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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시체를 묻어라 ㅣ 아르망 가마슈 경감 시리즈
루이즈 페니 지음, 김연우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4년 10월
평점 :

캐나다 출신의 베스트셀러 작가 "루이즈 페니(Louise Penny)"가 2010년에 발표한 작품 "네 시체를 묻어라(Bury Your Dead)"입니다. "아르망 가마슈" 경감 시리즈 여섯 번째 작품으로 시리즈 다섯 번째 작품 "냉혹한 이야기"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2010년도 '뉴욕 타임스', '런던 타임즈' 베스트셀러였고 '아마존', '커커스 리뷰', '퍼블리셔 위클리', '북 리스트' 등에 올해의 소설로 뽑히고 '애거서', '앤서니', '딜리즈', '매커비티', '네로 울프', '아서 앨리스' 상을 수상하며 시리즈 중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 받는 작품입니다.
죽을 뻔 한 고비를 넘긴 퀘벡 주 경시청 수사반장 "아르망 가마슈" 경감은 요양 차 퀘벡 시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몸과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퀘벡 시에 있는 영국계 문예역사협회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던 중 그 도서관 지하에서 한 남자의 시체가 발견됩니다. 현지 경찰은 "가마슈" 경감에게 도와 달라는 요청을 하지만 관할도 아닐뿐 더러 지금은 다른 일들에 신경을 쓸 엄두가 나지 않아 일단 거절을 합니다. 그리고 아직도 그를 괴롭히는 또 다른 사건. 바로 몇 달 전에 일어난 '스리파인즈'의 은둔자 살인사건에 대한 풀리지 않는 의문도 그를 여전히 괴롭히는 문제 중 하나입니다.
사람은 죽고 도시는 스러져 가지만 상징은 남는다. 때로는 세월의 흐름과 함께 더 강력해지기도 한다. 상징은 영원했다.
자신이 지휘했던 수사로 인해 많은 희생이 발생하고 자신 역시도 심각한 부상을 입은 퀘벡 주 경찰청 수사반장 "아르망 가마슈"는 자신의 스승이자 옛 상사가 살고 있는 퀘벡 시로 요양을 갑니다. 이번 사건의 실수로 인한 죄책감은 물론, 몇 달 전 스리파인즈에서 벌어진 은둔자 살인 사건에 대한 의구심까지 더해져 하루 하루를 괴롭게 보내는 "가마슈"는 자신이 자주 들러서 시간을 보내곤 하던 영국계 퀘벡인들의 역사적 장소인 문예역사협회 도서관의 살인사건과 마주하게 됩니다. 관할 구역도 아니고 현재 요양 중인 "가마슈"는 관여하려고 하지 않지만 그곳 수사 담당자의 부탁과 죽은 남자의 정체 때문에 수사의 자문 역할을 맡게 됩니다. 살해된 남자는 프랑스계 퀘벡인들의 상징이자 영웅인 "사뮈엘 드 샹플랭"의 무덤을 찾기위해 평생을 바친 유명한 괴짜 고고학자 "오귀스탱 르노"였고 그의 죽음은 퀘벡시의 영국계와 프랑스계 사회에 파장을 불러 올게 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한편, 사건 조사에 참여하기로 한 "가마슈"는 역시나 부상 회복을 위해 요양 중인 자신의 부하 "보부아르"를 다시 '스리파인즈'로 보냅니다. 은둔자 살인사건에 있어서 아직까지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를 해결하기 위해.
"퀘벡이 이렇게 보존이 잘된 것도 그래서 아닐까? 우리 모두 지나간 역사에 흠뻑 빠져 있으니까. 우리 모두 노 젖는 배에 타고 있는 거야. 앞으로 나아가면서도 늘 뒤를 돌아보는 거지."
무도 묻힌 곳을 모르는 프랑스계 퀘벡인들의 상징이자 영웅인 "사뮈엘 드 샹플랭"의 무덤을 찾는데 일생을 바친 괴짜 고고학자의 죽음은 묘한 긴장감을 불러 일으킵니다. 한때는 프랑스계 퀘벡인인들의 적이자 이젠 존재 자체가 희미해진 영국계 퀘벡인들의 마지막 자존심 같은 상징인 문예역사협회 지하에서 땅을 파다가 죽었기 때문입니다. 독립을 원하는 프랑스계, 특히나 분리주의자들은 한때 영국계를 몰아내기 위해 많은 피를 흘리게 만들었을 정도로, 그들은 서로 적대적인 관계였고 "르노"의 죽음으로 인해 문예역사협회 지하에 "샹플랭"의 무덤이 있을지 모른다는 가설과 "샹플랭"의 시체를 찾지 못하도록 영국계가 죽였다는 소문이 돌면서 다시 퀘벡에 사는 프랑스계와 영국계 사이에 이상한 긴장감이 돌게 만듭니다. 결국 수사 자문을 맡게 된 "가마슈"는 퀘벡에서 "르노"의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한편, 끝내 맞추지 못한 단 한조각을 찾기 위해 "보부아르"를 다시 '스리파인즈'로 보내서 은둔자 사건을 몰래 재조사하게 합니다. 그러면서 "가마슈", "보부아르"는 자신들에게 닥친 비극의 상처에 힘들어하며 위태로운 행보를 보입니다. 특히나 "가마슈"는 자신의 실수로 인해 희생된 부하들에 대한 죄책감에 매일 밤 괴로워 합니다. 마치 승기를 잡아가던 전쟁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해서 퀘벡을 영국군에게 넘겨준 프랑스의 유명한 한 장군처럼 매일 자신의 과오에 대해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의 실수는 은둔자 살인사건에서 맞춰지지 않은 한조각에 대한 찜찜함이 의심으로 변하고 자신이 또 한번 실수를 했을 지도 모른다는 판단을 하게 됩니다.
