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잉 라이트 형사 로건 맥레이 시리즈 2
스튜어트 맥브라이드 지음, 박산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이젠 '타탄 누아르'의 대표 작가 중 한 명이 된 영국 스코틀랜드 출신의 베스트셀러 작가 "스튜어트 맥브라이드(Stuart MacBride)"가 2006년에 발표한 "로건 맥레이"경사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인 "다잉 라이트(Dying Light)"입니다. 이 작품은 2007년 '배리' 상 최우수 영국소설 후보로 뽑혔었습니다.


스코틀랜드 애버딘의 홍등가 거리에서 두들겨 맞아 죽은 창녀의 벌거벗은 시체가 발견됩니다. 책임 수사관으로 불려 나간 "로건 맥레이" 경사는 자신이 몇 번 잡은 적이 있는 그 창녀를 바로 알아봅니다. 자신이 지휘한 작전이 실패로 돌아가서 징계 형식으로 그램피언 경찰서 내의 꼴통 전담반인 "스틸" 경위 팀으로 옮기게 된 "로건"은 그 팀과 함께 죽은 창녀의 살인사건을 조사하게 됩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산 속에서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여행 가방이 발견됩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이 시신은 발견될 당시의 자세를 그대로 취하고 있어서, 마치 그들이 피해자가 살아 있던 최후의 그 은밀한 순간을 관음증 환자처럼 지켜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마치 이것은 살인자가 저지른 범행의 일부인 것처럼. 짐승처럼 잔인하게 두들겨 맞고 멍든 이 연기자를 위한 마지막 장면인 것처럼. 로건은 또다시 몸서리를 쳤다. 스티브 순경의 말이 맞았다. 그는 정말 소름끼치는 변태로 변해가고 있었다.


화강암의 도시 애버딘의 홍등가 쇼어 레인에서 한 늙은 창녀의 벌거벗은 시체가 발견됩니다. 맞아 죽은 듯해 보이는 창녀의 살해 현장은 같은 날 밤에 일어난 방화사건 조사로 인력이 부족해서 비번인 "로건 맥레이" 경사가 지휘하게 됩니다. 죽은 창녀는 오랫동안 쇼어 레인에서 영업을 했기에 "로건" 경사는 그녀가 누구인지 바로 알아봅니다. 한편, 자신이 주도한 작전에서 부하 경찰이 총에 맞아 중퇴에 빠져 징계가 불가피했던 "로건"은 늙은 마녀라고 불리는 "스틸" 경위가 이끄는 꼴통팀으로 가게 됩니다. "스틸" 경위는 '영웅 경찰'이라고 불리우는 "로건"이 자신의 팀에 온 것을 자신이 꼴통팀에서 나갈 절호의 찬스라고 생각하며 "로건"과 함께 의욕적으로 창녀의 살인사건을 조사합니다. 그리고 얼마 후 사체의 썩은 냄새가 나는 여행 가방이 발견되고 그 안에서 토막 난 개의 사체가 발견됩니다. 불길한 예감에 쌓인 "로건"은 결국 살인범과 방화범, 에든버러에서 온 마약상들과 함께 애버딘의 여름을 보내게 됩니다.


그러니깐 결국 해결책이 있었던 것이다. 성매매를 줄이고 싶다면 그에 대한 계획을 세워놓고 대중의 인식을 개선하는 캠페인을 벌인다고 애쓸 것 없이, 그냥 못생긴 여경 몇 명 거리에 세우고, 경찰청 수사과의 사복형사 두 다스를 포주로 보내면 끝난다. 이걸로 문제 해결이다.


