기 전 "가마슈"와 그의 팀들에게 벌어지는 사건의 회상. 소설은 이렇게 세 개의 이야기를 동시에 진행 합니다. 그리고 세 개의 이야기가 어느 하나 허술함을 찾아 볼 수 없는 훌륭한 완성도로 제각기 흘러가다가 마지막에 절묘하게 서로 유기적으로 엮입니다. 작가 "루이즈 페니"의 이야기 솜씨는 가히 놀라울 정도라서 다 읽고 나서는 왜 이 작품이 시리즈 최고의 걸작이라는 칭송을 받으며 수많은 상들을 탔는지 저절로 이해가 됩니다. 두 개의 미스터리가 풀리는 사이사이 "가마슈"와 그의 팀이 겪은 사건의 진행은 현대 스릴러 소설처럼 진행되는데 그 솜씨가 가히 놀라울 정도여서 읽고 나면 "루이즈 페니"를 단순히 코지 미스터리 작가로 한정 짓기엔 그녀의 실력이 너무나도 대단하다는 걸 느끼실 수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정통 미스터리 소설이 아닌 요즘 영미권의 대세인 스릴러 작품을 본격적으로 써도 성공할 듯 한 예감이 들 정도였습니다. 사실 소설 속에 나오는 미스터리들도 좋지만, 인격적으로도 훌륭하며 능력있는 주인공 "가마슈" 경감이 인생 최대의 실패를 견디고 잘못을 인정하며 극복하는 성장소설로서 이 작품의 가치는 더 높아집니다.

가마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자신의 일을 그토록 매혹적이고 또한 어렵게 만드는 점이었다. 어떻게 한 사람이 친절한 동시에 잔인하고, 깊은 연민을 보여 주는 동시에 그렇게 끔찍할 수 있는지. 살인자를 찾아내는 일은 물적 증거보다 인간을 이해하는 문제였다. 상호 모순적이고 때로는 자신의 본모습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이제 "루이즈 페니"는 내는 책 마다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고 그해 수상되는 많은 미스터리 상에 후보에 오르고 수상을 하는게 당연시 되는 스타 작가가 되었습니다. 영미권에서 "루이즈 페니"처럼 단기간에 이렇게 성공한 작가는 정말 흔치 않습니다. 거기다 내는 작품마다 퀄리티가 떨어지는 작품이 하나도 없으니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작가가 되었습니다.

국내에선 아마도 시리즈 다음 작품들은 내년에 나올 듯 합니다.(올해가 얼마 남지도 않았지만...^^;) 현재까지 나온 시리들 중 이 작품 "네 시체를 묻어라"는 정말 최고의 작품임이 확실합니다. 단, 이 작품을 읽기전에 무조건 전작인 "냉혹한 이야기"를 읽으셔야 합니다. 다른 작품들도 연속성이 있긴 하지만 순서대로 안 읽는다고 큰 지장은 없었는데 이 두 작품 "냉혹한 이야기""네 시체를 묻어라"는 꼭! 순서대로 읽으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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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즈 웨이워드파인즈 시리즈
블레이크 크라우치 지음, 변용란 옮김 / 오퍼스프레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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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블레이크 크라우치(Blake Crouch)"가 2012년에 발표한 작품 "파인즈(Pines)"입니다. 이 작품은 작가의 '웨이워드파인즈(Wayward Pines)' 삼부작 중 첫 번째 작품으로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제작과 연출을 맡아 Fox 티비를 통해서 내년에 방영될 예정입니다.

강가에서 한 남자가 심한 통증과 함께 정신을 차립니다. 몸 상태도 정상이 아닌데 기억까지 흐릿해서 자신이 누군지 조차 알 수 가 없는 그남자는 곧 자신이 깨어난 공원은 '웨이워드파인즈'라는 작은 마을 안에 있는 것을 알게 되고 마을의 중심가로 향합니다. 이 평화롭고 아름다운 마을을 걷다가 남자는 쓰러지고 그 순간 자신이 자동차 사고를 당했던 순간을 떠올립니다. 다시 병원에서 눈을 뜬 남자는 자신이 미연방수사국 특수요원 "에단 버크"임을 기억해냅니다.

그는 여섯 가지를 알고 있었다.
현 대통령의 이름.
이름도 기억나지 않고 목소리조차 떠오르지 않는 어머니의 생김새.
자신이 피아노를 칠 수 있다는 사실.
헬리콥터 조종법.
자기가 서른일곱이라는 것.
그리고 병원에 가야 한다는 것도.

미연방수사국 특수요원 "에단 버크"는 자신의 전 파트너 "케이트"를 포함해 실종된 두 명의 연방 요원들을 찾으러 아이다호 주의 '웨이워드파인즈'로 가던 도중 교통사고를 당합니다. 같이 동석한 다른 요원은 그 자리에서 즉사를 하고 '웨이워드파인즈'에 있는 병원으로 이송된 "에단"은 마을 공원의 강가에서 깨어났다가 다시 쓰러지고 병원에서 깨어납니다. "에단"은 자신의 신분증, 지갑, 핸드폰 등 소지품들이 모두 사라진 것을 알게 되고, 간호사는 그의 소지품은 보안관이 보관하고 있다고 대답합니다. 간호사의 태도도 미심쩍은데다 어서 빨리 가족과 연방수사국에 연락을 하고 싶은 "에단"은 그럴 몸 상태가 아님에도 병원에서 나와 보안관 사무실을 찾아갑니다. 하지만 보안관 "포프"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에단"의 소지품은 응급요원들이 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 자신은 모른다는 말뿐입니다. 조금씩 이 아름답고 조용한 마을 '웨이워드파인즈'가 이상하다고 생각될 무렵, "에단""베벌리"라는 바텐더에게 얻은 주소의 집에서 자신이 찾고 있던 실종된 연방요원 중 한 명의 시체를 발견합니다.

