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잉 라이트 형사 로건 맥레이 시리즈 2
스튜어트 맥브라이드 지음, 박산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이젠 '타탄 누아르'의 대표 작가 중 한 명이 된 영국 스코틀랜드 출신의 베스트셀러 작가 "스튜어트 맥브라이드(Stuart MacBride)"가 2006년에 발표한 "로건 맥레이"경사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인 "다잉 라이트(Dying Light)"입니다. 이 작품은 2007년 '배리' 상 최우수 영국소설 후보로 뽑혔었습니다.


스코틀랜드 애버딘의 홍등가 거리에서 두들겨 맞아 죽은 창녀의 벌거벗은 시체가 발견됩니다. 책임 수사관으로 불려 나간 "로건 맥레이" 경사는 자신이 몇 번 잡은 적이 있는 그 창녀를 바로 알아봅니다. 자신이 지휘한 작전이 실패로 돌아가서 징계 형식으로 그램피언 경찰서 내의 꼴통 전담반인 "스틸" 경위 팀으로 옮기게 된 "로건"은 그 팀과 함께 죽은 창녀의 살인사건을 조사하게 됩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산 속에서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여행 가방이 발견됩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이 시신은 발견될 당시의 자세를 그대로 취하고 있어서, 마치 그들이 피해자가 살아 있던 최후의 그 은밀한 순간을 관음증 환자처럼 지켜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마치 이것은 살인자가 저지른 범행의 일부인 것처럼. 짐승처럼 잔인하게 두들겨 맞고 멍든 이 연기자를 위한 마지막 장면인 것처럼. 로건은 또다시 몸서리를 쳤다. 스티브 순경의 말이 맞았다. 그는 정말 소름끼치는 변태로 변해가고 있었다.


화강암의 도시 애버딘의 홍등가 쇼어 레인에서 한 늙은 창녀의 벌거벗은 시체가 발견됩니다. 맞아 죽은 듯해 보이는 창녀의 살해 현장은 같은 날 밤에 일어난 방화사건 조사로 인력이 부족해서 비번인 "로건 맥레이" 경사가 지휘하게 됩니다. 죽은 창녀는 오랫동안 쇼어 레인에서 영업을 했기에 "로건" 경사는 그녀가 누구인지 바로 알아봅니다. 한편, 자신이 주도한 작전에서 부하 경찰이 총에 맞아 중퇴에 빠져 징계가 불가피했던 "로건"은 늙은 마녀라고 불리는 "스틸" 경위가 이끄는 꼴통팀으로 가게 됩니다. "스틸" 경위는 '영웅 경찰'이라고 불리우는 "로건"이 자신의 팀에 온 것을 자신이 꼴통팀에서 나갈 절호의 찬스라고 생각하며 "로건"과 함께 의욕적으로 창녀의 살인사건을 조사합니다. 그리고 얼마 후 사체의 썩은 냄새가 나는 여행 가방이 발견되고 그 안에서 토막 난 개의 사체가 발견됩니다. 불길한 예감에 쌓인 "로건"은 결국 살인범과 방화범, 에든버러에서 온 마약상들과 함께 애버딘의 여름을 보내게 됩니다.


그러니깐 결국 해결책이 있었던 것이다. 성매매를 줄이고 싶다면 그에 대한 계획을 세워놓고 대중의 인식을 개선하는 캠페인을 벌인다고 애쓸 것 없이, 그냥 못생긴 여경 몇 명 거리에 세우고, 경찰청 수사과의 사복형사 두 다스를 포주로 보내면 끝난다. 이걸로 문제 해결이다.