비가 오면 더욱 회색 빛을 띄는 화강암의 도시 애버딘을 배경으로 하는 "로건 맥레이" 경사 시리즈 두 번째 작품 "다잉 라이트"가 나왔습니다. 범죄해결에 있어서는 꽤 능력이 있지만 그 이외엔 상당히 운이 없는 편인 "로건 맥레이"는 수사관으로서의 사명감 보다는 직업으로 수사 업무를 수행하는 캐릭터입니다. 동료들이 '영웅 경찰', '라자루스'로 자신을 부르는게 칭찬인지 비아냥인지 분간을 하지 못하고, 가끔 쩨쩨하게 굴기도 하고 일단 귀찮은 일은 피해보자는 주의에다, 출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퇴근을 먼저 생각합니다. 예를 들자면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사건을 어떻게든 해결하겠다.가 아닌 애인과 싸워 집에도 못가고 상사의 갈굼을 조금 더 늦춰 보려면 경찰서에도 있으면 안되니 그 시간에 밖에서 일이나 하자.라는 타입입니다. 거기다 이번 작품에선 "로건"의 능력 덕을 확실히 보려는 "스틸" 경위가 그를 쉴 틈도 안주고 돌리는 바람에 "로건"은 뒤만 돌아서면 툴툴거리기 일수 입니다. 하지만 운명은 잔혹하게도 "로건"에게 창녀 연쇄살인 사건을 시작으로 연쇄 방화사건, 토막난 개의 시체, 어느 한 가장의 실종 사건 등을 차례로 던져주며 끝도 없이 근무시간을 연장시켜 줍니다.


그들은 부둣가에 항상 하던 자리에 경찰차를 주차했다. 다만 이번에는 사이먼이 핸들 뒤에 처박혀 있는 동안 로건이 조수석에 축 늘어져 있었다. 만약 차에서 잠을 자게 된다면(로건은 그러리라 굳게 다짐했다), 그 사람은 로건이 될 것이다. 스틸 경위가 즐겨하는 말처럼 높은 자리가 주는 특권을 누려 봐야지.


이번 "다잉 라이트"는 첫 번째 작품 "콜드 그래닛"과는 달리 한 사건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비슷한 시기에 일어나는 여러 사건들과 그것을 해결하려는 "로건"과 그램피언 경찰청의 경찰들 이야기입니다. 물론 주인공 "로건"이 그 중심에 있습니다만. 어찌보면 책 제목을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애버딘'이라고 지어도 괜찮을 듯 합니다. 여전히 소설 속에는 많은 잔인한 사건들이 나옵니다. 창녀를 구타해서 죽인 후 나체로 버리고, 사람들이 사는 건물 문을 나사못으로 고정시킨 후 불을 지르는 방화범, 다른 도시에서 온 마약조직의 칼잡이들의 잔혹한 고문, 사람을 죽이기 전의 예행연습인 듯 보이는 토막 난 개의 시체 등... 하지만 작가 "스튜어트 맥브라이드"는 구체적이고 잔인한 묘사는 적당히 생략하고 그 빈틈을 블랙유머로 채웁니다. 거기다 '타탄 누아르' 특유의 건조함과 애버딘 특유의 색인 회색의 우울함을 작품 전반에 깔아 놓습니다. 그리고 근무시간과 퇴근을 중요시하는 월급쟁이 마인드의 주인공 "로건 맥레이"의 찌질한 매력까지 더 해지면서 멋진 범죄소설로 완성되었습니다. 이런 매력들 덕분에 이젠 '타탄 누아르'를 말할 때 빠지지 않는 유명 시리즈가 되어버렸습니다.


"그걸 가지고 내가 뭘 해야 하는데? 개인 광고란에다 광고라도 낼까? '20대 중반의 백인 남성으로 훌륭한 유머감각을 지니고 있으며, 사람들 집에 그것도 사람들이 그 안에 있는 상황에서 불을 지르고, 그 사람들이 통구이가 되는 동안 자위를 하는 남자를 찾습니다. 여왕 폐하의 뜻에 따라 장기적인 관계를 가지실 분을 원합니다. 진정한 사이코만 찾습니다. 시간 낭비를 할 사람은 원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광고를 내면 정말 효과가 끝내주겠지."