"내가 사는 곳이에요. 뭐든 필요하면, 혹시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뭐라고요? 이젠 나를 걱정해주는 겁니까?"
"아니에요. 하지만 돈도 없고 전화기도 없고 신분증도 없다면 꽤나 딱한 처지잖아요."
"그럼 이제 날 믿어주는 건가요?"
베벌리는 바 너머로 손을 뻗어 그의 손등에 올려놓았다.
"난 줄곧 당신을 믿었어요"

너무 작고 조용해서 하품이 날 정도로 따분한 마을 '웨이워드파인즈'에서 깨어난 특수요원 "에단 버크"는 사라진 자신의 소지품들, 자신의 상관과 가족들에게 연락이 되지 않는 상황에 놓이게 되면서 조금씩 이 '웨이워드 파인즈'라는 마을을 수상하게 생각합니다. 처음에 감탄했던 마을을 둘러싼 환경과 색감 그리고 아름다운 주택들과 평화로운 마을 사람들의 생활은 주의 깊게 볼 수록 어색한 점들이 자꾸 눈에 띄고, 자신이 당한 자동차 사고나 마을 변두리의 폐허에서 발견된 연방요원의 시체에 관한 수사에 전혀 협조적이지 않은 보안관, 자신의 치료에 별 관심이 없어 보이는 병원의 간호사와 의사 등 정상적인 마을이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웨이워드파인즈'를 벗어나기로 결심하지만 마을 밖으로 나가는 길은 보이지도 않습니다. 그런 "에단"에게 위기의 순간이 찾아오고 바텐더 "베벌리"의 도움으로 빠져 나와 둘은 같이 '웨이워드파인즈'를 탈출하기로 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탈출 시도는 더 큰 위험을 불러오고 "에단"은 자신을 둘러싼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 채 생존과 탈출을 위한 몸부림을 칩니다.

"여기서 놀라운 인생을 살아갈 수 있어요."
"케이트."
그녀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케이트."
"왜요?"
"나 미친 거예요?"
"아뇨, 전혀."


이 작품 "파인즈""트윈 픽스"를 연상시키는 부분들이 꽤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작가 "블레이크 크라우치"는 자신이 열 두살 때 보고 열광했던 드라마 "트윈 픽스"에 많은 영향을 받아 이 작품을 썼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사실 "트윈픽스" 뿐 아니라 완벽해 보이지만 통제된 마을 부분에선 영화 "플레젠트빌"이나 "빌리지"가, 이상한 현상을 조사하는 연방요원의 이야기 부분에선 "엑스 파일"도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이 작품 "파인즈"가 이것 저것 짜깁기한 허접한 소설이라는 소리가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로 상당히 잘 쓴 작품입니다.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순간적으로 바뀌는 장르적 요소나 이야기의 호흡, 글의 가독성, 깜짝 놀랄만한 플롯 등 칭찬할 점이 한 두개가 아닙니다. 특히나 결말 부분에서 밝혀지는 사실은 예상도 못한 충격을 주며 독자들을 혼돈에 빠뜨리고 마지막에 던져지는 모호함에 당황하면서도 이 거대한 이야기가 나머지 두 권을 통해 어떻게 매듭이 지어질지 기대감을 가지게 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일이 좀 있어서 몇 번에 걸쳐 나누어 읽었지만, 하루 만에 다 읽어 버릴 정도의 흡입력과 몰입을 선사하는 일급 오락소설이라고 확신 합니다.

모두들 서로를 껴안았다.
열광적인 분위기.
인간의 사악함과 환희, 광기가 총동원된 밤이었다.
지옥의 축하연.
그녀가 웨이워드파인즈에서 지낸 5년 동안 축제는 네 번뿐이었다.
오늘이 다섯 번째.

책을 다 읽고 나면 당혹감을 느끼시는 분들도 몇 분 계시겠지만 이 작품은 '웨이워드파인즈' 삼부작 중 첫 번째 작품이라는 사실을 염두해 두셨으면 합니다. 그렇지만 "파인즈" 한 작품의 결말도 나름 그 자체적으로 깔끔하고 효과적이라 생각됩니다. 도대체 이 삼부작이 어떻게 결말을 맺을지 미치도록 궁금해지긴 마찬가지 이긴 합니다만. 출판사가 제발 나머지 두 작품 "Wayward", "The Last Town"도 계약했기를 빌어 봅니다. 설마 이 작품만 딸랑 계약하진 않았으리라고 믿고 싶습니다.
앞에서도 말씀 드렸듯이 이 작품 "파인즈"는 내년에 Fox 티비를 통해 "Wayward Pines"라는 제목으로 방영된다고 합니다. 제작과 연출에는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주인공 "에단 버크" 역에는 "맷 딜런", "포프" 보안관 역에는 "테렌스 하워드", 그리고 "베벌리" 역엔 "줄리엣 루이스" 등이 출연 합니다. 전 이 작품 "파인즈"를 읽기 전에 트레일러를 먼저 보았지만 약간의 스포일러라도 미리 알고 싶지 않으신 분들은 책을 읽고 트레일러를 보시는 걸 _사실 뭐 별거는 없지만_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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