비가 오면 더욱 회색 빛을 띄는 화강암의 도시 애버딘을 배경으로 하는 "로건 맥레이" 경사 시리즈 두 번째 작품 "다잉 라이트"가 나왔습니다. 범죄해결에 있어서는 꽤 능력이 있지만 그 이외엔 상당히 운이 없는 편인 "로건 맥레이"는 수사관으로서의 사명감 보다는 직업으로 수사 업무를 수행하는 캐릭터입니다. 동료들이 '영웅 경찰', '라자루스'로 자신을 부르는게 칭찬인지 비아냥인지 분간을 하지 못하고, 가끔 쩨쩨하게 굴기도 하고 일단 귀찮은 일은 피해보자는 주의에다, 출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퇴근을 먼저 생각합니다. 예를 들자면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사건을 어떻게든 해결하겠다.가 아닌 애인과 싸워 집에도 못가고 상사의 갈굼을 조금 더 늦춰 보려면 경찰서에도 있으면 안되니 그 시간에 밖에서 일이나 하자.라는 타입입니다. 거기다 이번 작품에선 "로건"의 능력 덕을 확실히 보려는 "스틸" 경위가 그를 쉴 틈도 안주고 돌리는 바람에 "로건"은 뒤만 돌아서면 툴툴거리기 일수 입니다. 하지만 운명은 잔혹하게도 "로건"에게 창녀 연쇄살인 사건을 시작으로 연쇄 방화사건, 토막난 개의 시체, 어느 한 가장의 실종 사건 등을 차례로 던져주며 끝도 없이 근무시간을 연장시켜 줍니다.


그들은 부둣가에 항상 하던 자리에 경찰차를 주차했다. 다만 이번에는 사이먼이 핸들 뒤에 처박혀 있는 동안 로건이 조수석에 축 늘어져 있었다. 만약 차에서 잠을 자게 된다면(로건은 그러리라 굳게 다짐했다), 그 사람은 로건이 될 것이다. 스틸 경위가 즐겨하는 말처럼 높은 자리가 주는 특권을 누려 봐야지.


이번 "다잉 라이트"는 첫 번째 작품 "콜드 그래닛"과는 달리 한 사건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비슷한 시기에 일어나는 여러 사건들과 그것을 해결하려는 "로건"과 그램피언 경찰청의 경찰들 이야기입니다. 물론 주인공 "로건"이 그 중심에 있습니다만. 어찌보면 책 제목을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애버딘'이라고 지어도 괜찮을 듯 합니다. 여전히 소설 속에는 많은 잔인한 사건들이 나옵니다. 창녀를 구타해서 죽인 후 나체로 버리고, 사람들이 사는 건물 문을 나사못으로 고정시킨 후 불을 지르는 방화범, 다른 도시에서 온 마약조직의 칼잡이들의 잔혹한 고문, 사람을 죽이기 전의 예행연습인 듯 보이는 토막 난 개의 시체 등... 하지만 작가 "스튜어트 맥브라이드"는 구체적이고 잔인한 묘사는 적당히 생략하고 그 빈틈을 블랙유머로 채웁니다. 거기다 '타탄 누아르' 특유의 건조함과 애버딘 특유의 색인 회색의 우울함을 작품 전반에 깔아 놓습니다. 그리고 근무시간과 퇴근을 중요시하는 월급쟁이 마인드의 주인공 "로건 맥레이"의 찌질한 매력까지 더 해지면서 멋진 범죄소설로 완성되었습니다. 이런 매력들 덕분에 이젠 '타탄 누아르'를 말할 때 빠지지 않는 유명 시리즈가 되어버렸습니다.


"그걸 가지고 내가 뭘 해야 하는데? 개인 광고란에다 광고라도 낼까? '20대 중반의 백인 남성으로 훌륭한 유머감각을 지니고 있으며, 사람들 집에 그것도 사람들이 그 안에 있는 상황에서 불을 지르고, 그 사람들이 통구이가 되는 동안 자위를 하는 남자를 찾습니다. 여왕 폐하의 뜻에 따라 장기적인 관계를 가지실 분을 원합니다. 진정한 사이코만 찾습니다. 시간 낭비를 할 사람은 원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광고를 내면 정말 효과가 끝내주겠지."


작가 "스튜어트 맥브라이드"의 작품들은 언제나 누아르적 우울함과 건조함이 유머와 잘 어울어져 있습니다. 사실 작가의 트위터나 홈페이지 글들만 봐도 피식 피식 웃음이 나올 정도로 웃긴 양반이긴 합니다. 전편 "콜드 그래닛"에서 만큼 소설 속에서 폭우가 내리지 않는 탓인지 그나마 좀 덜 우울한 편이긴 합니다만 상당히 잘 쓴 스코틀랜드산 범죄소설입니다. 작가의 새 작품을 읽을 수 있는게 또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이언 랜킨", "발 맥더미드" 같은 작가를 좋아하시거나 스코틀랜드의 독특한 분위기에 흥미를 가지신다면 추천드리고 싶은 수작 범죄소설입니다. 이 기회에 첫 작품 "콜드 그래닛""다잉 라이트"를 연달아 읽으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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