작가 "스튜어트 맥브라이드"의 작품들은 언제나 누아르적 우울함과 건조함이 유머와 잘 어울어져 있습니다. 사실 작가의 트위터나 홈페이지 글들만 봐도 피식 피식 웃음이 나올 정도로 웃긴 양반이긴 합니다. 전편 "콜드 그래닛"에서 만큼 소설 속에서 폭우가 내리지 않는 탓인지 그나마 좀 덜 우울한 편이긴 합니다만 상당히 잘 쓴 스코틀랜드산 범죄소설입니다. 작가의 새 작품을 읽을 수 있는게 또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이언 랜킨", "발 맥더미드" 같은 작가를 좋아하시거나 스코틀랜드의 독특한 분위기에 흥미를 가지신다면 추천드리고 싶은 수작 범죄소설입니다. 이 기회에 첫 작품 "콜드 그래닛""다잉 라이트"를 연달아 읽으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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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시력 매드 픽션 클럽
카린 포숨 지음, 박현주 옮김 / 은행나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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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노르웨이 범죄소설의 '여제' 또는 '대모'라고도 불리는 "카린 포숨(Karin Fossum)"이 2011년에 발표한 스탠드언론 "야간시력(Jeg kan se i mørket/I Can See in the Dark)"입니다. 1974년 시집으로 노르웨이 문학계에 처음 등단한 이후 단편집을 거쳐 "콘라드 세예르(Konrad Sejer)"경감 시리즈를 내기 시작하면서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범죄소설 작가가 된 "카린 포숨"은 시리즈 두 번째 작품 "돌아보지마(Se deg ikke tilbake!/Don't Look Back)"로 '글래스 키'를 수상하며 세계적으로도 이름을 알리게 됩니다.


중년의 남성 "릭토르"는 11년간 요양원에서 간호사로 일을 하며 고독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요양원 동료를 짝사랑하며 타인과의 사적인 관계가 전혀 없는 "릭토르"는 일이 없는 시간엔 공원에 나가 벤치에 앉아 물소리를 들으며 다른 사람들을 관찰 하는게 유일한 소일거리입니다. 하지만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릭토르"에겐 남들이 알지 못하는 비밀이 있습니다. 그것은 자신이 돌보는 노인환자들 중 의사소통이 불가능하거나 죽음의 문턱에 있어 기력이 없는 사람들을 남몰래 학대하는 것입니다.


누구든 장점이 있다. 누구든 재능이 있다. 누구든 존중 받을 권리가 있다. 우리 인간들은 바로 이렇게 생각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썩어빠진 개인이란 존재하고, 나도 그 중 하나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어떤 상황에선 정신이 나갈 정도까지 심술궂게 바뀔 수 있는 썩어빠진 개인. 하지만 나는 별로 어렵지 않게 다른 사람들을 흉내 낼 수 있다. 예의범절과 다정함, 친절을 흉내 낼 수 있다. 힘든 건 나쁜 충동을 억누르는 것이다. 종종 내가 통제력을 잃으면 일어날 일, 실제로 간간이 일어나는 일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노인환자들을 돌보는 간호사로 뢰카 요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릭토르"는 일종의 소시오패스입니다. 그는 요양원 환자들을 간호하면서 남들이 안볼 때 몰래 노인들을 학대합니다. 처방약을 변기에 버려버리거나 귀 뒤를 꼬집고 머리를 잡아 땡기며 희열을 느낍니다. 거기다 자주 가는 공원에 앉아서 술주정뱅이, 젊은 연인들, 이민자, 장애아를 데리고 오는 엄마 등을 보며 위험한 생각들을 하며 지냅니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릭토르"의 모습은 예의 바르고 자신의 일에 열심히인 40대 남자입니다. 어느날 "릭토르"는 공원에서 자주 마주치는 노숙자처럼 보이는 술 주정뱅이 "아르핀"에게 호의를 베풀며 친해지지만 그가 자신의 믿음을 깨는 행동을 하자 "릭토르"는 분노를 조절 못하고 "아르핀"을 죽입니다.


내가 사람을 죽였다.

고작 지폐 몇 장 때문에 그를 죽였다. 상처받았기 때문에 죽였다.