그들에게 과거란 현재만큼이나 생생하게 살아 있었다. 그리고 과거를 잊는 자는 과거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는 저주를 받게 되지만, 과거를 너무 생생히 기억하는 자는 영원히 과거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눈앞의 사람은 너무 생생히 기억하는 사람이었다.
자신이 이끄는 팀과 자신에게 심각한 상처를 남긴 "가마슈" 경감이 퀘벡 시로 요양을 가서 그곳에서 발생하는 사건을 해결하는 이번 작품 "네 시체를 묻어라"의 배경은 '스리파인즈'가 아닌 퀘벡 시 입니다. 캐나다에서 가장 역사적으로나 인종적으로 특별한 위치에 있는 퀘벡 시를 중심무대로 살인사건을 해결해 나아가면서 동시에 두 개의 이야기를 더 진행시킵니다. 전작 "냉혹한 이야기"에서 남겨진 미심쩍은 부분을 "보부아르"가 다시 조사하는 이야기와 퀘벡 시로 요양 오기 전 "가마슈"와 그의 팀들에게 벌어지는 사건의 회상. 소설은 이렇게 세 개의 이야기를 동시에 진행 합니다. 그리고 세 개의 이야기가 어느 하나 허술함을 찾아 볼 수 없는 훌륭한 완성도로 제각기 흘러가다가 마지막에 절묘하게 서로 유기적으로 엮입니다. 작가 "루이즈 페니"의 이야기 솜씨는 가히 놀라울 정도라서 다 읽고 나서는 왜 이 작품이 시리즈 최고의 걸작이라는 칭송을 받으며 수많은 상들을 탔는지 저절로 이해가 됩니다. 두 개의 미스터리가 풀리는 사이사이 "가마슈"와 그의 팀이 겪은 사건의 진행은 현대 스릴러 소설처럼 진행되는데 그 솜씨가 가히 놀라울 정도여서 읽고 나면 "루이즈 페니"를 단순히 코지 미스터리 작가로 한정 짓기엔 그녀의 실력이 너무나도 대단하다는 걸 느끼실 수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정통 미스터리 소설이 아닌 요즘 영미권의 대세인 스릴러 작품을 본격적으로 써도 성공할 듯 한 예감이 들 정도였습니다. 사실 소설 속에 나오는 미스터리들도 좋지만, 인격적으로도 훌륭하며 능력있는 주인공 "가마슈" 경감이 인생 최대의 실패를 견디고 잘못을 인정하며 극복하는 성장소설로서 이 작품의 가치는 더 높아집니다.
가마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자신의 일을 그토록 매혹적이고 또한 어렵게 만드는 점이었다. 어떻게 한 사람이 친절한 동시에 잔인하고, 깊은 연민을 보여 주는 동시에 그렇게 끔찍할 수 있는지. 살인자를 찾아내는 일은 물적 증거보다 인간을 이해하는 문제였다. 상호 모순적이고 때로는 자신의 본모습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이제 "루이즈 페니"는 내는 책 마다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고 그해 수상되는 많은 미스터리 상에 후보에 오르고 수상을 하는게 당연시 되는 스타 작가가 되었습니다. 영미권에서 "루이즈 페니"처럼 단기간에 이렇게 성공한 작가는 정말 흔치 않습니다. 거기다 내는 작품마다 퀄리티가 떨어지는 작품이 하나도 없으니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작가가 되었습니다.
국내에선 아마도 시리즈 다음 작품들은 내년에 나올 듯 합니다.(올해가 얼마 남지도 않았지만...^^;) 현재까지 나온 시리들 중 이 작품 "네 시체를 묻어라"는 정말 최고의 작품임이 확실합니다. 단, 이 작품을 읽기전에 무조건 전작인 "냉혹한 이야기"를 읽으셔야 합니다. 다른 작품들도 연속성이 있긴 하지만 순서대로 안 읽는다고 큰 지장은 없었는데 이 두 작품 "냉혹한 이야기"와 "네 시체를 묻어라"는 꼭! 순서대로 읽으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