나를 속이고 기만했기 때문에. 나는 분노했다. 나를 이런 역경으로 몰아넣은건 아르핀이었다. 이제 바닥에 쓰러져 있는 그는 넘을 수 없는 장애로 바뀌었다.


이 작품 "야간시력"은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는 소시오패스인 "릭토르"의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됩니다. 타인에 대한 공감의 결여와 특정계층에 대한 경멸로 가득한 그의 심리를 따라가며 그가 느끼고 생각하는 걸 독자들은 공유합니다. 공원에서 자주 보는 사람들에 대한 이상한 상상, 요양원 환자를 괴롭히는 행동들은 "릭토르"가 혐오하는 대상이 의존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들임을 보여줍니다. 특히나 노르웨이의 복지제도의 혜택을 입는 사람들. 매일 일을 하는 자신과는 다르게 일을 하지 않아도 먹고 사는 사람들. 그가 요양원 노인들을 괴롭히는 것 역시도 죽음에 대한 흥미로움과 복지혜택 덕분에 억지로 삶을 늘려가는 사람들에 대한 혐오감이 깔려 있습니다. 그런 혐오감과 망상이 더해져 "릭토르"의 인생은 추락하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역시나 그는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자신을 위한 계획이 진행된다는 망상을 멈추지 않으며 운명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자신이 어둠속에서도 사물을 확실히 볼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짜증, 체념, 화가 나고 다른 사람들에게 매달리는 것 때문에 경멸하게 되죠. 구걸하고 징징대고 불평하는 것들 때문에. 이제 와서 솔직히 고백하자면. 남을 돌보는 직업에서 일하기 때문에 쉬운 문제는 아닙니다. 하지만 이제는 진정으로 이해받고 싶네요."


그동안 나왔던 "카린 포숨"의 작품들 처럼 이 작품 "야간시력"도 자극적인 전개나 묘사 없이도 멋지게 서스펜스를 구축합니다. "릭토르"의 심리를 묘사한 탁월한 문장들이 펼쳐지는 초반부는 사람에 따라 살짝 지루할지 모르나 살인이 시작된 후부터 진행되는 예상치 못한 전개들과 결말을 다 읽고 나면 작가의 솜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마디로 소시오패스의 심리묘사 뿐 아니라 복지국가인 노르웨이의 제도적 문제점들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아주 훌륭한 심리 스릴러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북유럽 스릴러가 생소하신 분들에겐 끝까지 밋밋한 작품으로 느껴질지 모르겠습니다만.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나는 완전히 하찮은 존재였다. 쳐다볼 것도 없고, 대체로 세계에 별 의미도 없고, 쉽사리 잊히는 존재. 이 깨달음을 참기가 힘들었다. 나는 사람들이 몸을 돌려 내가 지나가는 모습을 지켜보기를 원했고, 나를 기억해 주고 존중을 담아 내 얘기를 하기를 바랐다. 이런 갈망은 점점 커져 내 가슴과 머리를 채웠다. 무슨 대가를 치르더라도, 바꾸어야 한다.


작가 "카린 포숨"의 대표 시리즈인 "콘라드 세예르" 시리즈 "돌아보지마", "누가 사악한 늑대를 두려워하는가"가 나온지 6년 만에 국내에 작가의 새로운 작품이 나왔습니다. 많이 팔리지 않았기에 "카린 포숨"의 작품들을 더 이상 못 보나 싶었는데 다행이도 내년에 "콘라드 세예르" 시리즈인 "Varsleren / The Caller"도 출간된다고 합니다. 북유럽 스릴러가 요즘 상당히 인기가 많은데 국내에서도 "카린 포숨"의 진가를 알아보시는 분들이 많아 졌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훌륭한 작가입니다. 플롯엔 별로 신경쓰지 않고 인간의 심리묘사와 독자들의 공감을 얻기 위해 글을 쓴다는 작가의 말처럼 인간의 심리묘사에 탁월한 능력을 지닌 엄청난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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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웜 1 코모란 스트라이크 시리즈 2
로버트 갤브레이스 지음, 김선형 옮김 / 문학수첩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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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켰던 해리포터 시리즈의 작가 "조앤 롤링(Joanne Rowling)""J.K. 롤링(J.K. Rowling)"이 아닌 또 다른 필명 "로버트 갤브레이스(Robert Galbraith)"로 발표한 범죄소설 "쿠쿠스 콜링(The Cuckoo's Calling)"의 후속작인 "실크웜(The Silkworm)"입니다. 2014년에 발표된 이 작품은 작가가 총 일곱 편으로 구상하고 있다고 하는 사립탐정 "코모란 스트라이크(Cormoran Strike)"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 되는 셈입니다.


사립탐정 "코모란 스트라이크"의 사무실에 남편을 찾아서 집으로 데려와 달라는 여인이 찾아옵니다. 그녀의 남편은 소설가인 "오언 퀸"으로 얼마 전 최신작을 탈고한 직후 집을 떠난 지 열흘이 넘도록 연락도 없이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이 의뢰를 평범한 가출 사건으로 생각한 "코모란"은 진행 중 이었던 일들을 하며 틈틈이 "오언 퀸"의 행방을 조사합니다.


"아, 그렇다고 오언의 말이 진실이라고 암시하는 건 아니에요. 문자 그대로 진실일 수는 없죠. 하지만, 모든 인물들이 알아볼 수 있게 되어 있잖아요. 오언은 꽤 많은 사람들을 굉장히 영리하게 공격했어요."


이젠 꽤 의뢰인이 많아진 사립탐정 "코모란 스트라이크"에게 남편을 찾아달라는 "리어노라 퀸"이라는 여인이 찾아옵니다. 그녀의 남편은 "오언 퀸"으로 유명하지 않은 소설가인데 최근 신작을 탈고한 후 집을 나가버렸습니다. 자주 집을 떠나곤 했던 "오언"이 이번엔 열흘이 넘게 돌아오지 않아 의뢰를 하러 온 "리어노라"는 자신은 위치를 모르지만 남편이 '작가의 은둔처'라는 곳에 있을 거라며 "코모란"이라면 쉽게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말합니다. "리어노라"가 연락해보라는 에이전시를 찾아간 "코모란""오언"이 '작가의 은신처'에 갈 수 있을 정도로 환영받는 작가도 아니며 집을 나가기 얼마 전 그의 신작 원고가 출판계를 들쑤셔 놓았다는 걸 알게 됩니다. "오언"은 자신의 신작 '봄빅스 모리'에 자신의 아내뿐 아니라 애인, 유명한 동료 작가, 출판사 사장, 에이전시 사장 등 많은 실존 인물들을 모두가 알아보기 쉽게 등장시켜 조롱하고, 알려지면 곤란한 일들을 암시해서 책 속에 등장한 당사자들을 곤란하게 만든 겁니다. 대수롭지 않은 가출 사건이라고 생각하던 이 사건을 조사하던 "코모란"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소설 '봄빅스 모리' 속 결말과 똑같이 살해당한 "오언"의 시체를 발견합니다.


누에가 그 노란 노고를 그대에게까지 베풀어주었는가?

그대를 위해 누에는 스스로를 파멸시켰는가?

- 토머스 미들턴, <복수자의 비극>


월세조차 낼 형편이 못되었지만 유명 슈퍼모델의 죽음을 해결한 이후 유명세를 타게 되서 슬슬 재정적으로 숨통이 트여가는 탐정 "코모란"은 돈이 안 될 듯한 한 여인의 의뢰를 받아들입니다. 유명세로 인해 밀려드는 의뢰는 대부분 돈 많은 사람들의 불륜을 조사하는 일이었기에 받아들인 소설가의 가출 사건은 끔찍한 살인현장으로 "코모란"을 인도하고, 소설가의 죽은 모습은 그의 출간 전 신작의 결말 부분의 잔인한 장면과 일치합니다. 이전 사건에서 "코모란"에게 물 먹은 경찰은 주목 받을게 뻔한 끔찍한 살해현장을 "코모란"이 발견하게 되자 노골적으로 그를 적대시 하며 소설가의 아내이자 사건의 의뢰인을 유력 용의자로 지목하게 됩니다. 겉 과는 다르게 추악한 출판계를 돌아다니며 조사를 하던 "코모란"과 조수 "로빈"은 소문을 타고 '봄빅스 모리'의 원고가 이미 영국 출판계를 들쑤시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천천히 원고를 읽어본 사람들에서 그 소설 속에 등장한 인물들로 용의자를 좁혀갑니다.


"몇 년, 아니 적어도 몇 달 전부터 계획된 겁니다. 생각해보면 천재의 작품이지요. 지나치게 화려해서 그게 타락의 계기가 되겠지만. 살인은 소설처럼 플롯을 짤 수가 없거든요. 항상 현실에서는 미처 묶지 못한 이야기의 가닥이 생기니까."


모델계를 포함해서 연예계를 배경으로 했던 첫 작품 "쿠쿠스 콜링"에 이어 이번 작품 "실크웜"은 출판계를 배경으로 라틴어로 '누에'라는 뜻의 '봄빅스 모리'라는 소설의 원고를 쓴 한 소설가의 잔인한 죽음을 파헤치는 사립탐정 "코모란 스트라이크" 시리즈 두 번째 작품입니다. 첫 작품 "쿠쿠스 콜링"은 저에겐 그저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필명인 "로버트 갤브레이스"로 첫 작품을 낸 직후 처참한 판매량을 기록하다 "조앤 롤링"인 것이 밝혀진 후 엄청난 성공을 거둔 것을 보게된 후 처음부터 삐딱한 시선으로 읽게 된 영향도 없지않아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나쁘진 않았지만 세간의 평처럼 대단한 범죄소설이라고는 생각지 않았었는데 이번 작품 "실크웜"은 상당히 발전했다고 느꼈습니다. 플롯이나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방법, 더 풍부해진 캐릭터들의 이야기, 문학적 허영심으로 가득한 출판계의 어두운 뒷면의 묘사 등 전작 보다 전체적으로 월등히 좋아졌습니다.

사실 첫 작품에 실망해서 읽지 않으려고 했다가 이 작품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바로 주인공 "코모란"과 조수인 금발 미녀 "로빈"과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였습니다. 유명 록스타의 사생아이자 아프가니스탄에서 한쪽 다리를 잃은 군인(SIB) 출신인 "코모란"은 어찌 보면 여러 탐정소설에 나오는 스탠다드한 캐릭터일 수도 있는데 "로빈"이란 여자가 상당히 매력적으로 나옵니다. "코모란"이 생각하기엔 쪼다 같은(제가 봐도 쪼다 같습니다.) 약혼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괜찮은 직장을 마다한채 탐정 사무소에서 일하는 "로빈"은 이 작품을 통해서 점점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서 "코모란"과 좋은 콤비를 이루어 갑니다. 그리고 자신이 단순히 탐정의 비서가 아닌 제대로 된 수사관이 되고 싶어하면서 사건 조사에 힘을 보탭니다. 그리고 미묘하게 변해가는 이 둘의 관계가 어떻게 발전할지 더욱 궁금해졌으니 일단 이 시리즈는 계속 읽는 걸로 결정해버렸습니다.


사람들은 그걸 육감이라고 부르지만 스트라이크는 이것이 미묘한 신호들을 읽어낸 결과이자 따로 떨어진 점들을 잇는 무의식적인 연상작용임을 알고 있었다. 선명한 살인자의 초상이 산더미처럼 쌓인 절연된 증거들로부터 떠오르고 있었고, 그 이미지는 적나라하고 소름끼치게 무서웠다. 이 사건은 강박과 격렬한 분노, 계산적이고 천재적이지만 심오하게 병적인 정신의 소산이었다.


사실 "조앤 롤링"이 조만간 범죄소설을 발표하리라는 것은 현존하는 영국 최고의 범죄소설 작가 중 한명인 "이언 랜킨"이 미리 발설해 버려서 모두가 예상했었던 일이었습니다. "조앤 롤링""로버트 갤브레이스"란 필명으로 탐정 "코모란 스트라이크"와 사이드 킥 격인 조수 "로빈" 시리즈를 해리포터 시리즈 처럼 일곱 편을 계획하고 있다고 얼마 전에 밝혔습니다. 거기다 며칠 전엔 첫 작품 "쿠쿠스 콜링"이 BBC One에서 드라마 화 한다는 뉴스까지 나왔으니 앞으로 더욱 인기 시리즈로 거듭날 것 같습니다. 혹시 저 처럼 첫 작품에 실망하셨다 거나 판타지 소설 작가가 쓴 범죄소설에 믿음이 안 가시는 분들도 이번 "실크웜"은 꽤 만족할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하드보일드 풍의 탐정 소설에 고전적인 영국 미스터리 소설 스타일을 적절히 잘 섞었고 주요 캐릭터들의 캐미도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거기다 출판계의 우스꽝스러운 허영심을 그린 부분들은 마치 작가 "조앤 롤링"이 작가 초창기 받은 설움과 울분을 고스란히 터뜨린 것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 조롱하는데, 이게 또 이 작품의 최고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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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시체를 묻어라 아르망 가마슈 경감 시리즈
루이즈 페니 지음, 김연우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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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망 가마슈' 시리즈 최고의 걸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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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드롭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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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인 "데니스 루헤인(Dennis Lehane)"이 2014년에 발표한 작품 "더 드롭(The Drop)"입니다. 이 작품은 예전에 발표한 단편 "개를 데리고 다니는 남자(Animal Rescue)"가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직접 각본을 쓰던 "데니스 루헤인"이 내용을 더 보완/추가해서 발표한 작품입니다. 그래서인지 그동안 발표했던 소설들 중 단편을 제외하고는 분량이 제일 적은 작품입니다.


지역 갱단이 불법 자금을 이동하는 경로로 사용되는 '드롭 바' 중 한 곳을 대리 운영하는 사촌형 "커즌 마브" 밑에서 바텐더로 일하며 무료하게 살아가던 "밥 사이노스키"는 어느날  우연히 쓰레기통에서 버려진 개를 발견합니다. 그리고 개를 발견한 계기로 "나디아 던"이라는 여자와 알게 되고, 고독한 "밥"의 삶에 개 "로코""나디아"가 자리를 차지하게 됩니다.


결국 살아남기 위해 더러운 일을 해야 한다. 게다가 그런 일들은 어느 정도 야망을 이루지 못하면 끔찍한 비극이 된다. 성공한 사람은 과거를 감출 수 있지만, 낙오자는 바로 그 과거 속에 익사하지 않기 위해 여생을 발버둥 칠 수 밖에 없다.


한때 동네에서 나름 괜찮았던 조직을 이끌던 "마브"는 예전에 자신의 소유였던 바의 바지사장으로 전락한 신세입니다. 지역 최대의 조직의 자금을 모으는 '드롭 바'로 사용되는 그곳에서 "마브"의 사촌 동생 "밥"은 바텐더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밥"은 어느날 쓰레기 통에서 학대당한 채 버려진 개를 발견하고 그 인연으로 "나디아"란 여자도 알게 됩니다. 예전에 동물 보호 단체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던 그녀에게 개를 돌보는 일을 도움을 받으며 "밥"의 삶이 그전과는 다르게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거기다 얼마 뒤, 바에 2인조 강도들이 조직의 돈을 강탈 해가고, "밥""로코"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같이 살게 된 개가 자신의 개라고 주장하는 남자까지 "밥"에게 접근해옵니다. ​


"도시를 움직이는 사람은 의사당 건물이 아니라 지하에 있다. 저기, 제1의 도시? 네가 보는 곳 말이냐? 그건 놈들이 그럴듯하게 보이기 위해 입힌 겉옷에 불과해. 몸통은 제2의 도시란다. (중략) 노동자가 제1의 도시와 엮일 때는 오직 엿 먹을 때뿐이지만, 제2의 도시는 평생, 하루도 빠짐없이 그의 삶과 죽음을 지배하지."


여동생과 함께 살며 자신의 처량한 지금의 처지를 한탄하는 "마브"와 달리 "밥"은 현재의 바텐더의 삶에 만족합니다. 타고난 성격에 부족한 말재주 까지 더해져서 고독하고 외롭게 살던 "밥""로코""나디아"를 만나게 되고, 덕분에 사촌이외엔 타인과의 사적인 접촉이 없던 삶이 변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드롭 바'에서 돈을 강탈 당하고, "로코"를 학대하고 버린 사이코패스 "에릭""밥"에게 접근하면서 오랫동안 별다른 일 없이 평범했던 "밥"의 일상이 흔들립니다. 겁도 없이 조직의 돈을 강탈해간 강도들 덕분에 조직에선 돈을 회수라하고 협박을 하고 강도사건을 조사하는 형사는 그곳이 조직의 '드롭 바' 일거라고 의심을 하기 시작합니다. 개주인 "에릭" 역시도 계속 "밥"의 주위를 돌며 개를 돌려 주던가 아니면 보상을 하라고 협박을 합니다. 


이놈의 도시가 하는 짓이 늘 그렀다. 모퉁이마다 면전에 역사를 들이대는 통에 그 그림자 속에서 미천한 구더기라도 되는 느낌이다.


보스턴의 작은 동네 뒷골목에 있는 범죄조직의 '드롭 바'를 배경으로, 작가 "데니스 루헤인""켄지""제나로" 시리즈 처럼 자신의 특기인 하층민 범죄 이야기로 돌아왔습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지역 노동자들이 하루를 피로를 푸는 작은 바를 배경으로 밑바닥 인생을 살고 있는 인간들이 서로 얽히고 설키며 파국으로 치닫는 '뒷골목 느와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그만큼 동유럽 이민자들과 그들의 뒷골목 삶을 생생하게 묘사하면서 건조하고 담담하게 보여주는 동시에, 도덕이나 양심이 끼어들 여지가 없는 현실적인 하층민들의 생계형 범죄를 객관적 시선으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한 예로, 스스로 그림자 속에 숨어든 듯 외롭고 고독한 삶을 사는 주인공 "밥"이 운명처럼 학대받고 버려진 개 "로코"를 키우게 되면서 소중한 것이 생기기 시작하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자신이 억누르고 참회하던 본능을 폭발 시키는 장면은 이기적일 수 밖에 없는 '없는 자들'의 인생 한 단면을 그대로 보여 주는듯 합니다.


"그 사람...... 당신은 그냥 쐈어요. 그냥...... 정말로 그냥......"

"내 개를 때렸으니깐."

밥이 계속 걸레질을 하며 대답했다.


저는 "데니스 루헤인"의 소설들을 읽고 나면 동네에서 껌 좀 씹었던 전교1등 학생이 연상됩니다. 혹은 길거리 출신의 천재 시인이 대충 중얼거리는 시. 불량스럽고 천박한 단어들로 엮어진 고급스러운 표현의 문장과 거칠지만 의미심장한 대화들은 언제나 절 감탄 시킵니다. 물론 프롯이나 서스펜스를 구축하는 솜씨 역시도 두말 할 것 없이 일류 수준입니다.

곧 개봉할 영화 "더 드롭"에서 "밥"의 역엔 "톰 하디""마브" 역엔 얼마 전에 죽은 "제임스 겐돌피니", "나디아" 역엔 "누미 라파스"가 출연합니다. 로튼 지수도 상당히 높아서 개봉하면 바로 보러 갈까 생각중인데 국내개봉은 내년 초 인듯 합니다. 작가 "데니스 루헤인"의 다음 작품은 "벤 애플릭"에 의해 영화화 될 "리브 바이 나이트 : 밤에 살다"의 후속편이자 커클린家 삼부작 중 마지막 작품인 "World Gone By"가 될 듯 합니다. 당연히 출간 즉시 읽어야 하기에 제가 내년까지 아무 탈 없이 살아남아야할 이유 중 하나가 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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